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 1순위 청약 경쟁률 809.1대 1로 역대 최고 경신
시세 차익 최소 10억… 정부 '공급 확대' 공언했지만 '로또 청약' 열기 그대로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기조에도 청약시장 열기는 식을 줄 모르는 분위기다. 새 임대차법과 부활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장 과열을 야기했다는 평가다. 분양경기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청약 광풍 범위는 지방까지 확산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 일대의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 동탄역 역세권 아파트, 역대 최고 경쟁률 ‘경신’
1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 1순위 청약에서 302가구 모집에 총 24만4343명이 신청해 평균 809.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5년 대구 수성구 황금동에 공급된 ‘힐스테이트 황금동’의 1순위 청약 경쟁률 622.2대 1을 경신한 역대 최고 기록이다. 올해 1월 분양한 경기 성남시 수정구 착공동 ‘위례 자이 더 시티’ 1순위 경쟁률인 617.6대 1보다도 훨씬 높다.

최고 경쟁률은 5435.9대 1로 전용면적 102㎡A 기타경기(화성시를 제외한 경기도 지역) 지역에서 나왔다. 이 밖에 전용 102㎡B 기타경기(3734.5대 1), 102㎡A 기타지역(2985.4대 1), 102㎡B 기타지역(2125.9대 1), 84㎡A 기타경기(1302.6대 1) 등이 네 자릿수 경쟁률을 보였다.

앞서 진행된 특별공급 청약에선 기관 추천분 36가구를 제외하면 총 193가구 모집에 3만9783명이 지원해 20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특공과 1순위 청약 지원자 수를 전부 합치면 28만명이 넘는다.

이 단지에 이토록 많은 인원이 몰린 이유는 무엇일까.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는 지하 6층~지상 49층, 3개 동, 전용면적 84·102㎡, 총 531가구로 조성된다. 수서고속철도(SRT) 동탄역이 바로 앞에 위치한 역세권 단지다. 인근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동탄~인덕원선, 동탄 트램(노면 전차) 등도 개통할 예정이다,

입지와 교통 등 여러 호재를 갖추고 있기도 하지만 가장 큰 특징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됐다는 점이다. 3.3㎡당 평균 분양가가 1367만원 수준으로 전용면적 84㎡ 기준 분양가는 최고 4억8867만원이다.

인근에 위치한 ‘동탄역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7.0’ 전용 86.23㎡가 지난 2월 14억7500만원에 거래된 걸 감안하면 최소 10억원에 달하는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온라인상에는 같은 평형대가 호가 15억원에 올라와있다.

일각에선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련 규제와 주택담보대출 심사 시 입주 시점 시세를 기준으로 한다는 점(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담대 불가), 실거주 의무 5년 및 전매제한 10년이 걸려있다는 점을 들어 당첨되더라도 중도 포기자가 속출할 거라 내다보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워낙 큰 시세 차익이 수요자들의 심리를 자극했다. 또 정부의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으로 향후 분상제 적용 단지도 분양가가 높게 책정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사실상 마지막 ‘로또 청약’이 가능한 단지로 인식된 점도 경쟁률 상승에 한몫했다.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 조감도. /대방건설 제공

◆ 정부 ‘공급 확대’ 기조에도 여전한 청약 열기
정부가 최근 2·4 주택공급대책 등을 발표하며 ‘쇼크’ 수준에 달하는 물량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분양 열기는 뜨겁다. 부동산114와 직방이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1년간 94.1대 1을 기록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2017년 5월부터 2018년 4월까지 1년간 경쟁률인 15.1대 1과 비교하면 6배가 넘는 수치다. 범위를 전국 아파트로 넓혀도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12.6대 1에서 24.6대 1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매년 평균 경쟁률이 상승했지만 그 중에서도 최근 1년간 상승률이 가장 가팔랐다. 경기와 인천 경쟁률은 문 대통령 임기 1년차에 각각 6.1대 1, 6.5대 1을 기록했다가 4년 차 들어 27.3대 1, 22.8대 1까지 치솟았다.

평균 청약 당첨 가점도 크게 올랐다. 2017년 서울 최저 당첨 가점 평균은 45.5점이었지만 올해 64.9점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경기는 36.3점에서 42.9점, 인천은 33.1점에서 46.8점으로 뛰었다.

지난해 하반기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시장이 불안해졌고, 민간택지 분상제 부활 등이 겹치면서 청약시장이 여느 때보다 과열됐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채상욱 포컴머스 대표는 지난 7일 열린 ‘미래 지향적 서울 주택정책 제안’ 세미나에서 “현재 발표된 200만호가 넘는 주택공급 계획도 공공이나 특별공급이 대부분이다 보니 3040세대는 이 계획이 자신들에게 돌아올 거란 기대감도 낮은 상황”이라고 청약시장이 과열된 원인을 진단하며 “계획된 공급 물량이 시장에서 잘 배분될 수 있도록 청약제도 개편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5월 분양경기실사지수(HSSI) 전망. /주택산업연구원 제공

◆ 청약시장 ‘광풍’, 지방까지 불어닥친다
이 같은 청약시장 광풍 현상은 비단 수도권만의 일은 아니다. 12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민간 아파트 초기 분양률 동향 자료에 따르면 5대 지방 광역시(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 및 세종의 올해 1분기 평균 초기 분양률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4년 이래 처음으로 100.0%를 기록했다.

초기 분양률은 아파트 분양 초기 시점의 총 분양 가구 수 대비 계약 체결 가구 수 비율을 집계한 것으로 HUG가 주택 분양보증서를 발급한 뒤 입주자 모집 승인을 받아 분양한 30가구 이상 전국 민간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다.

5대 광역시·세종시 민간 아파트 초기 분양률은 지난해 1분기 95.8%로 시작해 2분기 97.6%, 3분기 98.6%, 4분기 99.1%로 네 분기 연속 상승한 뒤 올해 역대 최초로 100.0%를 달성했다.

충남(100.0%)과 전북(99.9%), 경북(98.9%), 경남(91.0%) 등도 여전히 높은 초기 분양률을 보였다.

이런 현상에는 정부가 지난해 12월 전국 37곳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강수를 둔 정책이 영향을 끼쳤다는 게 중론이다. HUG가 규제지역으로 묶인 곳을 모두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이들 지역 민간 아파트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책정돼 ‘로또 청약’ 열풍이 거세졌다는 것이다.

치솟는 청약 열기에 웃는 쪽은 건설업계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전국 분양경기실사지수(HSSI) 전망치는 99.5로 전월 대비 6.9포인트 올랐다. 6개월째 90선을 지속하며 기준선인 100 바로 아래를 밑돌고 있다.

HSSI는 분양을 앞두고 있거나 분양 중인 아파트 단지 분양 여건을 공급자 입장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다. 주택사업 업체(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 회원사)를 상대로 매달 조사가 이뤄진다. HSSI가 100을 초과하면 분양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것을,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서울(114.0)과 경기(112.2), 인천(109.7)은 이달 100선을 웃돌아 분양 호조 전망을 유지했다. 서울은 2018년 9월 이후 약 32개월만에 110선을 넘어섰다.

지방에서도 분양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했다. 부산은 106.5포인트로 전월 대비 15.5포인트 급등해 지난 2019년 12월 이후 17개월만에 기준선을 상회했다. 대전(107.6), 세종(105.2) 등도 기준선을 웃돌았으며 이달 전국에서 가장 낮은 전망치를 기록한 제주(89.4)도 지난달보다 19.4포인트 치솟았다.

주산연은 “비규제지역인 기타 지방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지며 분양시장 호조 전망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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