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김기동 감독, 시즌 초반 치른 3경기 "아쉽지만, 변화의 과정 거치고 있어 쉽지 않았다"
"콤팩트 축구의 정의? 역동적이며 직선적인 축구"
"수비 지향적 축구, 지도자 입장에선 단순하고 재미 없을 것 같다"
김기동 FC서울 감독. /최대성 기자
김기동 FC서울 감독. /최대성 기자

[구리=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프로축구 K리그1(1부) FC서울이 ‘김기동 축구’를 익히는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큰 기대 속에 출항한 김기동호는 잉글랜드의 슈퍼스타 제시 린가드까지 오며 최고의 화제를 모았다. 시즌 첫 홈 경기에서 5만 여명의 관중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는 등 매 경기 축구팬들의 시선이 서울에 쏠렸다.

그러나 K리그1 3라운드까지 7위(1승 1무 1패·승점 7)에 위치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분명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다. 허나 김기동 감독은 올 시즌 초반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변화의 과정을 거치는 단계이고, 이제 3경기를 치렀을 뿐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한국스포츠경제는 지난 27일 김 감독을 만나 김기동 감독의 올 시즌 구상과 목표를 들었다.

다음은 김기동 감독과 일문일답.

김기동 FC서울 감독. /최대성 기자
김기동 FC서울 감독. /최대성 기자

- 서울 지휘봉을 잡은 후 공식전 3경기를 치렀는데, 3월 결과에 대한 만족도는.
3경기 중 2승을 거뒀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아쉽지만 변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어 쉽지 않았다.

- 3경기 중 후회가 되는 경기가 있나?
딱히 없다. 하지만 많은 관중이 찾아주신 2라운드 인천전이 아쉬움이 남는다. 결과가 좋았다면 많은 팬이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1라운드 광주 원정에서 0-2로 패했다. 
광주는 기존 팀 구성에서 1~2명이 바뀌었다. 반면 서울은 감독이 바뀌고 새롭게 합류한 선수가 많았다. 압박으로 나서야 할지, 내려앉을 것인지 많이 고민했다. 내 방식은 상대 진영에서 전방 압박을 해야 한다. 하지만 선수들의 체력이 준비가 안 됐다. 1, 2차 훈련을 함께하지 못한 선수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압박에 들어간다면 분명 후반전에 지칠 것으로 생각했다.

- 고민에 대한 해결책이 있었는가?
그래도 내 방식대로 경기에 나섰다. 승패를 떠나, 내려앉으면 자존심이 상할 것 같았다. 하지만, 반 템포 씩 늦다 보니 공이 살아 나왔다. 전반전엔 내가 원하는 경기력에 20%도 나오지 않았다. 후반전엔 변화를 주면서 다음 경기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 항상 콤팩트한 축구를 강조한다. 김기동의 '콤팩트 축구'의 정의를 설명한다면.
예전부터 많은 질문을 받았다. 역동적이고 직선적인 축구다. 우리 진영에 머물기보단, 상대 진영으로 빠르게 전개해 앞쪽에서 싸우는 형태의 축구를 선호한다. 이런 축구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김기동 축구의 특징은 발밑이 좋은 골키퍼가 있었다는 점이다. 포항에서는 황인재가 그 역할을 잘 소화했는데, 서울 골키퍼 최철원은 어떤가?
골키퍼에 관한 문제는 골키퍼 코치하고만 대화를 나눈다. 골키퍼가 흔들리면 팀 전체가 흔들린다. 골킥이 실수로 사이드 라인을 벗어나면 경기 흐름이 바뀐다. 거짓말처럼 분위기가 확 무너진다. 철원이는 선방 능력이 좋다. 본인도 발밑이 불안했는지 벽에다 공을 차며 연습하고 있다.

-직접 대면한 서울 선수단은 어떤가.
사실 서울에 처음 올 때만 하더라도, 주위에서 ‘개성이 강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처음엔 나도 선입견을 품고 선수를 바라봤다.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순진하다. 개성이 더욱 강했으면 좋겠다. 훈련 때도 마찬가지다. 너무 조용하다. 자꾸 소리 지르고, 서로의 부족한 점을 짚어줘야 경각심을 가진다.

FC서울 선수단.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FC서울 선수단.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콤팩트 축구 같은 공격 지향적인 축구가 있다면, 반대로 수비 지향적인 축구도 있다. 김기동이 생각하는 수비 축구를 설명한다면.
단순할 것 같다. 물론 수비를 조직적으로 만드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 공격 전개 방식은 딱 하나, 역습밖에 없다. 지도자 입장에선 단순하고 지루해서 재미가 없을 것 같다. (웃음)

- K리그의 수비 지향적인 축구가 한국 축구의 발전을 막는다는 견해도 있다.
동의할 수 없다. 선수 구성에 따라 전술은 달라진다. ‘공격을 잘하면 경기에서 승리하고, 수비를 잘하면 대회에서 우승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공격 축구를 하면서 수비가 단단하면 우승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수비만 해서는 우승할 확률이 낮다고 생각한다.

- 포항은 ‘스틸타카’로 대표되는 팀 컬러가 정립돼 있었다. 반면 서울은 특유의 스타일이 없다고 느껴지는데, 팀 컬러를 만든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인가?
선수들의 습관, 버릇을 고치는 것이 쉽지 않다. 사람이 놀랐을 때 나오는 행동과 똑같다. 훈련할 때는 습관을 고쳤다고 느껴도, 막상 실전에서 급박한 상황을 마주할 때는 예전의 습관이 여전히 나온다. 그것을 고치는 것이 내 역할이다.

