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업계 성장으로 개발자 수요 급증, 개발자 잡기위한 경쟁적인 연봉 인상
중소기업 개발자 채용난 심화, 연봉 갈등 등 불안요소 잠재
엔씨소프트 판교 R&D 센터(위), 넥슨 사옥 /사진=엔시소프트, 넥슨

[한스경제=김재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큰 성장을 이룬 IT‧게임 업계에 연봉 인상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개발자 수요가 증가하면서 인재 유출을 막고 개발자를 육성하려는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이 같은 연봉 경쟁으로 개발자들의 처우 개선과 신입 공채 활성화는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양극화가 심한 국내 업계 특성상 중소기업들의 개발자 채용난, 경쟁적인 연봉인상의 후유증 등 우려도 존재한다.

업계의 경쟁적인 연봉인상…업계 양극화 심화, 개발-비개발 갈등 등 불안요소 잠재

지난달 게임사 넥슨이 연봉 일괄 인상을 발표한 후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대형 게임업계의 연쇄적인 연봉인상이 시작됐다. 이후 펄어비스, 크래프톤 등 중견 게임사를 넘어 카카오 등 IT업계에도 연봉 인상 바람이 번졌다.

업계 양극화가 심한 상황에서 대기업 중심의 연봉 인상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기업에겐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대기업에 비해 자본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은 자사의 개발자 유출은 물론 생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지적재산권(IP)이 업계의 경쟁력이자 수익 수단인 IT‧게임 업계에서 개발자를 놓치는 것은 단순 직원 유출이 아니라 회사의 기술과 노하우가 유출되는 것이다. 때문에 어려운 경제적 여건 속에서도 개발에 매진하는 중소기업은 인재 유출이라는 악재에 부딪치고 있다.

한 중소 개발사 관계자는 “업계의 연봉 인상 경쟁이 심화 되면서 개발자들의 연봉을 맞추기 점차 힘들어 지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정에 기대어 붙잡거나, 힘들지만 최대한 업계 수준에 맞추기 위해 노력중이다”고 말했다.

또한 개발 직군과 비개발 직군 간의 연봉 격차도 커지면서 직군 간 연봉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6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개발자 연봉 상승 얘기에 마음이 흔들린다"며 "연구직 처우도 개선되면 좋겠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실제로 넥슨의 경우를 살펴보면 개발직 신입사원 초임 연봉은 5000만원으로 비개발 신입사원보다 500만원이 많다. 기존 개발직과 비개발직의 초봉 각각 4200만원과 3700만원으로 500만원 차이다.

엔씨도 개발직의 연봉을 1300만원을 인상했지만 비개발직은 1000만원을 인상하며 연봉격차가 더 커졌다. 크래프톤도 개발직 초봉 6000만원 비개발직 초봉 5000만원으로 확정하면서 1000만원의 차이가 난다.

IT업체에서 비개발 직군 종사하는 이 모씨(38,남)는 “근무 8년차가 돼서야 연봉이 5000만원이 조금 넘었다”며 “신입 개발자 초봉이 8년차인 나와 비슷한 걸 보면 직군 간 연봉 차이는 더 벌어질 것이 뻔하다”고 성토했다.

카카오 제주 본사(왼쪽), 넷마블 신사옥 '지타워' / 사진=카카오, 넷마블

 “연봉 인상 후유증 나타날 수도, 워라벨, 근무 여건 등 개선도 고려해야”

개발자 직군에 연봉이 상승하면서 개발 직군으로 이직을 준비하거나 문과계열 전공자들이 개발자 학원에 등록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29일 패스트컴퍼니에 따르면  IT 개발자 취업 교육 프로그램 '네카라쿠배 프론트엔드 취업완성 스쿨 1기' 모집 결과 서류 통과자 중 64%가 개발 분야와 관련 없는 비전공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프로그램은 15명을 선별하는데 지원자 4185명이 지원해 279: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결과는 최근 개발자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가 증가해 해당 직군의 연봉이 다른 분야에 비해 크게 높아 비전공자들도 개발 직군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개발자들의 연봉과 인기가 높아지고 해당 분야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내부에서는 걱정과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봉을 올라가더라도 근무 환경과 업무 강도는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다.

IT‧게임 업계의 평균 근속연수를 보면 네이버(5년 8개월), 카카오(5년3개월), 엔씨(5년6개월)는 모두 6년이 채 되지 않는다. 다른 산업계인 삼성전자(12년 4개월)나 현대자동차(18년8개월), KB금융(15년1개월)보다 훨씬 짧다.

한 게임 개발자는 “연봉이 올라 개발자들에 대한 인식과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건 좋은 일이지만 주위 개발자들은 들뜬 분위기는 아니다”며 “최근 경력이 많은 개발자들도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연봉만 올라갔을 뿐 업무 강도나 근무 환경은 나아진 것이 거의 없다”며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안 그래도 힘든 업무 환경 속에서 연봉까지 인상되면 그만한 성과를 내야한다는 부담감이 더 가중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게임 업계 관계자는 “최근 업계의 연봉 인상은 서로가 경쟁적이고 충동적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며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정확한 방향성 없이 무턱대고 연봉을 올리는 것은 분명 후유증이 나타날 수도 있고 오래 유지하기도 힘들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그는 “개발자들은 프로젝트 하나를 담당하더라도 야근은 물론 가족들 얼굴도 자주 못본다”며 “단순하게 돈을 더 주고 일을 시킨다는 방식이 아닌 일하기 좋은 환경과 워라벨을 맞춰 주는 방식이 더 좋은 방안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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