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의 AI 서비스 지니어스(왼쪽)와 멜론의 로니.

[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최근 네이버는 이용자들의 취향을 반영하는 음악 서비스 바이브를 출시했다. 기존에 운영하던 네이버 뮤직은 연말까지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다. 본격적으로 인공지능(이하 AI) 기반의 음악 서비스에 주력하기로 한 것이다. 국내에서 ‘1세대 음악 플랫폼’으로 분류되는 소리바다도 연내 출시를 목표로 AI 기능을 탑재한 차세대 음원 서비스 개발에 돌입했다. 멜론, 지니에 이어 네이버와 소리바다까지 AI 시장에 뛰어들면서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AI 기능을 탑재했거나 할 예정이 됐다.

■ AI의 딥러닝… 음악 세계의 ‘알파고’ 나온다

지난 2016년 전 세계는 놀라운 대결과 마주했다. 프로 바둑기사인 이세돌과 구글이 개발한 바둑 AI 프로그램 알파고의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가 그것. 둘은 2016년 3월 9일부터 15일까지 모두 5회에 걸쳐 대국을 펼쳤다. 승리는 4승을 거머쥔 알파고에게 돌아갔다.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세계 최고라고 일컬어지던 인간 바둑기사가 기계, 즉 AI 앞에 무릎을 꿇게 됐기 때문이다. 경우의 수가 ‘무한대’에 가까운 바둑 경기에서 AI가 보여준 딥러닝의 효과는 실로 놀라웠다. 인터넷망으로 연결된 방대한 자료를 양분으로 한 딥러닝은 음악계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음악 세계의 ‘알파고’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네이버의 AI 서비스 바이브.

AI 시대에서 사용자는 방대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 받는다. 국내에서 업계 최초로 AI 기능을 서비스에 도입한 건 지니다. AI 통합 서비스인 지니어스는 이용자의 목소리를 인식해 원하는 음악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주도록 하고 외부에서 들려오는 노래 한 소절만으로 해당 노래를 바로 들려주기도 한다. 지니는 이 기능을 보다 정교하게 개발해 정확하게 발음되지 않는 허밍으로도 음악을 검색해 주는 영역까지 확장시킬 계획이다. 지니어스는 살아 있는 감정을 가진 캐릭터로 표현돼 있어서 이용자와 대화도 나눌 수 있다. 국내 최대 뮤직플랫폼 멜론 역시 다양한 AI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구현된 기능은 뮤직봇 로니다. 카카오톡 플러스친구에서 카카오멜론을 찾아 1:1 채팅 버튼을 누르면 로니와 만날 수 있는데, 로니는 이용자와 실시간 채팅을 하면서 기분과 상황에 맞는 노래를 추천한다. 개인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플레이리스트들을 생성하는 바이브는 지니, 멜론과 궤를 같이 하면서 더욱 개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니와 멜론이 기본적인 시스템 안에 AI를 탑재했다면, 바이브는 어플리케이션 첫 화면부터 이용자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사용자의 음악 감상 패턴과 개별 곡을 분석해 자동으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AI가 보다 정교하게 작동하려면 이들이 딥러닝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필수다. 즉 AI 서비스 이용자와 이용량이 많아질수록 데이터가 많이 쌓이며, 이에 따라 AI의 영역 역시 더욱 확장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자신의 기호를 정확하게 드러내기 힘든 아동의 경우 멜론에서 태아부터 9세까지 발달연령별로 제안하는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사용자는 태교 음악, 만화주제가, 교과서 동요 등 성장 시기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 받고 수면 시간, 식사 시간, 놀이 시간 등 활동시간에 따라 어울리는 콘텐츠도 만날 수 있다. AI를 어린 시절부터 이용한 AI 제너레이션들이 주류 이용자로 성장하면서 점차 이러한 큐레이팅 기능도 정교해질 전망이다.

한-인도네시아 문화콘텐츠 포럼에서 기조연설 하고 있는 이수만 프로듀서.

