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국, 지난 21일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 태국전 무승부로 FIFA 랭킹 하락 유력
더 큰 문제는 3차예선 조 편성… 아시아 4위로 밀린다면 가시밭길 예상
대한민국 손흥민 선수가 2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3차전'서 동료들의 도움으로 일어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3.21
대한민국 손흥민 선수가 2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3차전'서 동료들의 도움으로 일어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3.21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분명한 위기 상황이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쌓아 올린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

한국은 지난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태국과의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3차전 홈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승점 1을획득하는 데 그친 한국은 C조 선두(승점 7·2승1무)를 유지했지만, 태국과 중국(이상 승점 4)에 3점 차로 쫓기게 됐다.

만약 한국이 이번 태국 원정에서 승리한다면 최종 예선 진출 가능성의 9부 능선을 넘을 수 있다. 하지만 패한다면 2차 예선부터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다. 2차 예선에서는 조 2위 이상을 차지해야 최종 예선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만약 한국이 태국에 지고, 동시에 중국이 싱가포르를 이길 경우 한국과 태국, 중국이 나란히 승점 7을 기록해 2차 예선부터 월드컵 진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FIFA 랭킹 22위 한국은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태국(101위)과 비겨 아시아 국가 4위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은 태국전 승리를 놓치면서 4월 발표가 예정된 FIFA 랭킹에서 호주(23위)에 역전당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달 기준 아시아 국가 FIFA 랭킹 최상위는 18위의 일본이다. 그 뒤를 이란(20위), 한국, 호주가 쫓고 있다. 한국이 태국과 무승부를 거두는 사이, 호주는 레바논에 2-0 승리를 기록했다. 이번 예선 결과를 토대로 FIFA 랭킹 산정 방식으로 계산한다면, 한국은 기존 점수에서 7.47점이 차감돼 1558.74를 기록하게 된다. 반면 호주는 기존 점수에 4.62점을 더해 1559.44점을 받게 된다.

한국은 지난 태국전 무승부가 뼈아프다. 두 팀의 경기 당시 FIFA 랭킹은 79계단 차이였다. 한국은 약체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지 못해 많은 점수가 깎였고, 호주는 승리를 거둬 점수를 챙겼다.

FIFA 랭킹의 하락은 차기 월드컵 진출에도 악영향을 준다. 당장 올해 9월 시작되는 아시아 3차 예선에서도 불리한 조 편성을 받을 수 있다. 3차 예선은 18개 진출국이 6개 팀씩 3개 조로 나뉜다. FIFA 랭킹에서 아시아 3위 안에 들어야 조 추첨에서 1번 포트에 들어 유리한 조 편성을 받을 수 있다. 만약 한국이 아시아 4위로 주저앉는다면 일본과 이란, 호주 중 한 팀과 반드시 한 조에 묶여 가시밭길을 걷게 된다. 이번 C조 4차전 태국 원정 경기가 중요한 이유다.

중요한 시기, 한국은 지난 태국전부터 황선홍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이 임시로 경기를 지휘한다. 지난 카타르 아시안컵 이후 대내외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많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탁구 게이트’로 논란이 일었던 선수단 분위기는 당사자 이강인이 직접 영국 런던으로 넘어가 주장 손흥민에게 사과하며 일단락됐다.

황 감독은 선임 당시부터 선수단의 화합과 전술상 균형을 강조했다. 황 감독은 20일 2차 예선 3차전 사전 기자회견에서도 “하나된 모습이 중요하다. 그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팬과 이강인 선수 등 합심해서 풀어내는 게 중요하다. 마음을 열고 같이 화합하는 게 중요하다. 경기장 안에서 그런 모습들이 보여줘야 하고 내일이 그 날이 되길 기대한다”고 힘주었다.

아시안컵에서 내분을 경험한 선수들도 원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김민재는 “운동장에서 열심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다시 어떻게 하나로 뭉치느냐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고 원 팀 정신을 강조했다. 손흥민은 “대표팀은 경험을 쌓는 곳이 아니다. 모든 국민이 보고 응원하는 자리다. 훈련 자세,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100% 이상이 돼야 한다”며 “그런 자세로 임한다면 팀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오랜만에 얼굴에 미소를 띄며 경기에 임한 선수들은 무승부를 거뒀다. 최소한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는 평이다. 황 감독은 태국과의 C조 3차전 경기 후 “선수들은 주문을 이행하려고 했다고 생각한다. 결과가 좀 아쉬울 뿐”이라며 “아쉬운 건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떨어졌던 부분이다. 극과 극을 달리는 부분이 있었다. 안정감을 일단 찾고 운영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 점을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안정감을 찾기 위해선 다득점이 필수적이다. 결국 손흥민과 이강인이 해결해야한다. 손흥민은 지난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으며 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반면 이강인은 후반전 교체로 운동장을 밟아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시간이 적었다.

이강인의 컨디션은 나쁘지 않다. 이강인은 대표팀 합류 전인 지난 18일, 프랑스 몽펠리에 스타드 드 라모송에서 열린 2023-2024시즌 프랑스 리그1 2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시즌 4호골을 기록했다. 이강인은 올 시즌 리그 2골 2도움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와 프랑스 슈퍼컵에서 각각 1골 1도움, 1골을 올리며 공식전 4골 3도움을 기록 중이다. 선발로 나서 충분한 시간만 주어진다면 팀 승리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편, 리턴 매치를 앞둔 한국은 외부적으론 태국의 무더위에 적응해야 한다. 현지 기온은 영상 30도를 넘나들고, 습도는 80~9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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