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이 '명품 조연'이었다면, 손흥민은 '빛나는 주연'
'EPL 득점왕' 손흥민... 아시아 축구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한스경제=강상헌 기자] 우리는 2005-2006시즌 박지성(41)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에서 첫 발을 내딛는 모습을 보며 설렘을 느꼈다. 16년이 지난 지금, 이제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의 ‘EPL 득점왕’ 소식에 열광하고 있다.
박지성은 2005-2006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합류하며 ‘한국인 1호 EPL 선수’가 됐다. 이후 퀸즈 파크 레인저스 등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며 세계 최고의 무대로 불리는 EPL에서 8시즌간 활약했다. 그는 한국 축구의 ‘선구자’라고 불린다. 박지성의 활약에 한국 팬들의 EPL을 비롯해 해외 축구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박지성은 한국 선수들이 EPL에 진출하는 데 있어 디딤돌 구실을 해냈다.
아시아 축구계에서도 박지성이 EPL에서 남긴 족적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그간 EPL의 문을 두드린 아시아 선수들은 많았다. 그러나 박지성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긴 선수는 없었다. 당시 박지성이 EPL에 진출했을 때만 하더라도 아시아 선수들은 ‘약하다’, ‘경쟁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라는 인식이 팽배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그는 ‘언성 히어로’라는 별명을 얻은 것처럼 묵묵히 자신의 임무에 충실히 임하며 EPL에서 인정받았다. 노력과 끈기를 무기로 삼아 ‘아시아 선수도 EPL에서 성공할 수 있다’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며 아시아 선수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박지성은 헌신적이고 이타적인 선수다. 박지성 이후에 EPL에서 활약한 아시아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기성용(33·FC서울), 이청용(33·울산 현대), 카가와 신지(33), 오카자키 신지(36), 요시다 마야(34·이상 일본) 등 모두 팀을 위해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매 경기 주연으로 나서기보다는 조연에 가까웠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즐비한 EPL 무대에서 아시아 선수가 소속 팀에서 주연의 임무를 맡아 팀을 이끈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쉽지 않았다.
시대는 변화한다. 2000년대 중반 박지성이 EPL에 새바람을 불러왔듯 손흥민도 아시아 축구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2021-2022시즌은 손흥민과 한국 축구 그리고 아시아 축구계에서도 잊지 못할 시즌이다. 손흥민은 23일(이하 한국 시각) 노리치 시티전(5-0 승)에서 리그 22호, 23호 골을 연달아 터트리며 ‘EPL 득점왕’에 올랐다. 아시아 선수로는 역대 최초 EPL 득점왕이 됐다. 5대 리그(잉글랜드,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를 통틀어 봐도 아시아 선수가 득점왕에 오른 것은 손흥민이 최초다. 그는 박지성과 다른 방식으로 EPL에서 인정받았다. 박지성이 ‘명품 조연’이었다면, 손흥민은 ‘빛나는 주연’으로 활약하며 아시아 선수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박지성이 그래 왔던 것처럼 손흥민도 EPL에서 아시아 선수로 새로운 역사를 써냈다. 손흥민은 아시아 선수들이 오랫동안 조연에 머무르던 관행을 타파했다. 그는 이제 당당히 팀 내 최고의 해결사를 넘어 EPL에서 가장 치명적인 킬러가 됐다. ‘아시아 선수도 성공할 수 있다’가 아닌 ‘아시아 선수도 EPL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라는 것을 몸소 증명해냈다.
강상헌 기자 ksh@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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