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가상화폐 거래소의 출금 수수료가 잇따라 오르면서 개인간 거래와 낮은 수수료를 장점으로 내세운 가상화폐 시장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중앙집권식 금융을 벗어나겠다는 가상화폐의 목표가 훼손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거래소들은 수수료로 배만 불린 채 투자자 피해는 나 몰라라한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지난 23일 빗썸이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출금 수수료를 4배 인상한 데 이어 코인원도 28일부터 출금 수수료를 3배 올린다고 밝혔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소의 출금 수수료가 잇따라 인상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은 28일부터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출금 수수료를 0.0015비트코인으로 3배 높일 예정이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은 지난 23일부터 비트코인 출금 수수료를 0.002비트코인으로 4배 인상했다. 1비트코인을 2,100만원으로 가정하면 4만2,000원의 출금 수수료를 물게 된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수수료는 출금뿐 아니라 각 거래에도 매겨진다.

빗썸이 0.15%, 업비트가 0.05%, 코빗이 0.08%, 코인네스트와 코인원이 각각 0.1%의 거래 수수료를 받는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거래 수수료는 증권사의 통상적인 수수료 0.015%의 10배지만 코스닥 시장 주식거래에 매겨지는 제세금(0.3%)을 더하면 아직까지는 증권거래 수수료가 높다. 하지만 화폐를 가상화폐로 바꿔 거래한 뒤 가상화폐를 다시 화폐로 출금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출금 수수료도 발생한다.

당초 가상화폐 거래는 개인과 개인(P2P, Peer to Peer) 거래로 수수료가 극히 낮다는 장점을 부각시켰지만, 수수료는 초기와 비교해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들 업체는 가상화폐의 채굴 난이도가 오르고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처리 시간이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수수료를 높여 채굴자를 유인하는 한편 거래소 자체의 전기세와 CPU 유지비용, 인건비가 동반 상승해 수수료 상향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사진=코인원 웹페이지 캡쳐

가상화폐 거래 수수료가 오른다는 점은 곧 블록체인 기술의 비효율성을 드러낸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가상화폐 거래가 중앙집권식 거래를 탈피하면서 수수료가 극단적으로 낮다고 주장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교수는 “수수료를 높이는 이유가 수익성 증대가 아니라 블록체인 내 거래의 볼륨이 커져서라면 블록체인 기술 자체에 비효율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며 “주식거래보다 효율적이라고 했지만, 거래 매칭이 되고도 출금이 2~3일씩 지연되는 현실과 동떨어지는 분석”이라고 말했다.

이어 “2,100만개의 비트코인 총량이 모두 세상에 나온 뒤에는 거래 수수료로만 운용되는 시장일 텐데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도 안갯속이다”고 덧붙였다.

그 사이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거래·출금 수수료로 짭짤한 이익을 보는 중이다.

빗썸의 기업소개서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327억8,000만원이던 매출이 하반기 급등하면서 한해 매출은 1,882억3,000만원으로 불어났다. 빗썸은 내년에는 3,736억원, 2019년에는 4,179억7,000만원까지의 매출을 전망하고 있다.

올해와 내년의 영업이익은 각각 1,645억7,000만원, 3,274억2000만원으로 매년 매출의 87%를 넘는다. 어지간한 증권사의 영업이익보다 더 높은 돈을 벌었고, 벌 예정인 셈이다.

이 때문에 가상화폐 거래소가 이득만 취한 채 불리한 문제는 투자자에게 떠넘긴다는 볼멘소리도 높다. 높은 수수료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지고, 해킹이나 서버다운 피해도 투자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해킹 문제가 발생한 유빗은 해킹으로 잃은 돈을 투자자들이 나눠 지도록 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해킹으로 전체 코인의 17%가 유실되면서 투자자들의 선출금 한도를 잔액의 75%로 정했고 나머지 25%에 대해서는 보상을 확정하지 못했다. 지난 11월과 이달 연달아 서버다운 문제를 빚은 빗썸 역시 투자자들에게 별다른 구제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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