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歐 유로7 도입시기 2028년으로 늦춰…美 2032년 BEV 비중 56%로 축소
자동차업계 반발 부딪쳐...“배출저감 위한 투자 대비 효용 떨어져”
미국 테슬라 전기차 / 연합뉴스 제공
미국 테슬라 전기차 / 연합뉴스 제공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내연기관차 배출가스 배출량에 있어 엄격한 규제를 예고했던 유럽과 미국이 최근 기존보다 완화된 조치를 확정했다. 이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 도입을 가속화하려던 당초 목표와 달리 업계 내 현실적인 벽에 부딪힌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과 미국에서 역대 판매량을 경신하고 있는 현대차·기아도 한숨을 돌린 모습이다.

유럽연합(EU) 입법기구인 유럽의회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내연기관차 판매금지를 앞둔 마지막 차량 대기오염물질 규제인 ‘유로(Euro) 7’에 대해 EU 집행위원회와 합의한 내용을 최종 승인했다.

글로벌 환경 규제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유로X는 이산화탄소(CO²) 배출규제와 달리 배기가스 내 오염물질 입자별 배출량을 규제하는 조항으로, 단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현재 2014년에 제정된 유로6가 적용 중이며 2035년부터 유럽 내 내연기관차 판매가 금지될 예정인만큼 유로7은 사실상 내연기관의 마지막 배기가스 규제로 여겨진다.

유로7 최종안 추요 내용 / 유진투자증권 보고서 내 발췌
유로7 최종안 추요 내용 / 유진투자증권 보고서 내 발췌

유로7 최종안은 지난 2022년 말 제안한 초안 대비 완화됐다. 기존 초안에서는 디젤차의 질소산화물(NOx) 배출을 80mg/㎞에서 2025년까지 가솔린차 수준인 60mg/㎞ 까지 줄여야 했으나 최종안에서는 이 내용이 삭제되며 현재 유로6 수준 유지로 변경됐다. 도입시기 또한 기존 2025년 7월부터 발효될 예정이었으나 2028년으로 2.5년이 연기됐다.

이는 유로7에 대한 완성차 업계의 강력한 반발이 수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부는 “엄격한 배출규제가 차량 가격의 상승과 전기차 전환 투자의 저해를 초래한다는 주장에 따라 EU 집행위가 제안한 원안보다 규제 수준이 크게 완화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는 “완성차 업체가 투입할 막대한 투자를 고려할 때 효과가 무용지물 수준”이라고 지적했으며, 유럽 내 주요 완성차 공장을 보유한 회원국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규제”라며 비판한 바 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2035년 내연기관차 단종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규제 강화보다는 전기차(EV) 보급 확대에 더 힘써야 한다는 업계의 논리가 반영된 결과”라며 “EV 수요가 둔화되면서 내연기관차 금지시점도 2035년에서 2040년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대신 유로7에는 배출가스 측정 기준과 타이어와 브레이크 패드의 오염물질 배출규제가 강화됐다. 또한 전기차와 수소차의 ‘배터리 최소 성능 요건’을 추가했다. 요건에 따라 승용차 기준 5년사용 또는 10만㎞ 이상 주행 시 배터리 잔여 성능이 최소 80%, 10년 사용 또는 16만㎞ 이상 주행 시 72% 이상이 요구된다.

미국에서도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춰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불만 잠재우기에 나섰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발표한 차량 배기가스 규제 최종안에 따르면 2027년부터 2029년까지의 배출가스 기준을 점진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2032년식 승용차의 CO² 배출 허용량을 2026년식 대비 49% 줄이도록 규정했다. 기존 제시안에서는 56%를 줄여야 했다.

EPA는 기존 제시안이 도입되면 미국 내 순수 배터리 전기차(BEV) 비중이 2027년 36%, 2032년 67%를 차지할 것이라 전망했지만, 이번 완화된 최종안에 따라 BEV 비중은 2027년 26%에서 2032년 56%가 예상된다. 지난해 미국 내 신차 전기차 비중은 7.6%였으며 하이브리드차까지 포함하면 16% 수준이다.

이재일 애널리스트는 “환경 규제 완화로 글로벌 완성차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벌금 리스크에서 벗어나고 내연기관차 판매를 통한 높은 수익성을 2030년 이후까지 유지할 수 있게 됐다”며 “전기차 판매 강제 정책이 사라짐에 따라 EV 판매를 위한 출혈 경쟁에 뛰어들 필요가 사라지며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밸류에이션 정상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송선재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도 “내연기관차 비중이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규제와 벌금의 위험을 덜고 수익성이 높은 내연기관차 판매를 당분간 유지하면서 전기차 전환을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완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울산 공장 수출선적부두 및 공장전경 / 현대자동차 제공
울산 공장 수출선적부두 및 공장전경 / 현대자동차 제공

지난해 유럽·미국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현대차·기아는 이번 규제 완화로 한숨 돌린 모습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유럽에서 전년보다 4.3% 증가한 110만6467대를 판매해 역대 최대 판매량을 경신했으며, 현지 점유율 4위를 기록한 바 있다. 미국에서도 연간 판매 사상 처음으로 160만대를 돌파하며 현지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내연기관 완화 등이 있지만 전동화라는 큰 자동차 업계의 방향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대차·기아도 전동화를 지속 추진하는 동시에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차 등 다양한 라인업으로 유연하게 시장 수요 변화에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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