- 습관은 어릴수록 고치기가 쉬울 텐데, 유소년 기용을 잘하기로 정평이 났다. 어떤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편인가?
어린 선수들은 성실함을 먼저 본다. 한 경기 기회를 받기 위해서 꾸준함을 가지고 노력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하루 이틀이 아닌 6개월, 1년을 지켜보면 준비하는 과정이 정말 성실한 선수들이 있다. 그런 선수는 대기만성으로 나중에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

김기동 FC서울 감독. /최대성 기자
김기동 FC서울 감독. /최대성 기자

- 서울의 어린 선수 중 강성진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함께 해보니까 가진 것이 아 많은 친구다. 하지만 축구는 기술만 가지고 할 수 없다. 모든 것이 조화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아직 수비력과 체력이 부족하다. 수비에 가담하려고 하니 체력에 부담이 오고, 공격으로 나설 때는 이미 체력이 바닥난 상태다. 더 좋은 리그, 좋은 선수가 되려면 이걸 이겨내야 한다.

- 그렇다면 따로 주문한 것이 있는가?
본인도 부족한 점을 알고 있었다. 요즘 손흥민 같은 윙포워드를 보면 알 수 있다. 압박의 속도, 수비로 전환되는 트랜지션 등 이런 것을 넘어서지 못하면 외국에 나가도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수비로 전환되는 타이밍 등 많은 것을 궁금해하고 내게 질문했다. 잘 알려줬다.

- 2025년부터는 K리그의 유소년 선수 제도에 ‘홈그로운’이 실시된다. 어떻게 작용할 것으로 보는가.
포지션별 요소별로 선수들이 성장한다면 한국의 FC 바르셀로나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분명 팀이나 리그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많은 선수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으로 본다.

- 서울에는 바또 세일로 사무엘이 첫 번째 홈그로운 수혜자로 기대를 받고 있다. 사무엘을 살펴봤는지 궁금하다.
아직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얘기는 많이 들었다. 체격이 타고났다고 하던데, 그런 선수는 조금만 노력한다면 발전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외국인 선수도 잘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팬들이 ‘선수 이적시킬 때 설명서도 같이 보내라’고 장난삼아 얘기하기도 한다. 비결이 있다면?
먼저 다가간다. 외국인 선수들은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한국으로 와 모든 것이 생소하다. 다가가서 얘기하다 보면 그 선수의 고충, 축구를 대하는 태도, 장점 등을 알게 된다. 서로를 이해하면서 좋은 활약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또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해 준다. 그래야 선수들이 부족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편안하게 준비할 수 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제시 린가드가 8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 입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린가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노팅엄 포레스트를 거치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만 182경기 29골 14도움을 기록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2.08.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제시 린가드가 8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 입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린가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노팅엄 포레스트를 거치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만 182경기 29골 14도움을 기록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2.08.

-올 시즌 합류한 린가드에게 바라는 점이 있는가.
리더 역할을 맡길 바란다. 주장 (기)성용이가 그 역할을 하고 있지만, ‘EPL 스타’가 하는 말의 파급력은 다르다. 팀을 끌어 나가야 한다고 했다.

-훈련장에서도 린가드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맞다. 린가드에게도 팀의 정적인 부분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그러자 ‘유럽에선 선수들끼리 훈련 중 싸우기도 하고, 욕설도 나온다. 팀이 조용한 것 같긴 하다’고 했다. 본인도 공감했고, 돕겠다고 했다.

- 일류첸코와 팔로세비치는 포항 시절에 함께 하며 맹활약했다. 서울에선 포항 시절의 활약상보단 부족해 보이는데, 두 선수의 올 시즌을 전망한다면.
일류첸코, 2년 동안 90분 출전이 단 2번 뿐이다. 몸 상태가 쉽게 올라오겠는가? 계속 다그치고 있다. 힘들어도 해야 한다고 계속해서 얘기하고 있다. 팔로세비치에게는 활동 반경을 줄이라고 했다.

- 팔로세비치의 활동 반경에 문제가 있는가.
팔로세비치는 2선에서 활동해야 한다. 포항에선 이 문제로 항상 싸웠다. (웃음) 그때 잘했다. 하지만 지금은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그래서 ‘GPS 데이터 올리려고 돌아다니느냐’고 물었다. 본인도 생각해 보니 내 말이 맞다고 했다. 물론 2선에서 공을 잡고 상대 압박을 견디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이겨내야 한다.

- 항상 수비수의 견제를 받는 공격수 조영욱이 ‘롱런’ 비결을 자주 묻는다고 했는데, 어떤 비결을 전했는지.
예전엔 나의 운동량과 능력을 수치로 볼 수가 없었다. 요즘엔 다 숫자로 나온다. 유럽 선수들과 비교도 가능하다. 그래서 유럽 선수만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나중에 유럽 진출에 도전할 때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

김기동 FC서울 감독. /최대성 기자
김기동 FC서울 감독. /최대성 기자

- 감독 입장에서 선수 이적은 손해 아닌가.
아니다. 내가 보내준다고 했다. 목표를 가지고 꿈을 향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울, K리그에서 은퇴할 것이 아니라면 큰 목표를 세우고 목표에 도달해야 한다. 데이터도 한국 선수가 아닌 유럽 선수들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난 유럽 도전, 언제나 환영한다. 내가 힘들어도 보내준다. (웃음)

- 올 시즌 서울의 행보에 많은 팬이 기대하고 지켜본다. 부담은 없는지.
기대감이 크면 실망감이 클 것이다. 시즌 초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팬들의 실망감도 크실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과정은 힘들지만, 마지막은 웃게 해드릴 자신이 있다. 계속 응원을 보내주신다면 마지막에 좋은 선물을 안겨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류정호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