내용요약 황선홍 감독, 태국 2연전 앞두고 주민규 전격 발탁
기존 주전 공격수 조규성과 경쟁 불가피
김대길 해설위원 "결정력은 조규성보다 주민규"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게 된 주민규(가운데). /KFA 제공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게 된 주민규(가운데). /KFA 제공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태국전을 통해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최전방 공격수 자리에 지각 변동이 온다.

한국은 21일 태국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3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2승으로 C조 1위에 올랐다. 태국은 1승 1패로 2위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 실패 책임으로 경질됐다. 대한축구협회는 태국전은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에게 임시로 맡겼다. 황 감독은 분위기 전환을 위해 선수단에 변화를 줬다. 주민규, 이명재(이상 울산 HD), 정호연(광주FC) 등 새로운 얼굴을 발탁하며 쇄신에 나섰다.

눈에 띄는 선수는 단연 스트라이커 주민규다. 주민규는 프로축구 K리그에서 검증된 공격수다. K리그1(1부) 통산 179경기에 나서 82골을 넣으며 토종 공격수의 자존심을 세웠다. 2021, 2023시즌에는 각각 22골과 17골을 몰아쳐 득점왕에 올랐다. 2022시즌에는 17골을 넣으며 당시 전북 현대에서 활약하던 조규성(미트윌란)과 동률을 이루었다. 그러나 주민규가 조규성보다 더 많은 시간을 출전해 아쉽게 득점왕을 놓쳤다. 대신 K리그1 베스트 11에 선정돼 활약을 인정받았다.

울산 HD 공격수 주민규.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울산 HD 공격수 주민규.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주민규는 화려한 K리그1 성적에도 불구하고, 대표팀 경력이 전무하다. A대표팀뿐만 아니라 연령별 대표팀에도 선발된 적이 없다.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에 예비 엔트리에 선발된 이후로 A대표팀과 거리가 멀었다. 미드필더 출신으로 공격수로 성공적인 포지션 변화를 했으나 ‘활동 반경이 좁다’는 등의 이유로 파울루 벤투, 클린스만 등 이전 대표팀 감독들은 외면했다.

하지만 황 감독은 달랐다. 황 감독은 태국전 선수 선발 기준을 묻자 “K리그1에서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을 염두에 뒀다. 대표팀은 최고의 기량을 선보여야 하는 자리”라고 했다. 이어 “3년간 리그에서 50골 넣은 선수는 전무하다. 더는 설명이 필요 없다”고 주민규를 선발한 이유를 설명했다. 주민규는 이번 시즌 K리그1에선 골이 없지만, 지난달 15일과 21일에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총 3골을 넣으며 예열을 마쳤다.

주민규는 이번 대표팀 선발로 새로운 기록을 썼다. 명단 발표날이었던 지난 11일 기준 33세 333일로 A대표팀 사상 가장 늦은 나이에 처음 발탁된 선수가 됐다. 만약 주민규가 오는 21일 태국전에 나설 경우 A대표팀 역대 최고령 A매치 데뷔전 기록(33세 343일)을 세우게 된다. 기존 최고령 데뷔 기록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 튀르키예전에 32세 168일의 나이로 처음 A매치에 출전한 고(故) 한창화였다.

3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에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 종료 직전 동점골을 넣은 조규성이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에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 종료 직전 동점골을 넣은 조규성이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민규의 발탁으로 기존 주전 공격수를 맡던 조규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조규성은 지난 아시안컵에서 6경기 1골에 그치며 부진했다.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황의조를 밀어내고 주전을 차지했던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현재 조규성은 2023-2024시즌 덴마크 수페르리가에서 10골을 넣으며 득점 공동 선두에 올랐다. 그는 태국 2연전을 통해 지난 아시안컵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고자 한다.

두 선수의 경쟁 구도에 대해 김대길 축구 해설위원은 “주민규가 맡는 타깃형 공격수는 사실상 조규성을 제외한다면 없다. K리그1에서는 주로 외국인 선수들이 그 자리를 맡는다”며 “조규성이 지난 아시안컵에서 부진해 경쟁 구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주민규의 장점에 주목했다. “결정력은 조규성보다 주민규”라며 “주민규가 그동안 K리그1에서 보여준 득점 감각과 페널티 박스 안 움직임은 매우 뛰어났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침착함과 세밀함은 역시 주민규가 한 수 위”라고 평가했다. 

또한 “본선 진출을 위해선 예선을 잘 치르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을 상대하는 아시아 국가들은 수비적으로 나올 것”이라며 “그렇다면 공격수는 페널티 박스에서 볼을 지키고, 슈팅까지 해내야 한다. 주민규는 울산에서 이런 능력을 보여줬다. 반면 조규성은 최근 세밀함보다는 공중볼 장악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전술적으로 단조로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류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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