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제3자뇌물공여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사업권 향방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신 회장 유·무죄 판단에 따라 최악의 경우 특허가 취소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1400여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일자리가 걸려있는 만큼 대법원이 최종 판단을 내리기 전까진 사업권을 유지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연합뉴스

◇검찰, 신동빈에 징역 14년 구형

검찰은 29일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강승준) 심리로 열린 신 회장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징역 14년, 벌금 1000억원을 선고해달라고 구형했다.

신 회장은 총수 일가에 500억원대 공짜 급여를 지급(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횡령)하게 하고, 롯데시네마 매점에 영업이익을 몰아주거나 부실화한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타 계열사를 동원하는 등 1300억원대 손해(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배임)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경영비리 사건과 관련해 상당 부분 무죄로 판단하고,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신 회장의 발목을 잡은 건 국정농단 재판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청탁 대가로 최순실 씨가 사실상 지배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 지원한 혐의(제3자뇌물공여)에 대해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을 진행한 2심 재판부 역시 롯데로부터 받은 70억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즉 주는 사람 존재해야 받는 이도 있는 ‘필요적 공범관계’를 인정한 것이어서 무죄를 주장하는 신 회장 측에겐 사실상 악재가 된 셈이다.

서울 송파 롯데월드타워. /연합뉴스

◇신동빈, 2심서 뇌물공여 혐의 유죄 시 월드타워점 특허 취소 위기 

2심 재판부가 신 회장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유죄 판단을 내리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특허 취소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 현행 관세법은 거짓이나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경우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도 이번 재판을 예의주시하며 특허 취소 여부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 의뢰한 ‘2015년 시내면세점 면허 취소(월드타워점, 워커힐면세점) 및 신규 특허 심사 점수조작’ 사건도 무혐의로 결론 났다.

감사원은 “김낙회, 천홍욱 전 청장을 포함한 관세청 임직원들이 면세점 특허를 심사·발급 과정에서 허위로 공문서를 작성하고 사업계획서 등 심사서류를 파기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감사원이 공개한 ‘면세점 사업자 선정 추진 실태’를 보면 관세청 직원들은 1·2차에 걸쳐 이뤄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계량평가 점수를 바꿔 한화갤러리아, 두산 등 평가점수가 뒤졌던 기업에 사업권을 내줬다. 반면 관세청 조작에 따라 1차에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점이, 2차에선 잠실 롯데월드타워점이 탈락했다는 게 감사원 지적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비위가 있었는지 폭넓게 들여다봤으나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관세청 직원들은 당시 입찰에 참여한 모든 기업에 똑같은 기준을 적용했고 심사서류 역시 내규·관행에 따라 파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월드타워점이 재선정된 2016년 4월의 3차 심사 과정은 국정농단 수사에 포함돼 있어 이번 수사 종결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입장에선 월드타워점 특허 탈락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카드를 잃은 것이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연합뉴스

◇월드타워점 특허 취소, 1400여 직원 일자리 상실

문제는 월드타워점 특허가 취소된다면 롯데면세점 임직원과 입점 브랜드 직원 등 1400여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1000여명은 입점업체 직원으로 대부분 계약직이다. 사실상 특허 취소 이후 일자리를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다른 면세점으로 발령받더라도 출퇴근 불편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2015년 월드타워점 특허가 취소됐을 당시 가장 큰 이슈는 직원들의 생계 문제였다.

아울러 특허권을 다른 사업자가 가지고 간다고 해도 월드타워점 입점업체 모두를 승계할 수도 없다. 사업장 위치와 임대료, 계약조건 등에 따라 입점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법원 최종 판단이 나온 이후 특허 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심 재판부는 신 회장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면서도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취소 여부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고려해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결심 공판에서 “신 회장은 한국 롯데그룹의 경영 전반을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지위에 있으면서 그룹을 배신하고 총수 일가의 사익을 위해 행동했다”며 “관련 증거들이 명백한 만큼 1심이 무죄 판단한 부분을 바로잡아 달라”고 주장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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