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금융불안 겪는 터키, 리라화 비트코인 거래 급증
통화가치 '휴지조각' 된 베네수엘라...비트코인 거래량 7000% 넘기도
최근 통화 가치 급락 등 금융 불안을 겪고 있는 터키에서 비트코인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다./사진=위키미디어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터키발(發) 금융불안으로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는 가운데 통화 가치가 폭락한 신흥국을 위주로 가상화폐 거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터키 리라화가 올해 들어 달러대비 가치가 70% 넘게 폭락한 상황에서 투자자들 사이에선 “신흥국 통화보다 가상화폐 투자가 더 낫다”는 말마저 나오고 있다.

13일 오전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터키 리라화 가치는 역대 최고치인 달러당 7.24리라까지 급락했다. 지난 10일 장중 23%나 급락한 데 이어 주가 바뀐 이날에도 리라화 가치 하락세는 계속되고 있다. 하룻새 20% 이상 통화가치가 급락하면서 전문가들은 터키가 디폴트(Default·채무불이행)를 선언할 가능성도 높게 점치고 있다.

교보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터키 외환보유고(1043억달러)는 단기외채(1222억달러)를 밑돌아 사실상 지급불능 상태”라며 “단기외채를 제외한 장기외채는 3444억달러로 단기 외채 상환 여부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 터키 리라화 폭락에 비트코인으로 몰리는 돈

이런 상황에서 터키 가상화폐 거래소는 나홀로 쾌재를 부르고 있다. 터키 최대 거래소인 코이님(Koinim)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비트코인 일 거래량이 평소보다 60% 이상 급증했다. 비티씨투르크(BTCTurk)와 파리부(Paribu)와 같은 가상화폐 거래소도 각각 35%, 100%씩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전세계에서 터키 리라화로 이뤄지는 가상화폐 거래량(볼륨)은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던 지난달 말 수준까지 치솟았다. 가상화폐 정보업체인 코인댄스(CoinDance)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금융불안이 가속화된 11일까지 터키 리라화로 거래되는 비트코인 거래량은 75만9026리라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 침체기가 시작된 올 2분기 이후 역대 네 번째로 많은 거래량이다. 지난 3월 이후 리라화 거래량이 75만리라를 넘어선 건 4월 28일(90만8833리라), 6월 2일(99만6871리라), 7월 21일(76만7656리라) 이후 처음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Reddit) 상에선 “비트코인을 구매하는 것이 리라를 들고 있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우스개소리마저 퍼지고 있다. 올 들어 리라화 가치가 달러대비 70% 이상 급락한 만큼 전통 화폐가 내세우는 ‘안정성’은 담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1년간 베네수엘라 볼리바르화로 거래되는 비트코인 거래량은 무려 7000% 이상 급증했다./출처=코인댄스

◆ 과거에도 신흥국 통화 가치 급락 시 가상화폐 거래량 급증

신흥국 위기설이 불거질 때마다 가상화폐 거래가 급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5월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 급락으로 촉발된 신흥국 위기 당시 필리핀과 터키, 인도, 러시아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비트코인 거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인댄스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동안 글로벌 비트코인 거래량은 6291만3842달러에서 5723만7760달러로 9% 가량 감소했다. 반면 신흥국에서는 필리핀 716만페소에서 1370만페소로 91% 폭증한 가운데 터키와 인도가 각각 28%, 러시아가 2%대 변화율을 보이며 비트코인 거래로 투자금이 모이는 모습을 보였다.

◆ ‘휴지조각’ 된 베네수엘라 볼리바르…비트코인 거래량 7000% 이상 급증

신흥국 통화 가치 급락과 가상화폐 거래량 증가. 이 상관관계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곳은 베네수엘라다. 베네수엘라는 올 연말까지 무려 100만%의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겪을 예정이다. 베네수엘라 볼리바르화 가치는 말 그대로 ‘휴지조각’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베네수엘라 볼리바르화로 거래되는 비트코인 거래량은 천문학적 규모로 급증하고 있다. 지난 11일 기준 베네수엘라 볼리바르화의 비트코인 거래량은 20조6464억 볼리바르다. 비트코인 가격이 2만달러 턱밑까지 치솟은 지난해 12월 30일 거래량(2815억 볼리바르)보다 무려 7233% 이상 폭증했다.

글로벌 가상화폐 시세가 이전의 명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유독 베네수엘라에선 가상화폐 열기가 식지 않고 있는 것이다. 터키를 비롯해 통화 위기를 겪고 있거나 앞으로 겪게 될 신흥국 전반으로 가상화폐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터키 이스탄불의 가상화폐 투자자인 ‘비트모브(Bitmov)’는 터키 리라화와 독재 정권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약 2년전부터 가상화폐 투자를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인데스크(Coindesk)와의 통화에서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서는 3년 전부터 비트코인을 사기 시작했고 터키 가상화폐 거래소에서는 1년 반 정도 됐다”며 “가상화폐는 터키 리라보다 나를 훨씬 안전하다고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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