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은행, 순이자마진 역대 최저...증권사는 채권평가익, 거래 수수료 등 급증
제로금리로 인해 은행과 증권사의 희비가 엇갈렸다./그래픽 김민경기자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코로나19 확산과 경기둔화 우려로 제로금리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보다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고객들의 발길이 은행을 떠나 증권사로 향하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 연이어 터진 DLF(파생결합펀드)와 라임펀드 사태도 은행 고객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제로금리로 인해 수익성 악화와 고객이탈이라는 두가지 악재에 직면했다. 반면 증권사들은 연이은 금리인하로 인한 채권 평가이익 확대와 최근 증시 반등에 따른 수수료 수익 증가로 웃음 짓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들의 지난 1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46%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은행들의 순이자마진 하락세는 1년 전부터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들의 사업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다만 1분기 시중은행들의 이자이익은 10조원을 상회하면서 1년 전과 유사한 수준을 달성했다. 순이자마진이 소폭 하락했지만, 대출채권 등 운용자산이 증가한 덕분이다.

하지만 은행의 주 수익원인 이자수익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해 주력했던 금융상품 판매 부문에서 연이어 대형 사고가 터지면서 향후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

실제로 DLF와 라임펀드 사태 이후 일선 은행지점에서의 금융파생상품의 판매는 자취를 감췄다. 금융감독원이 상품 판매에 대한 규제에 나섰으며, 은행들 역시 유사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조보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지난 3월 기준금리 50bp(1bp=0.01%포인트) 인하와 5월 추가 25bp 인하 단행을 감안 시 은행업종의 순이자마진은 그 훼손의 정도가 예상보다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향후 경기 충격 장기화로 인한 잠재성장률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자산가격 불안정성 확대 및 금융 건전성 훼손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중 시중은행들의 위험가중자산 증가율은 4.7%를 기록해 자본 증가율(1.0%)을 큰 폭으로 상회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영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대출이 무려 32조원 이상 늘었으며, 환율상승 등에 따른 장외파생상품 관련 위험가중자산도 16조원 가량 증가하는 등 신용위험가중자산이 53조원 이상 늘었다. 또한 시장변동성 확대로 인한 시장위험가중자산도 6조원 이상 증가했다.

다만 시중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 기본자본비율, 보통주자본비율은 규제비율 대비 3~4%포인트 가량 상회하는 안정적인 수준이다.

이에 대해 조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잠재적 부실기업 증가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분기 은행업종의 전반적인 자산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을 기록해 시장 참여자들의 혼란이 커진 바 있다"면서 "현재까지 자산건전성에 영향을 미칠만한 의미 있는 연체나 부도, 도산과 같은 이벤트가 일어나지 않았을 뿐, 코로나19 여파 반영은 시작 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최근 급증했던 기업대출의 성격이 상당수 긴급자금 지원 목적임을 감안하면 향후 (은행들의) 대손비용 증가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반면 증권사들은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금감원이 파악한 국내 증권사들의 지난 1분기 채권 관련 손익은 1조 6417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조 1611억원 증가했다.

또한 코로나19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주식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1분기 3조원 가량 수수료 수익을 올렸다. 이는 전분기 대비 4200억원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주식 거래대금 증가로 인한 수탁수수료가 1조 4000억원 가량을 기록, 전분기 대비 5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국내 주식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작년 9조원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 4~5월에는 20조원 수준까지 확대됐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급락으로 증권사들은 1분기 상당한 투자자산의 평가손실을 입었지만, 이는 4월 이후 증시의 브이(V)자 반등에 힘입어 상당 부분 회복됐다. 증시 반등으로 인해 고객 자금이 연이어 유입되면서 고객예탁금은 작년말 27조원에서 현재 45조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증권업은 위기와 기회의 경계에 있다"며 "코로나19 종식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현 시점에서 IB(투자은행)나 트레이딩 부문의 완전한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역대 최대 수준의 고객예탁금 및 거래대금은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로금리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보다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고객들의 발길이 은행을 떠나 증권사로 향하고 있다./픽사베이 제공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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