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수소차를 85만대를 공급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범국가적인 수소경제 컨트롤타워인 수소경제위원회도 출범했다. 2040년까지 수소 전문기업 1000개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올 1분기 기준 국내 수소차(1230대), 충전소(30기) 보급율은 세계 최고다. 정부는 전기차 대비 긴 주행거리와 짧은 충전시간 등 수소차 강점을 살려 대형화물차, 중장거리 버스 등 보급 차종을 확대할 계획이다. 구매 보조금 등 재정지원도 늘린다. 

수소 시범도시도 확대한다. 울산, 안산, 전주·완주, 삼척 등에 추가해 3기 신도시 5곳 중 2개 내외를 수소도시로 조성키로 했다. 공동주택 연료전지 발전, 수소충전소 및 수소버스를 공급한다. 

휘발유나 경유를 연료로 하는 내연기관 시대를 접고 전기차를 뛰어넘어 곧바로 수소차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게 우리 정부의 계획인 셈이다. 한스경제는 본격적인 수소경제시대를 맞아 변화하는 국내외 수소기술의 미래를 진단하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최근 정부가 그린뉴딜 사업 활성화를 위해 재정투자와 함께 제도 개선에 나선다고 밝히자 국내 기업들이 친환경 분야에서 투자를 통한 미래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로 꼽히는 수소전기차(FCEV)·순수전기차(BEV) 등을 선보이며 시장을 확대해 나간다.

21일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수소전기차 전용 모델 ‘넥쏘’는 올해 상반기까지 내수용으로 2612대, 수출용 680대를 포함해 총 3292대를 판매했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69.0% 늘어난 수치다.

넥쏘의 경우 지난 2018년 3월 출시 이후 누적 판매는 1만144대로 내수시장을 비롯해 올 상반기에는 호주에 첫 수출을 시작하는 등 해외시장도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현대차는 향후 충전시간을 단축하고 주행거리를 높인 넥쏘 후속모델을 3~4년 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현대차는 올해 안에 수소전기차 국내 판매 목표를 1만100대로 설정하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미래 친환경 모빌리티 시장에 대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지난해 12월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현대차는 오는 2025년까지 수소전기차의 연간 판매량을 11만 대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수소전기차 대중화 및 확산에 대한 의지를 더욱 구체화했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를 주력으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현대차는 순수전기차와 더불어 수소를 활용한 수소승용차, 수소트럭, 수소버스 등 다양한 라인업을 통해 시장 확대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현대차 넥쏘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국내 수소차 시장도 커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전세계 수소차 시장에서 한국의 비중은 52.4%(2019년 10월 기준)로, 전체 절반 이상의 수소차가 한국에서 판매됐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도 전세계 수소차 시장 규모가 2022년 26만대, 2030년에는 220만 대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가 전기차와 더불어 수소차에 핵심역량을 발휘하는 이유는 전기차 대비 빠른 충전과 장거리 이동이 용이하다는 점 때문이다. 수소차의 경우 연료 게이지를 최대한으로 채우는데 10분이 채 걸리지 않지만 전기차의 경우 충전시간만 수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전기차는 현재 400km(킬로미터) 수준의 주행거리를 달릴 수 있지만 수소차의 경우 650km의 거리를 주행할 수 있고, 이차전지를 사용하는 만큼 연료 무게도 가벼워 장거리 주행시 더 선호된다.

여기에 현대차가 보유한 수소차의 우수한 기술력 역시 강점이다. 지난해 7월 독일 유명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모토&슈포트'는 수소차 부문에서 현대차 넥쏘를 언급하며 1회 충전에 600km 이상을 이동하는 항속거리와 연비 등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은 물론 최고속도, 실내공간 등 상품성 측면에서 우수하다고 호평했다.

넥쏘의 파워트레인은 지난 2018년 말 미국 유력 자동차 매체 '워즈오토'로부터 '세계 10대 엔진'에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수소차의 장점은 수소전기트럭에서 진정한 의미를 더한다. 지난 2015년 트레버 밀튼(Trevor Milton)이 창업한 '니콜라'는 수소트럭을 만드는 회사로 올해 6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자 시가총액 23조4762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시중에 상용모델 하나 내놓지 않았지만 수소트럭에 대한 기대감에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다.

세계 첫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 스위스 수출

반면 현대차는 지난 6일 세계 최초로 양산한 수소전기 대형트럭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10대를 스위스로 수출하는 등 이미 수소트럭 양산체계 구축에 돌입했다. 현대차는 스위스 수출을 시작으로 독일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등 공급지역을 유럽 전역으로 확대하고 나아가 북미 상용차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글로벌 수소트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향후 1회 충전 주행거리가 1000km 이상인 수소전용 대형트럭 콘셉트카 ‘HDC-6 넵튠(Neptune)’ 기반의 장거리 운송용 대형 트랙터를 선보이고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이동형 수소연료전지 발전기를 선보이고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의 다양한 산업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도 엿보고 있다.

현대차가 선보인 이동형 수소연료전지 발전기는 수소전기차 넥쏘에 탑재된 연료전지 스택 2기를 결합해 제작한 발전용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이다. 별도의 보조 전력저장장치 없이 연료전지 스택만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160kW의 최대 출력을 갖춰 정전 등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전기 공급이 가능하며, 섬이나 고산지대, 사막, 극지 등 전기 공급이 어려운 지역과 영화·방송 등 야외 촬영 현장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2대의 전기차를 동시에 급속 충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승용차는 물론 배터리 용량이 큰 전기 버스와 트럭 등의 상용차 충전도 가능하다. 돌발 상황에서 충전이 필요한 전기차 모터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어 활용 범위가 매우 넓은 것이 강점이다.

이에 현대차는 연료전지시스템을 승·상용차뿐 아니라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기차, 선박 등 다양한 모빌리티 분야로 확대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전념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현대차는 수소전기차 보급과 수소충전 인프라 확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확대 적용 등 글로벌 수소생태계 조성과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협력사업을 전방위로 펼치고 있다.

작년 9월엔 엔진·발전기 분야 선도업체인 미국 '커민스'사와 북미 상용차 시장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공급 협약을 맺었고, 올해 초에는 미국 에너지부와 수소연료전지 기술혁신과 적용 분야 확대를 위한 협력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국내에서는 수소전기 트럭 도입 확산을 위해 지난 2월 여수광양항만공사와 수소전기 트럭 시범운영과 광양항 내 수소충전소 개소 등에 협력키로 했으며, 5월에는 환경부, 산업부, 국토부, 현대글로비스, CJ대한통운, 쿠팡 등 다자간 협력을 통해 수소전기 트럭을 군포·옥천 구간 등 실제 물류 노선에 투입하고 2023년에 양산 모델을 투입키로 했다. 서울시와 울산시, 창원시 등 지자체와도 협력하고 있다. 

지난 1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수소차 생산설비 추가에 대해 “앞으로 수요가 늘면 투자를 계속해야 할 것 같다”며 “수소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정부, 지자체, 기업들이 같이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kimck@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