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탄소중립 가는 중간다리 현실방안...친환경·경제성·효율성 높여 
역대급 수소혼소율 '59.5%' 달성...150MW급 터빈, 2027년 실증 목표  
'암모니아 혼소' 개발도 함께..."석탄화력 인프라 활용"
수소혼소 기술이 적용될 인천 서구 경서동 소재 서인천복합화력 발전소 전경. / 한국서부발전 제공.
수소혼소 기술이 적용될 인천 서구 경서동 소재 서인천복합화력 발전소 전경. / 한국서부발전 제공.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전세계가 탄소중립을 위해 '에너지 전환'에 몰두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기술 개발이 있다. 탄소를 내뿜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을 찾아 개발하기 위해서다. 

◆ 탄소중립 위한 게임체인저 '수소'...현실 대안으로 '수소혼소' 떠올라

한국은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무탄소 신전원 활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꺼낸 카드는 '수소'다. 2021년 국내 수소 생산량은 약 240만t에 달할 정도로, 관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수소 경제'라는 개념이 생길 정도로, 수소는 에너지 전환에 있어 중요한 열쇠다.

그중 '수소혼소 발전'이 현실적인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소만을 이용해 발전기를 가동시키기 어려운 현재 상황에 맞춤 대안이기 때문이다. 

수소혼소는 가스터빈에 액화천연가스(LNG)와 수소를 혼합해 연소하는 발전기술이다. LNG를 연소하는 기존 방식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환경도 챙기고 경제성도 높이면서 전기 생산의 효율성을 가져다 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아울러 수소 비율을 100%까지 올려 LNG 없이 수소만으로 터빈을 작동하는 '수소 전소' 시대로 가는 중간 단계로 평가받는다.

수소혼소 발전은 현재 북미와 유럽, 일본 등을 중심으로 활발한 기술 개발이 진행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한국서부발전이 수소혼소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박형덕 한국서부발전 사장. / 서부발전 제공. 

◆ 낡은 가스터빈의 재탄생...세계 최고 수준 '59.5%' 수소혼소 달성

서부발전은 지난 2021년부터 한화임팩트와 손을 잡고 국내 최초로 수소혼소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서부발전은 노후화해 운행이 정지된 80MW(메가와트)급 가스터빈과 굴뚝을 제공했고, 한화임팩트는 기술 개발을 맡았다. 당시 한화임팩트는 2021년 미국 PSM과 네덜란드 토마센사를 인수해 혼소발전 원천기술을 확보한 상태였다. 

서부발전은 한화임팩트 사업장에 서부발전 평택1복합 80MW급 퇴역 가스터빈을 활용한 실증설비를 구축, 지난해 4월 수소혼소율 59.5% 실증에 성공했다. 이번 실증 성공은 국내 수소경제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당초 계획을 넘어선 역대급 성과로, 해당 혼소율은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140MW급)와 미국(150MW급)에서 중대형 터빈 실증에 성공한 바 있지만, 각각 30%, 40% 혼소율에 그쳤다. 

기존 가스터빈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기준치 이상이지만, LNG 가스터빈에 수소혼소율을 50%까지 끌어올리면 수치는 대폭 낮아진다. 이번 혼소율 달성으로 LNG 전소(100%) 대비 배출되는 온실가스 내 이산화탄소 저감률은 22%를 달성했다.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국내(50~80ppm 미만)는 물론 유럽(25ppm 미만) 기준치보다 낮은 6ppm 이하로 줄었다. 

이 기술이 국내 모든 LNG 가스터빈에 적용된다면 발전 부문에서만 연간 약 1600만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 이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의 발전 부문 감축 목표치(1억2000만t)의 13%에 해당된다. 

특히 혼소율 70% 달성 시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약 3400만t으로 줄어든다. 현재 발전 부문에서 내뱉는 온실가스는 약 6600만t(2021년 기준)으로,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게 된다. 

수소혼소 기술 개발 및 실증 정부 과제가 본격 시행 중이다. / 한국서부발전 제공. 
수소혼소 기술 개발 및 실증 정부 과제가 본격 시행 중이다. / 한국서부발전 제공. 

◆ 150MW급 가스터빈에 수소혼소 50% 개발 착수..."2027년 실증 목표"

서부발전은 실증 성공을 바탕으로 더 큰 용량인 150MW급 가스터빈에 50% 수소혼소 핵심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 17개 기업 및 연구기관과 실증 정부과제 협약을 체결했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현재 수소혼소 연소기, 연료혼합기 등 핵심기자재를 설계 중에 있다"며 "최소 2027년 말 실증을 위해 국내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핵심 기자재 제작을 마무리하고, 내년부터는 기자재를 설치하고, 시운전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2030년까지 서인천복합발전소 내 1~8호기 중 4개 호기에 적용할 계획"이라며 "이후 전(全) 호기에 확대한다"고 말했다. 

향후 1800MW급 규모 서인천복합화력발전소에서 수소 혼수 50%를 달성할 경우 연간 약 80만톤 수준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할 수 있다. 

다만 LNG 대비 비싼 수소 가격에 따른 높은 생산 비용과 안정적인 수소 운송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수소 가격의 경우 기술이 도입될 2030년에는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가격에 경쟁력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 운송에 대해 서부발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발전용으로 수소 운송하고 있지 않지만 향후 수소 운송 기술 개발에 따라 수소 운송 가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현재는 수소보다 액화 운송이 용이한 암모니아를 국내 도입해 크래킹 후 수소를 확보한다는 계획이 검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서부발전은 암모니아를 연료로 하는 '암모니아 혼소' 개발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수소를 수입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암모니아 터빈을 활용할 경우 암모니아에서 수소 추출 과정 없이 그 자체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미 구축된 석탄화력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고 신속하게 친환경기술을 실증 상용화 할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서부발전을 비롯한 발전 5개사는 지난해 상반기  암모니아 혼소를 위해 연구개발 과제를 착수했다. 서부발전의 경우 태안 등 석탄화력 보일러에 적용할 예정이다. '암모니아 혼소율 20% 이상 달성'과 '이산화탄소 20% 저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현재 암모니아혼소 버너, 환경설비 개조 등을 위해 기자재 설계 중에 있다"며 "빠르면 2027년 말 실증을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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