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노사 문제 등을 통해 강건한 KB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두 달이 넘는 진통 끝에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연임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윤 회장은 KB금융그룹을 3년 더 이끌게 된다. 오는 21일부터는 허인 국민은행장 내정자가 공식 취임해 국민은행 수장 자리에 오른다. 이로써 KB금융과 국민은행 분리 경영이 3년 만에 다시 시작됐다.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KB금융지주 임시주주총회에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B금융은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소재 국민은행 본점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윤 회장의 연임을 확정했다. 임시주총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 회장은 노사 문제와 앞으로 KB가 풀어야 할 과제들을 언급하며 “강건한 KB가 되리라고 생각한다”며 재선임 된 소감을 밝혔다.

이날 주총은 초반부터 순탄치 않았다. 윤 회장의 인사말이 시작되자마자 주주 자격으로 참석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KB노조) 주주들은 “회사에서 막아서 주주들이 (주총에) 못 들어오고 있다”며 “주주참석 수 미달로 성립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무효”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의장인 윤 회장을 향해 고성을 지르는 주주들도 있었고 노조 측을 비판하는 주주의 발언으로 주총이 정회되자마자 노조 측 주주와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를 말해주듯 윤 회장에게 앞으로 재정립해 나갈 노조와의 관계를 묻는 것이 첫 질문이었다.

윤 회장은 “여러 부분에서 잡음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노사 문제는 집안을 함께 만들어 가는 부부관계와 비슷하다”며 “노조는 우리 직원의 대표이기 때문에 존중해야 하는 것이고 상생 파트너로서 끊임없이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3년간 임기를 새로 시작하면 글로벌 쪽을 세 가지 방법으로 강화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업금융(CIB)의 확대, 인수·합병(M&A), 자산운용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꼽혔다.

윤 회장은 “글로벌 쪽에서 KB가 뒤져있는 것은 사실이나 격차를 빠른 속도로 줄일 것”이라면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관련해 CIB를 확대하고 해외지점이나 현지법인 통해서 꾸준하게 나가는 전략을 끌고 나가면서 좋은 건이 있으면 M&A 전략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산운용 경쟁력 강화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M&A 관해서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좋은 물건이 좋은 가격으로 나오면 모든 것을 열어두겠다”면서 “생보(생명보험) 쪽에 취약하다는 지적들이 있고 우리도 보강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간 생보사 인수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던 모습과는 달리 이번만큼은 강한 의지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진출에 있어서도 아시아 쪽에서 역량을 키워나갈 것도 분명히 했다.

그는 “아시아 금융 시장이 성장 속도가 빠르고 (아시아가) KB의 글로벌 사업을 끌어가는 상황”이라면서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는 이미 지난해부터 진출했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진출도) 생각하고 있다”며 “캄보디아에서 디지털은행업을 시도하고 있고 성공할 경우 다른 나라로의 확대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3년 만에 KB금융과 국민은행의 분리경영이 시작되면서 거취를 두고 말이 많았던 KB금융 사장직은 유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2014년 내부 갈등으로 불거진 KB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윤 회장이 이례적으로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할 당시, 업무 부담으로 윤 회장은 KB금융 사장직을 신설한 바 있다. 윤 회장은 “김옥찬 KB금융 사장이 지난 2년간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 “김 사장이 오늘 퇴임했고 사장직을 폐지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오는 12월 말에서 내년 1월 초 단행될 인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인사 폭을 묻는 질문에 윤 회장은 “11월 말 기준으로 계열사 CEO들이 작성하는 자기평가서를 아직 검토하지도 않았고 아직은 말하기가 이르다”며 “3년 전 취임 당시 제 나이가 59세였고 현재 61세인 허 내정자의 연령도 적은 나이가 아니다”며 나이가 추후 인사의 절대적 기준이 아님도 분명히 했다.

지난 9월 1일 윤 회장의 임기 만료를 80일 앞두고 시작된 차기 회장 선출절차는 잡음의 연속이었다. 윤 회장을 포함해 KB금융 계열사 재직자 18명과 외부인사 5명 등 모두 23명의 후보군이 올랐고 이후 7명, 3명으로 줄어드는 과정에서 ‘후보군을 투명하게 밝히라’는 KB노조의 요구와 집회에 여러 번 부딪혀야 했다. 이 사안은 오늘 주총에서 제 1호 안건인 ‘사내이사 선임의 건’에 관해 주주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또 한 번 불거지기도 했다.

윤 회장은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3년 외환은행에 행원으로 입사했다가 삼일회계법인 부대표, 김앤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 등을 역임했다.

재임 기간 받은 경영성적표도 좋은 편이다. KB금융은 올해 상반기 1조8,60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2008년 지주사 설립 이후 최대 반기 실적을 기록했고 올해 3분기 누적·분기 순익 면에서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앞질렀다. 그룹 내 핵심계열사인 은행 간 대결에서도 국민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익이 신한은행을 앞섰다.

이날 주총에서는 허인 국민은행장 내정자의 선임도 최종 확정됐다. 허 내정자는 21일 국민은행장으로서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허인 신임 행장 임기는 총 2년이다. 허 행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장기신용은행에 입사했으며 국민은행 대기업부 부장, 여신심사본부 집행본부장, 경영기획그룹대표 등을 거치며 경영 일선을 두루 경험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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