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부, 예보 지분 이용 경영 간섭 한다면 민영화는 또 다시 물거품이 될 수도…

[한국스포츠경제 송남석 부국장] 무려 16년을 끌어온 우리은행 민영화가 비교적 무난히 첫 단추를 뀄다. 정부가 2001년 공적자금을 투입해 우리금융지주 지분 100%를 사들인 뒤 무려 5차례만에 이뤄낸 성과이니 만큼 여러가지 우려에도 불구, 평가받아 마땅한 일이다.

이번 지분분할 매각 방식을 보면 정부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 중인 우리은행 지분 51.06% 중 29.7%를 한화생명 등 7개 과점주주에게 매각, 2조4천억원의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그림이다. 문제는 이번 지분분할 매각 이후에도 정부가 예보를 통해 21.6%(2조794억원)의 지분을 갖는다는 점이다. 정부가 여전히 우리은행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때문에 매각 절차가 완전 마무리돼도 정부가 우리은행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구조는 아니다.

물론 정부는 남은 지분도 빠른 시간 내에 매각, 완전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해왔다. 하지만 완전 민영화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논란과 진통,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시장이 우리은행 완전 민영화에 의문 부호를 붙이며 주시하는 이유다.

그동안 4차례에 걸친 우리은행 민영화 실패 사례를 보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대의명분 외에 정부가 인사권과 경영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탓도 크다. 정부나 정치권이 일부 금융사에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내 불협화음을 내는 등 잡음사례를 너무나 쉽게 봐 오지 않았는가.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의 낙하산이나 정피아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에 예보에서 파견된 비상임이사 1명을 임원추천위원회에 불참시켜 주주들이 자율적으로 은행장을 선출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우리은행 완전 민영화 관련, 두번째 윤곽은 다음달 30일 새 주주들의 사외이사 추천 과정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2차 시험대다. 이광구 행장 연임 여부도 이때쯤 기본방향을 잡게 된다.

현재 금융계에서는 임기를 한달여 남겨둔 이광구 행장의 연임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예년에 없을 정도의 경영실적 달성에 최대 숙원사업이었던 매각을 성사시켰다는 점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여기에 민영화 이후 은행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적임자라는 평가는 가점 요인이다.

이광구 행장의 민영화와 연임에 대한 의지 역시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해 보인다. 이 행장은 어제 사내방송을 통해 “새로운 과점주주 체제를 맞이할 우리은행에 그 어떤 외부 청탁도 통하지 않으며, 철저히 개인의 성과에 따라 인사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향후 자율경영에 기초한 완전 민영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결론적으로 우리은행 민영화 성공여부는 정부 지분만 판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나 정치권이 관치나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다. 아니, 시장 논리대로 흘러갈 수 있도록 간섭하지 말고 그대로 둬라. 만약 이번에도 정부가 최대주주의 지분을 경영 간섭에 활용하려 한다면 민영화는 또 다시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정부는 경영과 관련, 은행에 전권을 줘 성과를 유도한 뒤 최 단기간 내에 예보가 갖고 있는 나머지 21.6%의 공적자금 회수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은행이 자본시장에 최적화된 중장기 비전 및 전략을 수립하고 독자생존의 모멘텀을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 금융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길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송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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