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금융당국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달래기로 소액결제가 잦은 가맹점의 카드수수료를 인하할 뜻을 밝혀 환영한다는 반응이 나오지만 한편으로는 소형·대형가맹점과 카드사, 밴사의 갈등이 예상된다. 건당 결제금액이 5만원 이하인 소매업종은 카드수수료가 떨어지지만 5만원 이상 가맹점은 수수료 인상이 불가피해서다. 금융당국은 이번 발표로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을 협상할 근거를 줬다는 입장이지만 카드사는 갑을관계인 대형가맹점과 논의가 껄끄럽다는 반응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신금융협회에서 소상공인단체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사진=허인혜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2일 오후 서울 여신금융협회에서 소상공인단체와의 간담회를 열고 오는 7월부터 편의점이나 제과점, 슈퍼 등 소액을 결제 건이 많은 가맹점에 낮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소액결제업종의 약 10만개 가맹점에 평균 0.3%p(약 200~300만원)의 수수료 인하 효과가 있다고 금융당국은 내다봤다.

소액결제 소매업종들은 소액결제가 빈번해 카드수수료를 많이 부담하는 데다 아르바이트 고용이 많아 최저임금 인상에도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카드수수료 원가 중 하나인 밴 수수료를 소액결제일수록 낮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시행하겠다고 예고했다.

평균 결제단가 5만원이 수수료 인상과 인하의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맹점의 카드결제 수수료 원가 산정 중 하나인 밴 수수료가 평균 결제단가 5만원을 기준으로 설정된 탓이다.

신진창 금융위 중소금융과장은 “현재 수수료 체계가 5만원에 0.2%를 매기고 50만원에는 0.2%를 매기는 것이라면, 앞으로는 5만원이거나 그 이상이거나 0.2%를 정률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이번 결정은 최저임금이 올해부터 7,530원으로 오르면서 소상공인들이 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최 위원장은 “우리 경제가 소득 양극화의 심화로 대기업과 소기업, 기업과 가계 등의 소득이 크게 나뉘는 등 국민의 삶이 더 나아지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됐다”며 “소득 확대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이달부터 최저임금이 인상된 바,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카드수수료를 재편해 소상공인에 부담이 지워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이 간담회 모두발언 말미에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이 낮아지는 만큼 여신업계의 소득은 줄어들 것”이라며 “본질적으로 여신업은 소비자와 가맹점을 연결해주는 중계 금융업인 만큼 소비자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같은 안을 수용할 수 있도록 회원사를 독려해달라”고 여신금융협회에 당부한 만큼 금융당국의 인하 의지는 확고하다.

카드업계에서는 당장 볼멘소리가 나왔다. 소액결제업종은 이미 카드수수료 수익이 원가 이하라고 반박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소액결제가 잦은 업종이 슈퍼, 제과점, 편의점 등이라는데 ‘등’에 정확히 무엇이 들어가는 지도 파악하기 어렵다”며 “단일 결제액 5만원 이하라는데 기본 서비스나 재화 단가가 높아 단일 결제금은 5만원을 초과하지만 한달 수익은 영세한 가맹점 해결책은 없다”고 비판했다.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으로 대형가맹점과 소형가맹점의 상생을 노린다는 방안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미 갑을관계가 형성된 대형가맹점과의 수수료 인상안을 카드사가 나서서 논의하기는 껄끄럽다는 반응이다.

카드업계는 “대형사 수수료를 올리는 상쇄방안은 말이 쉽지 실효적으로 가능하겠느냐”며 “전체 수수료를 내리는 기조에 대형 가맹점에만 수수료를 올려달라고 요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금융당국은 정률제에 따라 5만원 이상 결제가 잦은 대형가맹점의 수수료가 오르면 수수료 인하로 인한 수익 악화를 보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 위원장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률제로 한다면 5만원을 기준으로 이상이면 오를 수 있다”며 “(대형가맹점의 반발은) 카드사와 업체간의 협의로 조율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카드사는 (카드수수료 인상이) 7월부터 정부에서 정하는 기조라고 답할 수 있다”며 “실효성과 명분이 생기는 만큼 금융당국이 협상의 레버리지를 확실히 준 셈”이라고 말했다.

허인혜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