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인, 시위대 약탈·방화에 속수무책
美 한인, 시위대 약탈·방화에 속수무책
  • 마재완 수습기자
  • 승인 2020.06.03 11:38
  • 수정 2020-06-03 08:54
  • 댓글 0

필라델피아, 한인 점포 50여곳 피해…경찰도 소극적인 대응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시카고도 약탈당해…뉴욕도 '긴장'
미국 내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인 점포들도 잇따라 약탈 피해를 당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뷰티서플라이 협회 제공
필라델피아에 투입된 주 방위군 /연합뉴스

[한스경제=마재완 수습기자] 미국 내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격화되면서 미주 한인 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치안도 사실상 공백 상태가 되면서 한인 상점 곳곳에 약탈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내 최대 규모 한인타운이 형성돼 있는 로스앤젤레스(LA)에는 캘리포니아주 방위군이 한인타운 방어에 돌입하면서 그나마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지만 타지역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비무장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46)가 사망 사건이 발생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한인 점포들이 약탈·방화에 노출된 것을 시작으로 이제는 미국의 전역에 걸쳐 피해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2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교민들에 따르면 현재까지 50개 안팎의 현지 한인 점포가 항의 시위대로부터 약탈을 당했다. 미용용품 상점 약 30곳을 비롯해 휴대전화 점포, 약국 등이다.

LA나 뉴욕만큼은 아니지만 필라델피아에도 7만명 가량의 많은 교민이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나상규 펜실베이니아 미용용품 상점 협회장은 "한인 미용용품 점포가 100개 정도있으니 대략 30%가 손해를 입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흑인 상대 영업이 주로 이뤄지는 상권에 피해가 집중됐지만 약탈에는 인종 가릴 것 없이 일부 과격 세력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펜실베니아주 시위 규모는 주방위군이 배치된 이후 다소 수그러들었다. 다만 주방위군이 다운타운에 집중 배치되다 보니 도심권에서 벗어나 있는 한인 상권은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샤론 황 필라델피아 한인회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다운타운은 펜실베이니아주 병력이 나서면서 약간은 자제가 된 것 같은데 한인 커뮤니티는 지금도 상당히 불안한 상태"라고 걱정했다.

현지 경찰도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해 문제가 심각하다. 한인 소유의 한 대형 상가가 4~5시간 동안 약탈당했지만 수차례 신고에도 경찰은 출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약탈 규모는 도합 300만~400만 달러 상당의 현물로 약탈범들은 길가에 트럭을 세워두고 박스째 물건을 실어갔다는 증언도 나왔다.

나 협회장은 "자정뿐만 아니라 새벽 2~3시에도 6~10명씩 몰려다니면서 털고 있는데 심야 통행 금지는 있으나 마나"라며 "우리는 그저 앉아서 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인 점포들도 잇따라 약탈 피해를 당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뷰티서플라이 협회 제공
미국 내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인 점포들도 잇따라 약탈 피해를 당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뷰티서플라이 협회 제공

시카고에서도 한인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시카고는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발생한 미니애폴리스에서 남동쪽으로 약 400마일 떨어진 곳이며 차로 6시간 정도 거리에 위치해있다.

지역매체 CBS 시카고는 시카고 사우스 사이드 지역에서 약탈 피해를 당한 한인 김학동씨 사연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31일 저녁 김씨는 자신의 상점에 있는 상태였음에도 무력하게 약탈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제발 그만하고 이곳에서 나가 달라고 했고, 그들도 처음에는 이해하는 듯했다"라며 "하지만 시위대가 점점 늘어났고 나중에는 20~30명이 몰려와서 약탈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라고 했다.

김씨는 "시위를 이해한다. 그렇지만 왜 작은 점포를 부수는가. 왜 점포에 들어와서 물건들을 털어가는가"라며 "이건 옳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딸 김하나 씨는 "아버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그저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약탈자들이 우리의 모든 것을 들고 가는 것을 보는 것뿐이었다"라고 허탈해했다.

1980년대 시카고에 이민한 김씨는 노력 끝에 9년 전 '시티 패션'이라는 가게를 열었다.

뉴욕의 한인사회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인타운이 있는 맨해튼 32번가 주변이나 퀸스 플러싱·베이사이드 등은 시위대의 주요 동선과는 다소 떨어져 있지만 하지만언제 불똥이 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있다. 아직 한인 업체의 약탈 피해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브롱스크를 비롯해 흑인 상대 영업 활동이 많은 지역에서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다행히 LA 한인타운에는 주 방위군이 전격 투입된 상태다. 주 방위군 병력은 전날 오후 웨스트 올림픽대로에 위치한 한인 쇼핑몰 갤러리아 등 주요 방어지점 3∼4곳에 배치돼 삼엄한 경계에 들어갔다. 주 방위군은 항의 시위 사태가 끝날 때까지 LA 경찰과 함께 한인타운에 주둔하면서 지난 1992년 'LA 폭동 사태'의 재연을 막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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