■ 나만을 위한 아바타… 셀러브리티를 눈 앞에서

앞으로 AI는 더욱 똑똑해질 뿐만 아니라 겉모습 역시 다양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AI는 휴대전화에 탑재된 서비스와 어플리케이션, 클로바, 누구 등의 AI스피커(일명 챗봇)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구현되고 있다. 이들은 인간의 목소리와 비슷하지만 다른 기계음을 내는데, 가까운 미래에 실제 사람의 목소리로 말하는 AI와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챗봇 클로바를 보유하고 있는 네이버는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D2스타트업팩토리에서 테크포럼을 열고 빠른 시일 내에 가족이나 자신의 목소리, 연예인 등 원하는 사람의 목소리로 말하는 AI스피커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AI가 목소리를 듣고 배우는 음성합성 기술이 필요하다. 네이버 관계자는 구체적인 발매 일자를 이야기하진 않았으나 “화자인식을 위해서는 빅데이터 분석이 필수적인데, 보통 100시간 정도 걸리는 녹음작업을 4시간으로 줄여냈다”면서 “원하는 사람의 목소리로 말하는 개인화 AI스피커를 빠른 시일 내에 시장에 내놓겠다”고 말했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가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일찍부터 소속 연예인들과 함께 사진과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증강현실 체험 부스를 SM 아티움, 서울 곳곳에 자리잡은 복합문화공간 에브리싱 등에서 운영해왔다. 여기에 더해 지난 5월 서울 강남구 SM타운 코엑스 아티움 3층에 새로운 전시ㆍ엔터테인먼트 체험 공간인 SM타운 뮤지엄까지 오픈했다. 눈에 띄는 것은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기술 등을 이용해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들과 가상으로 만날 수 있는 체험 시설이다. 스타와 만날 수 있는 VR 서비스는 지난해 7월 엑소가 ‘코코밥’으로 컴백하기 전 이벤트로 잠시 공개되기도 했다. 이용자가 전용 안경을 착용하면 엑소 멤버들이 말을 걸거나 춤을 추고 노래를 불러주는 시스템이었는데, 팬들은 말 그대로 ‘눈 앞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와 만날 수 있었던 셈이다. 이 서비스는 당시에 하루 500명 한정으로 제공돼 밤샘을 하는 팬들로 코엑스 주변이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이 같은 기술들은 우리가 현재 셀러브리티가 챗봇의 기능을 대신하는 미래로 나아가는 단계에 있음을 시사한다. 기술이 점차 발전함에 따라 전용 안경을 쓰는 번거로움이나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AI 셀러브리티를 호출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릴 수 있단 의미다.

SM타운 뮤지엄 포스터.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인도네시아 문화콘텐츠포럼’에서 “지금 세계는 스마트폰에 익숙한 모바일 네이티브 제너레이션에서 그 다음인 AI 네이티브 제너레이션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본다”면서 “나와 SM엔터테인먼트가 바라보는 미래 세상은 크게 두 가지다. ‘셀러브리티의 세상’과 ‘로봇의 세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AI와 로봇을 통해 퍼스널라이즈드 된 수많은 아바타들이 앞으로 생겨날 것이며, 그 때를 나는 ‘아바타의 세상’이라고도 이야기한다”며 “앞으로 엔터테인먼트와 로봇, 셀러브리티가 연계된 여러 서비스 제품들이 개발될 것으로 본다. SM엔터테인먼트 역시 미국 AI 기업 오벤과 협력해 AI와 셀러브리티를 연계하는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벤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AI 스타트업 기업으로,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가 자신의 외모와 목소리로 AI 기반의 아바타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어플리케이션 출시를 앞두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오벤과 공동 투자를 해 최근 홍콩에 AI 스타즈 리미티드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AI 스타즈 리미티드에서는 다양한 디바이스에 셀러브리티 콘텐츠를 결합시키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SM엔터테인먼트 김영민 총괄사장은 “아마존 알렉사의 목소리가 자신이 좋아하는 셀러브리티의 목소리로 대체되고, 인공지능 비서가 셀러브리티의 성격을 갖게 되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지니, 멜론, 네이버,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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