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코로나19 치료제 선점 연구개발 경쟁 치열…올 1분기 셀트리온-한미약품 순
제약바이오 10곳, 지난해 1조3040억 R&D 투입…전년 대비 11.5%↑
제약·바이오업계의 R&D 투자가 계속 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R&D(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계속 이어 가고 있다. 

지난해 분기당 평균 R&D 투자규모 보다 올 1분기 규모가 더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매출 상위사들의 R&D 투자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이는 단기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면서,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코로나19 치료제 선점을 위한 연구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27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 10곳의 지난해(2019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은 전년(2018년)보다 1348억원(11.5%) 늘린 1조3040억원을 R&D에 사용했다.

이중 셀트리온, 한미약품이 전년보다 각각 4.9%, 8.8% 늘린 3031억원, 2098억원을 신약개발에 쓰면서 1~2위를 차지했다.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R&D 투자현황./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제공

올해 1분기 R&D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 곳은 셀트리온으로 774억 원을 사용했고, 이어 한미약품이 540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이어 유한양행(351억원), GC녹십자(333억원), 종근당(301억원), 대웅제약(298억원), 동아에스티(186억원), 일동제약(155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138억원), JW중외제약(107억원) 등이 분기 100억 원 이상을 R&D에 투자 했다.

우선 셀트리온은 지난해 매출 1조1285억원 가운데 26.9%(3031억원)를 투자해 500대 기업 중에서도 R&D 비중이 가장 높았다.

우선 셀트리온은 지난 2002년부터 제품 개발 및 각종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등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 진출을 목표로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예견하고 준비해왔다.

그 결과,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제품개발기술에 있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개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09년부터 다수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개발, 임상, 판매허가 등을 진행하고 있다.

셀트리온이 최초로 글로벌 시장 상업화에 성공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CT-P13)는 전세계 최초의 단일클론 항체 바이오시밀러 제품이다.

또 셀트리온은 지난 3월부터 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 '램시마SC'를 판매했다. 램시마SC는 미국과 유럽, 한국에서 판매 중인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피하주사 제형으로 만든 제품이다. 램시마 외에도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허쥬마', 맙테라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 등 바이오시밀러를 미국 시장에 발매했다.

특히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최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올해 9월 코로나19 항체 치료제의 상업 생산을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현재 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연구 개발에만 총 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올해 3분기 안에 임상 1상을 완료한 뒤 후속 임상 절차를 밟고, 내년 상반기에 상용화하는 게 목표다. 임상 2상은 200∼300명, 3상은 2000∼3000명을 계획 중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매출액(1조1136억원)의 18.8%인 2098억원을 연구개발에 사용했다. 또 올해 1분기 매출(2881억원)의 18.8%에 해당하는 541억원을 R&D에 투자했다.

한미약품의 R&D 투자 금액은 파트너사인 사노피가 글로벌 임상 3상 연구비를 더 많이 부담하기로 하면서 전년보다 효율화 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반적인 국내 경제가 침체국면을 맞았지만, 한미약품의 주요 개량·복합 신약들은 지속적인 매출 호조세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특히 고혈압치료 복합신약 아모잘탄패밀리(285억원), 고지혈증치료 복합신약 로수젯(228억원), 발기부전치료제 팔팔(111억원), 역류성식도염치료제 에소메졸(104억원) 등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한미약품은 현재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 29개 중 절반 이상인 17개 후보물질을 바이오신약으로 개발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호중구감소증, 비만, 당뇨,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선천성고인슐린증 등 대사질환과 희귀질환 등 분야에서 First-in-class 바이오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한미약품은 “최근 개발 중인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랩스 트리플 아고니스트'(HM15211)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이 약은 바이오의약품의 약효 지속시간을 늘려주는 한미약품의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를 적용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현재 미국 FDA 허가를 받아 임상 2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유한양행은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지만 오히려 R&D 투자비율은 9.3%에서 11.2%로 확대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억 원이 더 투자된 규모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길리어드사이언스·베링거인겔하임 등과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 신약후보물질을 약 2조 원(1655백만달러) 규모의 기술수출 체결에 성공하는 등 연구개발에 본격적인 결실을 맺고 있다.

특히 2018년말 미국 얀센바이오테크에 기술수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이 올 들어 다국가 임상 3상에 돌입, 그동안의 노력이 곧 결실을 맺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 R&D 투자 규모를 지난해 1400억원에서 올해 2000억원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유한양행 측은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기 위해)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GC녹십자는 지난해 1507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올 1분기 투자액은 333억 원으로 분기 평균에 비해 44억 원 정도 줄었다.

GC녹십자의 A형 혈우병치료제 ‘그린진에프’는 지난해 5월 중국허가 신청을 완료하고 올해 중국에서 시판허가가 전망되고 있다. 면역글로불린 ‘IVIG-SN’과 헌터증후군치료제 ‘헌터라제’도 각각 미국 진출을 위한 3상과 2상 임상에 진입해 성과가 기대된다.

아울러 녹십자홀딩스(GC)는 최근 핵심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던 북미 혈액제제 계열사 2곳을 5500억원에 매각했다. GC가 북미 자산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은 연구개발 또는 신성장 확보를 위한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종근당은 지난해 매출액 대비 13%인 130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올해는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에 1500억 원 이상 투자를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새로운 기전으로 주목 받고 있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CKD-508’이 영국 규제당국(MHRA)으로부터 임상 1상을 승인 받았다. 또 항암이중항체 ‘CKD-702’가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전임상 결과를 발표하는 성과를 거뒀다. 2월에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CKD-506’의 전임상 결과를 ‘유럽 크론병 및 대장염 학회’에 발표해 참석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대웅제약은 올해 개방형 협력을 통한 혁신 신약 개발을 경영 방침 중 하나로 발표하고 넥스트 나보타를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콜라보레이션을 추진 중이다.

올 초에는 영국 바이오 기업 아박타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조인트 벤처인 ‘아피셀테라퓨틱스’를 설립했다. 아피셀테라푸틱스는 대웅제약과 아박타의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세포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또한, 인공지능을 접목한 신약 설계 플랫폼을 보유한 미국 바이오 기업 A2A파마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AI를 기반으로 한 항암 신약을 공동 연구개발 중에 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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