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하이드리드도 13% 확대...재선 노리고 노동자와 노조에 양보했다는 평가
초안보다 완화됐음에도 공화당 반발..."새 기준은 망상"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20일(현지시간)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를 확정했다 /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20일(현지시간)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를 확정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미국이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을 확정 발표했다. 전기차 판매가 둔화세를 보이자 2032년까지 판매되는 신차 중 전기차 56%, 하이브리드차 13%로 비중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4월 공개된 초안보다 한 발 물러선 가운데 환경단체는 표명적으로는 환영하지만,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공화당은 망상에 가까운 기준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재선을 노리고 지지층인 노동자와 노조의 표심을 의식해 업계에 양보했다는 이유에서다.  

ABC뉴스 등 주요매체는 20일(현지시간)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자동차 배기가스 비중을 확정 발표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확정안은 2032년까지 신차 비중을 전기차는 56%, 배터리와 가솔린이 결합된 형태의 하이브리드차는 13%까지 늘리는 것이 골자다. 향후 모든 2027~2032년식 차량에 적용되며 질소산화물 및 미세먼지 등 배출 허용량을 단계적으로 줄일 계획이다. 또 승용차의 이산화탄소 배출 허용량을 2026년식 대비 56% 감축하도록 한 규정을 49%로 낮췄다.

미국의 전기차 판매 비중은 2022년 5.8%, 지난해 7.6%였다. 규정대로라면 2032년에는 전기차 비중이 큰 폭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이번 규정이 배기가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기차와 함께 하이브리드차의 판매를 늘리면서 친환경 차량 전환에 속도를 늦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종안이 지난해 4월 공개된 초안보다 대폭 완화됐기 때문이다. 

이는 전기차 판매가 예상보다 둔화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층인 노동자‧노조의 표심을 의식해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은 전했다.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은 전기차 전환이 급격하게 이뤄지면 내연기관차를 생산한 전통적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우려해 왔다. 또 2032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66%까지 올리기로 한 기존 조항을 현실적으로 맞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EPA는 기준을 2027~2029년까지 점진적으로 강화해 업계가 적응할 시간을 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보수 성향이 강한 미 대법원에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단 우려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리건 EPA 청장은 “최종 기준은 오염물질 감소와 친환경 차량 기술 채택을 가속해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70억t(톤) 이상의 탄소 배출을 억제하고, 사회 전체 공기질 개선과 연료비 절감을 통해 약 1000억달러(약 132조원)의 효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성명을 내고 “오늘 우리는 승용차와 트럭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설정했다”며 “이 규정을 통해 앞으로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 도장이 찍힌 친환경 차량을 만들어 세계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언론들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을 주력으로 하며 천천히 전기차로 전환하고 있는 도요타 같은 회사가 최종 규정의 수혜 기업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환경단체들은 EPA의 계획에 대해 환영과 우려의 시선이 공존했다. 미국의 국제과학자단체인 ‘걱정하는 과학자연합’의 데이비드 쿡 수석 차량 분석가는 “배기가스 규정 확정으로 차량 오염물질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겠지만, 이 기준은 1년 전 EPA가 제안한 것보다 완화돼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 따른 약속을 이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천연자원보호위원회 매니쉬 밥나 회장은 “단기적으로는 운전자의 주유 비용을 절감하고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배기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고, 장기적으로 봐서는 더 많은 오염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미 자동차혁신연합은(AAI, Alliance for Automotive Innovation) 업계가 더 많은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하려는 움직임에 따라 EV 전환 속도가 중요하다면서 규정 완화를 칭찬했다.

존 보첼라 AAI 최고경영자(CEO)는 "초안의 목표는 터무니없었다"며 “최종안 목표도 업계가 달성하기 무리일 수 있지만 시장과 부품 공급망이 전기차 판매 속도와 보조를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업계가 충전기를 설치를 늘릴 시간이 확보됐으며 전기차 제조 및 소비자 구매에 대한 정부의 인센티브가 확실하게 자리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공화당 의원들은 이 규정이 망상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새 기준이 본질적으로 특정 차 구매를 강제한다는 입장이다.

웨스트버지니아주를 지역구로 둔 셸리 무어 카피토 상원의원은 “미국인은 이러한 규정을 원하지 않고 감당할 수 없다”며 “감당할 수 없는 전기자동차로의 비현실적 전환을 향한 또 다른 단계”라고 규정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이 규정을 미국이 배터리에 필요한 필수 광물을 중국 등 우려국에 의존하게 만드는 ‘잘못된 전기차 의무’라고 비난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의회의 승인 없이 내연기관차를 퇴출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시도”라고 강하게 반대했다.

이에 대해 리건 청장은 “우리는 미국인이 전기차를 구매하도록 강요하지 않는다”며 “최종안에는 기업의 규정 준수를 위한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기준이 충족되면 2032년에 전기차 판매량이 30%까지 낮아지더라도 배기가스 배출 억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연수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