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대출 규제 여전해 집값 변동 크게 없을 것"
"월세·반전세 늘어날 듯"…임대차 시장 변화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그것도 사상 처음이라는 '제로금리'다. 보통 이렇게 되면 대출 문턱이 낮아지게 되고, 여기서 나온 자금들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부동산'으로 흘러가 주택가격에 자극을 주기 십상이다. 다만 이는 일반적인 금리인하 후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이번 금리인하 만큼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강력한 대출규제가 시행 중인 데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리가 인하됐다고 부동산으로만 유동자금이 쏠릴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0.50%포인트 인하했다. 국내 기준금리가 0%대 영역에 들어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리인하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시중에 돈을 풀어 투자나 소비 등을 활성화 시키는 경기부양 방법 중 하나다.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이 시중자금은 생산적인 부문 보다는 '안전자산' 격인 부동산에 쏠리는 경향이 크다. 결국 금리인하는 시장을 자극시키고, 집값을 올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금리인하가 집값과 반비례 구도가 짜여지게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인하 만큼은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부동산 시장은 이자 부담 경감, 레버지리 효과가 기대되기 보다는 경기 위축에 따른 구매력 감소와 급격한 시장 위축을 방어하는 정도에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산상품 중 하나인 부동산 시장도 장기적으로 구매자 관망과 심리적 위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비규제 지역에는 일부 자금쏠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출 규제를 받지 않는 비규제 지역에선 금리 인하가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고가 주택에는 대출규제가 있으니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겠지만 비규제지역의 경우 수요가 밀려들어 가격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투자수요 보다는 실수요들이 시장을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도 "코로나19 때문에 당장 금리인하 효과가 시장에 나타날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향후 코로나가 진정된 후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 진다면 비규제지역의 집값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임대차 시장에는 월세 비중이 늘어나는 등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낮은 금리로 이자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지면서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이 많아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전세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아무래도 금리가 낮으니 돈을 쟁여둬 봐야 돌아오는 이익도 적을테고 그러면 월세나 반전세 매물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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