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 Mr . 마켓 <86회> 글·김지훈

러시아 …. 민영화 명분은 …. 국가의 재산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것이었다.

러시아는 기업의 소유권인 주식을 국민들에게 나눠주었지만, 92%의 국민들은 그 주식을 헐값에 팔아, 술 마셨다.

통찰력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주식을 사들여서 …. 올리가르히 …. 신흥재벌로 거듭났다.

통찰력이 받쳐주는 탐욕은 …. 예술이 된다.

판타지늄 …. 영생 …. 영생 그 이후 ….

치매와 녹슨 관절염으로 몸이 굳어버린 …. 어두운 죽음을 앞둔 사람이 영생을 얻으면 ….

“뱀파이어가 된 기분이죠.”

실비아는 화사하게 웃었다. 그녀는 스웨덴 왕족으로 …. 10년 넘게 친구로 지냈다.

처음 그녀를 만난 것은 노벨상 수상식 전야제였고 …. 튜우립 광장에서 나와 함께 매우 거친 …. 탱고를 췄다.

그녀는 운전할 때, 거친 욕을 하곤 하는데 …. 매우 매력적이다.

그녀가 유방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을 때 …. 영생이식을 권한 것은 나였다.

그녀는 말이 통하는 몇 안 되는 친구였고 …. 그녀를 잃고 싶지 않았다.

실비아는 놀랍도록 아름다워졌고 …. 그녀가 젊었을 때보다 더 화사해졌지만 …. 그녀의 미소에는 예전에 보지 못했던 …. 저건 뭘까? …. 지독한 공허감?

“그 표정은 뭐죠?”

실비아는 생글거리며 몸을 숙여 나에게 다가왔다. 그녀와 나 사이에는 스웨덴 가문비 나무로 만든, 장식이 절제된, 나무 테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견고한 원목 테이블이 있다.

“내 표정이 어때서?”

“친구를 잃은 사람 같아요. 지금이라도 막 울 것 같네요.”

그녀는 상처 입은 토끼를 갖고 노는 치타처럼, 흥미로워했다.

“ …. 뱀파이어가 된 기분이라는 게 …. 어떤 거지?”

“알고 있지 않나요?”

“내가?”

“당신 표정이 모두 말했어요. 어머, 지금 또 얼굴이 바나나 같아요.”

그녀는 즐거워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미소를 띄웠지만 …. 오히려 그녀는 정색하며, 노려보았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저주해본 적 있나요?”

“예전에 …. 극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지.”

“극복했다면 …. 그건 저주한 게 아니에요. 진정한 저주는 결코 벗어날 수 없죠.”

“죽음처럼?”

“아뇨. 죽음보다 더 지독해요.”

그녀는 까르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멀어지는 그녀의 걸음걸이는 표범처럼 우아했고, 대담한 드레스는 강렬한 젊음을 뿜어냈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고, 아름다워 보인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나를 …. 저주한다.

불치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실비아는 영생을 얻어, 강렬하고 화려한 생명을 손에 넣었지만, 나는 친구를 잃었다.

“그들이 변할까?”

이런 질문을 준에게 던진 것은 …. 꽤 오랜만에 술에 취한 날이었다.

“결코 …. 변하지 않을 걸요. 변하려 하지도 않을 테고 ….”

준은 입술에 경련이 난 것처럼, 찡그린 얼굴로 대답했다. 우리는 말없이 멍한 시선을 구석으로 던진 채, 생각에 잠겼다.

“요즘 …. 가장 행복했던 적이 언제에요?”

뜬금없는 질문이었지만 …. 고민할 필요도 없이 쉽게 대답할 수 있었다.

“…. 술에 취해 있었을 때 ….”

“당신답지 않군요.”

“그래서 행복했던 거 같아.”

나의 솔직한 대답에 준은 놀라지 않았다. 녀석은 날 가르치려 하지 않았고, 평가하지도 않았다. 작은 끄덕임이 전부였다. 나를 이해한다는 것 …. 녀석은 내가 허우적거리는 슬픔의 늪을 지나왔던 것일까?

“판타지늄 …. 후회하니?”

“아뇨.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 판타지늄을 만들 거예요.”

“어쨌거나 판타지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구나.”

“그런 게 아니에요. 저는 어쩔 수 없이 그런 놈이잖아요. 뭔가 만들어내는 걸 좋아하죠. 당신은 어때요? 만일 저 문에서 저와 똑같은 녀석이 들어와서, 판타지늄보다 더 지독한 걸 만들겠다고 떠들면 …. 그 녀석을 도와줄 건가요?”

“그래. 우린 어쩔 수 없이 그런 사람들이잖아.”

슬픈 미소를 주고받았다. 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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