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언론인 출신 등 외부 인사 영입에 적극적이었던 IBK투자증권이 유력 차기 사장 후보군에 증권 전문가가 아닌 사람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은행 대비 몸집이 가벼운 증권사에 대해 “사장은 아무나 해도 된다”는 가벼운 인식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8일 임기가 만료되는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의 후임으로 증권 전문가가 아닌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이른바 ‘코드’가 잘 맞는 인사라면 누구라도 사장 자리에 올릴 수 있다는 방침인 것.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언론인 출신 인사다. 그간 IBK투자증권은 언론인 출신 영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5년 이지훈 전 조선일보 경제부 부장(현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을 사외이사로 선임했고 올해에는 황용호 세계일보 정치부 선임기자를 역시 사외이사로 발탁했다. 

이 두 사람은 사외이사후보추천 위원회 위원, 감사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IBK투자증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대구와 연고가 있다는 것. 이지훈 사외이사는 대구 성광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황용호 사외이사는 대구대 법학과를 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정치적 기반이 대구인 점을 감안하면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언론인 출신은 아니지만 2015년 사외이사로 선임된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도 대구에 위치한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설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현재 IBK투자증권 사외이사 3명 전원이 대구 출신인 셈이다.

IBK투자증권 모회사는 IBK기업은행(83.86%)이고 기업은행의 최대주주는 기획재정부다. 그래서 IBK투자증권에는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황 선임기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인) 올해 6월에 사외이사로 선임돼 박 전 대통령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이사회에 2번 참석한 것이 전부여서 영향력이 강하다고도 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사진=IBK투자증권

신성호 사장의 후임으로 이번에는 증권 전문가가 아닌 문재인 정권과 관계가 있는 언론인 출신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IBK투자증권 사장은 임기영 초대 사장을 비롯해 이형승 전 사장, 조강래 전 사장, 신성호 현 사장까지 모두 증권 전문가가 맡았다. 

이들은 대부분 정권과 관련이 있는 증권가 인사들로 대우경제연구소 출신 신 사장의 선임과 연임을 두고서도 역시 대우경제연구소 출신인 강석훈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희수 전 의원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나왔다. IBK투자증권 사장은 통상 공모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정부가 직권으로 결정하면서 이 같은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하도 경쟁이 치열하고 속칭 ‘줄을 서 있는’ 사람이 많아 언론인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인사들이 사장 후보군에 올라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그 반대의 사례지만 언론계 문외한인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은 보도전문채널인 YTN 사장을 지내면서 거센 논란을 일으키다가 지난 5월 임기 만료를 10개월여 앞두고 사임했다. 조 전 사장 역시 경상북도 상주 출신의 박 전 대통령 인사로 알려져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는 증권사처럼 몸집이 작은 회사는 아무나 사장이 돼도 큰 상관이 없다고 여기는 것 같다”며 “전문성보다 정치적 연줄이 이번 IBK투자증권 사장 선임에 얼마나 작용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편, 신 사장은 임기가 만료되더라도 차기 사장이 선임되는 올해 말까지는 임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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