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이 가시화되면서 대기업 그룹 소속 금융사들은 이중규제와 금융지주격 대표회사 지정에 대한 부담감으로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금융당국이 금융 계열사 2곳 이상을 거느린 대기업을 금융그룹으로 통합감독하겠다고 밝히면서 대기업 소속 금융사들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금융 계열사 2곳 이상을 거느린 대기업을 금융그룹으로 묶어 통합관리하겠다는 방안을 밝히면서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기업그룹 소속 금융사들을 그룹별로 통합해서 건전성을 관리하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원칙적으로 은행이나 보험, 증권 등 2개 이상의 금융계열사를 지녔다면 금융그룹 통합감독에 포함된다. 당초 자본 규모나 시장 점유율 등을 따져 감독 대상을 가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금융당국이 대상 범위를 예상 밖으로 넓혔다. 대상 금융그룹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43곳이다. 삼성, 한화, 동부, 현대차, 롯데, 미래에셋이 등 금융그룹이 통합금융감독 대상에 포함된다.

개별 금융사를 하나의 금융그룹으로 묶어 관리하겠다는 게 금융그룹 통합감독의 요지다.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사를 거느린 대기업이 늘어나면서 기업 계열사간 내부거래 위험도 높아져 그룹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융그룹은 크게 ▲KB금융과 같은 금융지주 중심의 금융그룹 ▲미래에셋처럼 금융계열사만 있는 금융전업의 금융그룹 ▲비금융사와 금융사가 혼합된 대기업형 금융그룹 등 세분류로 나뉜다. 현재 금융지주 금융그룹만 통합감독을 받아왔다. KB금융이 KB손보와 국민카드 등의 위험을 관리하고 조사해 당국에 보고하면 당국이 이를 평가감독하는 방식이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에 소속 금융사의 비금융사 지분 일부를 자기자본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방안 등도 논의되고 있다. 일례로 삼성생명의 경우 전체 8.13%(26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의 자본이 삼성생명의 자본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지급여력(RBC)비율 등의 건전성 지표가 뚝 떨어질 수 있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학 객원교수(금융혁신위원회 위원장)는 "현재 우리나라의 금산분리 규제는 은행을 빼놓고 상당히 완화된 상태로, 이번 규제로 금융그룹의 금산분리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며 "삼성과 한화, 미래에셋 등 금융그룹을 재정비한다는 제안으로 바람직하다고 본다. 관련 규제가 부재해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적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대기업 계열금융사들은 업권별 규제와 별도로 금융그룹 규제까지 이중규제를 받아야 하는 부담이 크다. 자본비율과 기업규모를 따져볼 때 보험사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가 명확한 답변을 내놓기는 시기상조이지만 ‘달갑지 않다’는 기정사실"이라며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는 이미 공정거래법 등으로 내부거래에 제한을 두고 있다. 금융사를 묶어 관리한다는 방침은 곧 비금융사와의 연결고리도 끊어야 한다는 언질”이라고 말했다.

대표회사가 지주격으로 금융 계열사를 관리하는 방안도 당황스러운 입장이다. 지주사와 산하 계열금융사는 명확한 상하관계가 있지만 금융 계열사끼리는 각 사의 주주가 최우선이라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예를 들어 A생명보험이 A증권의 지분을 갖고 있거나, 자본 규모가 커 대표 회사가 됐더라도 보험사가 증권사의 투자에 감놔라 배놔라 할 수 있겠느냐”며 “타 금융계열사의 주주가 엄연히 있는데 위험관리를 통합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아쉬워 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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