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시즌에 맞춰 봇물을 이루던 은행권 수능 마케팅이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은행장의 응원편지부터 관광상품권까지 은행마다 독특한 응원방식이 주를 이뤘지만 수능을 단 하루 앞둔 15일, 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기업은행 등 국내 주요 6개 은행 중 수험생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진행하는 곳은 두 곳에 불과하다. 최근 몇 년 진행해 왔던 이벤트보다 그 규모를 축소하거나 아예 접은 곳도 생겨났다.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먼저, 수익성이 없어서다. 매년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에서는 은행과의 거래를 막 시작하게 될 이들을 잠재고객으로 삼고 나아가 주거래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이같은 이벤트를 진행했으나 큰 효과가 없었다는 이유다. 더욱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를 준비하는 것 보다 시급한 현안이 많다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수험생이 수능 응원 메모를 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수능을 겨냥해 이벤트를 실시하는 곳은 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 뿐이다.

국민은행은 올해 수능을 보는 수험생 자녀를 둔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점에서 쿠션, 물병, 커피 등이 담긴 ‘행운상자’를 제공한다. 국민은행은 지난해에도 비슷한 이벤트를 진행했었다. 지난해 이 이벤트가 고객들에게 반응이 좋았기에 이를 고려해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사진=KEB하나은행

KEB하나은행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이벤트를 연다. 이벤트 참여대상이 수험생, 수험생의 부모님, 반 친구들까지 넓어졌다. 은행의 유스(Youth) 브랜드 '영 하나(Young Hana)'와 연계한 이벤트로, 수험표를 지참하고 영업점을 방문해 영 하나적금에 가입하거나, 영 하나 홈페이지에서 계좌개설을 하면 스타벅스 다이어리, 연극관람권 등의 선물을 증정한다. 수능 당일인 16일부터 오는 12월 말까지 진행된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2015년 통합은행 출범과 함께 20대 대학생 브랜드인 '영 하나'를 선보인 바 있다.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서부터 '영 하나'를 각인시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농협은행은 SNS에서만 비교적 규모가 작은 이벤트를 열었다. 수험생, 예비수험생, 수험생 가족을 인스타그램 댓글에 태그하면 외식상품권과 영화예매권을 준다. 하지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 댓글을 이용한 이벤트는 수능 시즌이 아니더라도 평상시 기념일 등에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수험생만을 겨냥해 따로 준비한 이벤트로는 볼 수 없다.

신한은행과 기업은행은 지난해까지 수험생 대상으로 이벤트를 열었으나 올해는 하지 않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수험표를 들고 신한은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신한은행 페이스북 이벤트 페이지에 올리면 테마파크, 리조트, 공연장에서 쓸 수 있는 할인권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했었다.

기업은행은 수험생과 수험생 자녀를 둔 고객 1,000명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은행장의 편지와 선물을 보냈다. 지난 2008년부터 9년째 수험생을 대상으로 보내왔다.

우리은행의 경우에는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를 애초 열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입장에서는 당장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보다는 대학교 새내기들을 고객으로 삼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면서 “마케팅을 하면 그에 따른 효과가 있어야 하고, 은행이라면 수익을 남겨야 하는데 그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가뜩이나 연말에 바빠서 다른 사업들을 추진하고 마무리하느라 여력을 못내는 것”이라며 “특히 올해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전반에서 해결해야 하는 현안들이 많이 밀려있어 더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채용비리 불똥이 민간 금융기관까지 튀어 사정기관의 수사가 확대될 예정이다. 금융권 CEO의 임기 만료 전 인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가산금리 등 금리인하에 따른 예대마진 대안 모색, 내년 경영계획 수립 등 굵직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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