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이 무산됐다./픽사베이

[한스경제=조성진 기자]  산업은행이 지난 11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이(M&A)가 무산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직접 정몽규 HDC그룹 회장을 만나 인수대금을 깎아주기로 제안하는 등 매각을 성사시키려고 노력했지만 끝내 M&A가 무산된 것이다.

채권단은 M&A 무산에 따른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위기와 항공기 운항 차질 등 악영향을 최소화하자 범정부 차원의 정상화 방안을 실행할 계획을 밝혔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의 자체 정상화를 목적으로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해 신규 크레딧 라인(Credit Line) 2조4000억원을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를 통한 경영쇄신과 자구계획을 지속하는 한편 ▲노선 최적화 ▲비용 절감 등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구조조정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이 순환 휴직을 하고 임직원 급여를 감축한 것을 이유로 당장 이를 실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은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는 금호고속에도 긴급 유동성을 지원하는 등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와 경영안정을 위한 다각적인 조치를 실행해 나가고, 여건이 조성되는 대로 책임있고 능력있는 경영주체 앞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재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1일 아시아나항공 본사를 방문해 임직원들을 만나 정부와 채권단의 정상화 의지와 계획을 설명하고, 회사 임직원들의 고통분담과 경영쇄신 등 정상화 노력을 당부했다.

산업은행은 앞선 제15차 기금운용심의회에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건을 의결했다.

심의위원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항공업 전반의 위기 상황에서 만약 아시아나항공의 M&A가 무산된다면, 대규모 실업 사태뿐 아니라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는 등 국가 경제적으로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었기 때문에 그간 심도있는 논의 과정을 거쳐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을 결정하게 됐다고 산업은행을 설명했다.

지원 금액은 시장안정화 필요자금 2조1000억원, 유동성 부족자금 3000억원 등 총 2조4000억원이며, 지원 방식은 운영자금 대출 1조9200억원(80%), 영구전환사채(CB) 인수 4800억원(20%)이다. 시장안정화 필요자금이란 M&A 무산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상환 의무가 발생하는 금융채무(ABS, 금융리스 등)의 상환 대비용 자금을 일컫는 말이다.

금호산업은 HDC현대산업개발에 아시아나항공 매각 계약을 해제한다고 통보했다. 지난해 말,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및 6개 계열사를 2조5000억원에 매입하기로 계약한 지 9개월여 만의 일이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오른쪽)이 '아시아나 우선협상자 발표'에 참여했다./연합뉴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HDC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항공 산업뿐만 아니라 나아가 모빌리티 그룹으로서 한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큰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아시아나의 재무건전성 등을 이유로 인수를 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시아나항공은 2분기 기준 매출액 8186억 원, 영업이익 1151억원, 당기순이익 1162억원을 기록하며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상반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291%로 지난해 말 대비 900%포인트 이상 급증했다.

한편 이번 M&A가 무산됨에 따라 계약금 반환을 둘러싼 양측의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현재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보증금으로 2500억원을 납입한 상태다. 하지만 산업은행의 아시아나항공 할인 제안을 거부한만큼 계약금을 온전히 돌려받지는 못할 가능성이 크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이번 거래를 마무리할 수 없다고 한 HDC현대산업개발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채권단이 코로나19로 인한 손실을 분담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장기간 재실사를 요구안을 고수하는 등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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