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지난 설 연휴, 스켈레톤 윤성빈 선수가 아이언맨 헬멧을 쓰고 날아오를 때 함께 금빛 질주를 한 금융사가 있었다. 바로 지난 2015년부터 윤 선수를 후원해 오고 있는 KB금융그룹이다. 윤 선수는 1~4차 합계 3분20초55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트랙 레코드를 갈아치우며 한국 최초이자 아시아 최초로 썰매 종목 금메달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윤 선수가 보여준 ‘빙판 위의 기적’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자 그를 후원하는 후원사들이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KB금융은 김연아에 이어 ‘KB가 후원하면 세계적인 선수로 도약한다’는 공식을 또 한 번 입증해 보였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윤성빈이 지난 16일 강원도 평창 메달플라자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메달을 깨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B금융은 지난 2006년 여고생 유망주였던 김연아를 후원하면서 KB를 알리는 대표 얼굴로 키운 것을 시작으로 동계 스포츠 후원 영역을 꾸준히 넓혀왔다. 현재 KB금융은 봅슬레이(원윤종, 서영우, 국가대표팀), 스켈레톤(윤성빈), 쇼트트랙(심석희, 최민정, 국가대표팀), 피겨(차준환, 최다빈, 임은수, 김예림, 유영, 국가대표팀), 컬링(국가대표팀), 국가대표 아이스하키팀 등 여러 동계스포츠 종목에서 든든한 후원자가 돼주고 있다.

스포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동계스포츠는 하계스포츠보다 비용 부담이 큰 편이다. 스켈레톤 썰매는 대당 가격이 2,000만원대에 이를 정도다. 여기에 타 종목에 비해 국민들의 관심 정도가 낮은 ‘비인기 종목’이기 때문에 기업의 인내심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썰매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명목 하에 스켈레톤을 선뜻 후원하겠다고 나선 KB금융의 결정이 더욱 의미있는 이유다.

KB금융은 ‘비인기 종목이라 할지라도 선수들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을 지원한다’라는 사회적 책임의식과 ‘꿈을 그리고 최선을 다하면 꿈이 이루어진다’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후원을 진행해 스포츠계의 ‘금손’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됐다. KB금융 관계자는 “한번 인연을 맺은 선수는 끝까지 간다는 마음으로 후원을 하고 있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물론 홍보효과는 덤으로 얻었다”고 설명했다.

16일 강원도 평창군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스켈레톤 3차 경기에서 대한민국 남자 스켈레톤 대표 윤성빈이 얼음을 가르며 질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선수와 쇼트트랙 국가대표들이 연일 메달을 목에 걸면서 KB금융은 공식 후원사 못지않은 혜택을 톡톡히 누릴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8일 ‘평창올림픽 금·은·동메달의 의미’라는 보고서에서 “국내 선수들의 메달 획득으로 인한 기업의 이미지 제고 효과는 금·은·동 메달 모두 동일한 가치를 가진다는 가정하에 1개당 약 120억~2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메달 결정 경기당 투입되는 총 광고비가 약 100억원이라고 추정했을 때 광고비 지출의 약 1.2∼2배까지 매출 증가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을 반영해 추정한 수치다.

그간 은행들이 스포츠와 영화, 게임 등을 활용한 상품 마케팅에 활발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올림픽이 끝나면 관련 금융상품을 내놓거나 고객 대상 이벤트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KB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국민은행은 지난 2015년 박인비 선수의 커리어그랜드슬램 달성과 연계해 우대이율을 제공하는 ‘박인비 커리어그랜드슬램기원적금’을 판매해 6개월 만에 6만7,879좌, 2,220억원 유치에 성공한 바 있다.

이뿐 아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자산관리 은행’이라는 무게감 있는 타이틀도 얻게 됐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전담팀까지 신설하며 ‘스포츠 스타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6월부터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이 소속된 갤럭시아SM과 스포츠 선수들의 자산관리전담 후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평창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을 위한 특화자산관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의 PB서비스 외에도 KB손해보험의 스포츠인 전용 상해보험과 국민카드 ‘리브메이트(LiivMate)’와 연계한 팬클럽 행사 등을 비롯해 KB금융그룹 전 계열사의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림픽 공식 후원 은행은 KEB하나은행이지만 KB금융이 KEB하나은행 못지않은 홍보 효과를 볼 것”이라면서 “이미 김연아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증명된 셀럽 마케팅이 일명 ‘윤성빈 효과’ ‘심석희 효과’ 등으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김서연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