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지난 17일 강원 강릉에서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 2명이 순직한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소방관을 위한 보험정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보험업계가 높은 손해율을 이유로 소방관과 경찰관 등 고위험직종의 보험가입을 거절하면서, 정부가 맞춤형 보험정책을 빠른 시일 내에 꾸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안으로 제시된 정책성보험이 줄줄이 흥행 참패를 맛본 만큼 대수술을 거쳐 도입해야 한다는 게 보험업계의 주장이다.

지난 17일 강릉시 석문동 석란정 화재를 진압하던 두 소방관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으면서 소방관을 위한 보험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18일 강릉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17일 고 이영욱 소방위와 고 이호현 소방사가 강릉시 강문동 석란정에 일어난 불을 진압하다 물을 머금은 정자가 붕괴하면서 잔해에 매몰돼 병원에 이송됐으나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두 소방관은 표준작전절차(SOP)를 따랐지만 순직했다고 소방관계자는 전했다. 이 소방위는 퇴직을 1년여 앞둔 베테랑 소방관이었다. 소방관이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키더라도 구조 환경이 워낙 위험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소방관과 경찰관 등 공익을 위한 고위험직종의 보험가입 차별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8월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생명보험사의 92.9%, 손해보험사의 60%가 가입제한 직업군을 명시하고 있다. 이들 보험사들은 해양경찰관, 특수병과군인, 군무원, 소방관, 산불감시원, 교통경찰관, 우편 집배원 등 공익적 업무를 수행하는 직업군 등의 보험가입을 거절했다.

직업을 이유로 보험가입을 거절하는 행태가 차별이라는 지적에 따라 고위험직종의 보험가입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앞다퉈 나왔다.

지난 30일 보험연구원과 금융감독원 주최로 마련된 ‘고위험직종 보험가입 활성화 정책토론회’에서는 고위험직종 보험가입 활성화 방안으로 정책성보험을 제시했다.

류성경 동서대학교 교수는 “공공기관 종사자의 경우 미국의 사례처럼 정부나 지자체 중심의 공제, 전문 보험사를 신설해 리스크를 인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병두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올초 ‘차별금지조항을 포함한 보험업법 개정안’으로 보험계약 차별 금지조항을 명시했다. 이창욱 금융감독원 보험감리실 실장도 정부와 관계부처의 적극적인 관심을 요구했다.

특히 소방관은 정책성보험 도입 1순위로 꼽혔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익적 직업인 소방관에 우선 정책성 보험을 도입하고 제도가 정착되면 경찰관, 군인, 환경미화원 등 고위험직종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요구의 목소리는 높았지만 정책성보험의 연이은 실패가 발목을 잡았다. 그간 정부의 정책성보험이 줄줄이 참패하면서 소방관 정책성보험도 실효성 논란에 시달렸다. 박근혜 정부의 4대악보험, 메르스보험, 태양광대여사업배상책임보험, 연안체험활동운영자배상책임보험은 창피할 수준의 성적표를 받았다.

손해율이 정책성보험의 가장 큰 실책이었다. 손해율 탓에 보험사가 판매를 주저하면서 가입자가 저조한 악순환이 반복됐다.

정책성보험이 순항하려면 민간보험사의 손해율이 보전되면서 상품이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게 보험업계의 주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방관 정책성보험도 앞선 정책성보험의 절차를 그대로 밟는다면 ‘깡통보험’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공익의 업무를 수행하는 고위험직종에 맞춘 보험 상품이 필요하다는 점은 업계도 공감한다. 다만 상품개발부터 판매, 손해율 책임까지 민간 보험사에 일임하는 방식으로는 소방관 정책성보험의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연구위원은 “보험의 기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려면 보험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세부적인 기준이 수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정부의 부담금이 높고 상품 구조가 서민친화적일수록 정책성보험이 안착할 확률은 높았다.

2011년 빛을 본 서민우대자동차보험의 누적판매 건수가 해마다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최대 8%까지 보험료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인기가 올랐다. 가입대상 연령도 넓혔다.

풍수해보험 역시 보험 수요자의 필요성을 제대로 공략해 가입자를 대폭 늘렸다. 풍수해보험은 보험료 일부만 내면 대규모 자연재해 피해를 보상해주는 제도로 2005년 시범 이후 전국 130개 지역에서 확대시행 중이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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