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를 전격적으로 도입하며 시장 냉각효과에 속도가 붙으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라는 강경책에서 한발 물러났지만, 가상화폐 거래 진입장벽이 연일 등장하며 대장코인 비트코인의 시세가 뚝 떨어지는 등 가상화폐 시장의 투심도 한풀 꺾였다. 가상화폐 업계가 시장 안정을 기대하는 한편 가상화폐 거래가 끝물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가운데)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현장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금융정보분석원(FIU)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상통화 취급업소 현장 조사 결과 및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 관련 브리핑을 통해 오는 30일부터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를 전격 시행한다고 밝혔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가상통화 취급업소의 거래 은행과 동일한 은행의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이용자는 해당 계좌를 통해 입출금을 하게 된다”며 “가상통화 취급업소의 거래 은행과 동일한 은행의 계좌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이용자는 가상통화 취급업소에 출금은 할 수 있지만 추가 입금은 불가하다”고 말했다.

예고된 규제안이었지만 가상화폐 시세는 하락세를 보였다. 연이은 규제에 시장은 벌써 냉각기에 접어들었다.

한때 2,400만원의 고점을 찍었던 비트코인은 최근 1,000만원대 초반까지 가격이 뚝 떨어졌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 11일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언급하며 눈 깜짝할 새 폭락했던 가상화폐 시세는 현재까지도 올라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큰손들이 빠져나가면서 가상화폐 거래자들은 ‘존버’와 손절 사이에서 갈등 중이다.

지난해부터 가상화폐에 투자했던 직장인 A씨는 지난주 결국 가상화폐 거래에서 손을 털었다. A씨는“초반에는 가상화폐 시장의 등락폭이 너무 커서, 최근에는 정부의 규제 러시에 하루라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며 “100만원의 종자돈으로 시작하고도 매일 시세만 들여다봤는데 큰 돈을 투자했다면 지금도 빠져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가상화폐 업계와 정부, 정부 내에서도 각 부처간의 다툼이 이어지면서 피로도가 쌓인 것도 투자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법무부와 기획재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두고 핑퐁 게임을 하면서 거래자들의 심리가 널 뛴 탓이다.

시장 냉각기가 장기전으로 흘러가리라는 전망 속에 정부의 단호한 입장이 이제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를 인정하지 않되 규제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발표하면서 시장의 투기 광풍에도 브레이크가 걸리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교수는 “정부의 그간 규제 방안과 목소리를 따라가보면 분명한 하나의 메세지만 전달하고 있다”며 만약 정부의 신호가 시장에 반영된다면 실명제 탓이 아니라 분위기 때문에 거래량이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를 두고 업계와 일부 전문가들은 환영의 뜻과 시장 안정에 대한 기대를 함께 비쳤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공동대표는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가상화폐 규제 토론회에서 “일본식 건전성 규제로 실질적으로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을 건전화해야 한다”고 거래 실명제 도입을 환영했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는 규제하되 금지나 폐쇄 같은 접근법은 지양해야 한다”며 “정부의 규제는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맞춰 정확한 투자정보 제공, 투자적격업체 지정, 거래소 등록, 실명제 도입, 보안검사 같은 제도 확립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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