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투톱체제를 이룰 허인 국민은행장의 첫 행보가 시작됐다. 허 행장은 7대 국민은행장이자 3년 만에 시작된 지주-은행 분리경영의 선봉장에 서 막중한 책임을 맡은 인물이 됐다. 지난 2014년 내부 갈등으로 불거진 KB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윤 회장이 이례적으로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한 이후 3년 만에 다시 분리경영이 시작됨에 따라 ‘강건한 KB’를 만들기 위한 두 사람의 시너지가 중요해 보인다.

허인 신임 국민은행장이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소재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국민은행 본점에서 허인 국민은행장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허 행장은 기자간담회에 앞서 취임사에서 언급한 네 가지 경영방향 ▲고객 중심의 은행 ▲직원 중심의 조직문화가 정착된 은행 ▲디지털 혁신으로 미래를 선도하는 은행 ▲혁신적이고 역동적인 KB를 짚으면서 “지난 3년 노력의 결과로 지금은 어느 정도 과거의 위상을 회복했다”며 “국민은행 가족과 함께 4가지 화두를 경영방침을 꼭 달성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다졌다.

쏟아지는 질문 중에서도 허 행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공을 들여 설명한 부분은 분리경영 체제에 돌입함에 따른 지주와 은행이 시너지를 내는 것이었다. KB사태로 흐트러진 조직안정을 최근에야 이뤘는데 다시 분리경영이 시작되면서 이를 걱정하는 목소리에 따른 것이다. 허 행장은 윤 회장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분리경영에 대한 우려를 일부 의식한 듯 허 행장은 “2014년 당시 은행이 내외적으로 총체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었다”며 “당시 행내 직원들은 조직을 다시 반석에 올리기 위해 회장께서는 은행장도 겸임하셨고 타행에 뒤쳐졌던 부분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3년 동안 상처도 메웠고 현재 윤 회장님이 잘 해주셨다”고 덧붙였다.

지주사와 은행의 수장이 분리됨에 따라 지주사와의 교감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허 행장은 “지주와 은행의 커뮤니케이션은 긴밀하고 상시적이어야 한다”며 “회장님께서 지난 3년간 은행을 이끄실 때 제가 전략 방향을 담당했던 임원으로서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사전에 충분히 협의해 (회장님께서) 제 생각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사전적 교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인 신임 국민은행장(왼쪽)이 취임식 후 국민은행 노동조합사무실을 방문해 박홍배 노조위원장과 담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국민은행

전날 있었던 임시주주총회에서 다시금 불거진 노조와의 대립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대화 물꼬를 트고 있다는 것도 언급됐다. 허 행장은 이날 오전 취임식을 마친 직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KB노조) 박홍배 노조위원장과 만남을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노조는 경영에 있어서 파트너고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같은데 조금씩 이견이 있는 것이니 충분히 대화를 통해 풀고 신뢰를 쌓아가자고 했다"며 "더 자주 만나고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해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KB노조 관계자는 "행장님께서 직접 방문하셔서 임단협 상견례를 마쳤다"며 "2/4분기 미뤄졌던 노사협의회도 곧 진행을 해야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교섭은 실무급과 임원급을 거쳐 마무리가 되기 때문에 행장의 협조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노사 각 대표인 은행장과 노조위원장의 서명을 거쳐 마무리된다는 점을 미루어 봐서 허 행장과 노조의 첫 스킨십이 '성공적'인 셈이다.

허 행장은 취임사와 기자간담회에서 거듭 강조한 디지털 뱅크와 맞물려 지점과 인력 운용 방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비용을 줄이지 않고 효율화를 추구한다고 하는데 지점과 인력 운용 방향에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가장 큰 고민임은 틀림없다”고 운을 뗀 뒤 “채널 수와 직원 수는 인위적으로 크게 조정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한쪽(오프라인 영업)이 한쪽(디지털 영업)을 완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으로 가져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 행장은 한 지역의 고객 형태와 고객 수요에 따라 그 지역의 지점들이 역할을 분담한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A지점은 법인, B지점은 자산운용, C지점은 대고객 업무 등으로 나눠 전문성을 키우겠다는 얘기다.

은행장으로 지낼 2년 안에 혁신을 이루고 싶은 분야가 있냐는 질문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허 행장은 “경영자가 임기 중에 꼭 이루고 싶은 변화나 혁신을 말하는 것이 물의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속가능한 경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 임기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는 경영을 하고 싶고 저 역시 그 중에 한 부분을 맡아서 하는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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