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999년 3월 28일 친선전 승리의 기억
한국은 브라질과 역대 전적에서 1승 5패
'EPL 최고 수준' 손흥민의 존재는 변수
손흥민과 네이마르. /대한축구협회, 브라질축구협회 제공
손흥민과 네이마르. /대한축구협회, 브라질축구협회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0-0으로 맞서던 후반 추가시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공격수 김도훈(52)은 최성용(47)이 건넨 공을 받아 몸을 기울여 넘어지면서 회심의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공은 전광석화의 속도로 브라질 골망에 빨려 들어갔다.

1999년 3월 28일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 친선전 결과는 한국의 1-0 승리.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를 무너뜨린 김도훈의 골에 동네 곳곳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던 기억이 생생하다. 잠실에 모인 6만 여명의 관중은 한국이 히바우두(50)와 카푸(52), 제 호베르투(48), 세르지우 콘세이상(48) 등이 속한 브라질을 꺾었다는 사실에 함성을 쏟아냈다.

브라질 격파의 주역 김도훈 감독은 약 20년이 지나 기자와 통화에서 “어떤 경기이든 경기에 나설 땐 절실함이 있어야 한다. 자신감도 중요하다. 자신감은 경기장에서 선수의 능력을 배가할 수 있다. 상대가 강하다고 해도 부딪치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힘주었다.

한국은 ‘세계 최강’ 브라질과 역대 6차례 맞붙었다. 승리한 건 1999년 친선전이 유일하다. 나머지 5경기에선 패했다. 역대 브라질전에서 골을 넣은 한국 선수는 김도훈과 김도근(1997년), 설기현(2002년), 안정환(2002년) 총 4명뿐이다.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이 태극마크를 단 이후에도 한국은 브라질과 2013년(0-2 패), 2019년(0-3 패) 2차례 맞붙어 완패했다.

파울루 벤투(53)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6월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브라질과 A매치를 벌인다. 상대 브라질은 네이마르(30·파리 생제르맹)를 비롯해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2·레알 마드리드), 가브리엘 제주스(25·맨체스터 시티) 등 유럽 주요 리그에서 활동하는 정상급 공격수들이 대거 출동한다. 미드필더 카세미루(30·레알 마드리드)와 수비수 티아구 시우바(38·첼시), 골키퍼 알리송(30·리버풀) 등 다른 포지션 구성도 빈틈이 없다. 벤투호도 손흥민을 비롯해 최정예 멤버들을 불러 모아 브라질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도훈. /대한축구협회 제공
김도훈. /대한축구협회 제공

지난 10년간의 브라질전과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현재의 손흥민은 2013년, 2019년의 손흥민과 비교불가다. 그는 15일 오전 기준 EPL 득점 부문에서 1위 모하메드 살라(22골)에 1골 뒤진 2위(21골)에 올라 있다. 앞서 공신력 있는 매체 스카이스포츠가 선정한 시즌 누적 파워랭킹 1위에도 오르는 등 EPL 최정상급 선수로 거듭났다.

반면 네이마르는 펠레(82)의 후계자로 불렸던 20대 초반 시절보단 임팩트가 다소 떨어졌다. 올 시즌프랑스 리그앙에서 12골(6도움)을 넣어 득점 9위에 랭크됐다. 득점 1위(25골 17도움)를 기록 중인 같은 팀 후배 킬리안 음바페(24)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고(故) 가린샤, 펠레, 호마리우(56), 호나우두(46), 히바우두, 호나우지뉴(42), 카카(40) 등의 계보를 잇는 현역 최고의 브라질 선수다. 현역 브라질 A매치 최다 득점 기록(71골) 보유자이기도 하다.

이적시장 전문매체 트랜스퍼 마르크트가 책정한 ‘동갑내기’ 손흥민과 네이마르의 현재 가치는 각각 8000만 유로(약 1070억 원·19위)와 9000만 유로(1200억 원·9위)다. 한국과 브라질의 FIFA 랭킹은 각각 29위와 1위다. 개인 가치와 팀 전력에서 손흥민과 한국이 다소 밀릴 수 있지만, 변수는 있다.

한국 축구는 홈 관중을 등에 업고 세계 최강팀과 맞붙어 승리한 좋은 기억들을 다수 갖고 있다. 1999년 브라질전 승리를 비롯해 2002 한일 월드컵에서도 이탈리아(2-1 승), 스페인(승부차기 5-3 승) 등 세계 정상 팀들을 격파하며 4강 신화를 작성했다. 손흥민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당시 FIFA 랭킹 1위 독일을 상대로 쐐기골을 넣으며 2-0 승리의 기쁨을 만끽한 바 있다.

사실 네이마르가 속한 지금의 브라질은 과거 호마리우, 호나우두, 히바우두, 호베르투 카를루스(49), 카푸, 베베토(58), 호나우지뉴 등이 포진해 있던 황금기 시절의 브라질과 비교할 바가 못 된다. 한국이 승리를 넘볼 수 없는 성역 수준은 아니다.

그렇다면 멘탈 싸움도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축구 해설위원을 지냈던 이영표(45) 강원FC 대표는 “축구 선수에게 멘탈이란, 자신보다 강한 자 앞에 섰을 때나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를 앞두고 밀려오는 두려움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이다”라고 강조했다. 강자 앞에 서게 된 손흥민과 벤투호의 멘탈에 시선이 모아진다. 손흥민이 23년 전 선배 김도훈의 기적을 재현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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