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수원 삼성 팀 마스코트 아길레온 홍보 과정서 논란
구단 측 즉각 게시물 내리고 사과문 게재
수원 삼성이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에 구단 마스코트 '아길레온' 얼굴을 합성해 논란을 일으켰다. /수원 삼성 SNS 캡처
수원 삼성이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에 구단 마스코트 '아길레온' 얼굴을 합성해 논란을 일으켰다. /수원 삼성 SNS 캡처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프로축구 K리그1 수원 삼성이 팀 마스코트인 아길레온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시대 휘호와 사진을 패러디한 게시물을 올렸다가 논란이 일자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저변 확대와 활성화에 힘 쓰고 있는 한국프로축구연맹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수원 구단은 1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구단 마스코트인 아길레온이 3년 연속 K리그 마스코트 반장 선거에서 1등을 차지한 것을 축하하기 위해 박정희 전 대통령을 패러디한 포스터를 게재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박 전 대통령의 휘호인 '내 일생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를 패러디한 '내 一生(일생) K리그의 榮光(영광)을 爲(위)하여. 2022.5.16. 三代班長(삼대반장) 아길레온'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문구 아래 박 전 대통령의 사진에는 아길레온의 얼굴이 합성돼 있었다.

그러나 이 포스터가 5·16 군사정변일과 같은 16일에 게시되면서 축구 팬들 사이에서 비판이 흘러나왔다. 5·16 군사정변은 지난 1961년 5월16일 박 전 대통령이 육군사관학교 출신 군인들과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사건이다. 쿠데타의 정당성은 오늘날까지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포스터를 두고 축구 팬 사이에서도 옹호 또는 비판 여론으로 갈리기도 했다.

아길레온은 2020년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도입한 마스코트 반장 선거에서 3년 연속 반장에 당선됐다. 특히 올해는 울산 현대의 마스코트 미타와 박빙의 대결을 펼쳤다. 투표 결과 아길레온(3만505표)이 미타(3만6248표)를 단 257표 차이로 제치고 반장이 됐다. 팬들의 소중한 표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유신헌법으로 7년간 독재 정치를 했던 인물이다. 아길레온 3선 연임을 박 전 대통령에 비유한 건 팬들의 투표를 무시한 것과 다르지 않다.

박정희 전 대통령 패러디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수원 삼성이 사과문을 게재했다. /수원 삼성 SNS 캡처
박정희 전 대통령 패러디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수원 삼성이 사과문을 게재했다. /수원 삼성 SNS 캡처

 

마스코트 반장 선거는 실제 선거전을 방불케 했다. 각 구단들은 열띤 홍보전을 벌이며 표심을 유도했다. 이들의 노력으로 평소에 신경 쓰지 않았던 마스코트들은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마스코트 반장 선거는 K리그 저변 확대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원 삼성은 미숙한 마케팅으로 비난을 자초했다. 수원은 즉각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구단은 "더욱 엄격한 기준과 철저한 검토를 통해 이와 같은 일이 절대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사과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수원 삼성의 이러한 논란에도 정치적 메시지가 아니라며 징계를 내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종권 프로축구연맹 홍보팀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수원 삼성 측으로부터 재발 방지 및 사과 메시지를 받았다. 그러나 어떤 정파성을 띄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징계는 고려하지 않는다"며 "이런 일이 처음이기 때문에 구단에 주의는 준 상태다"라고 말했다.

이번 박 전 대통령 패러디 사건은 K리그 팬들에게 큰 상처를 안겼다. 게다가 프로축구연맹의 기본 취지까지 훼손했다. 마스코트는 구단을 대표하는 캐릭터이자 얼굴이다. 앞으로 미숙한 마케팅은 나오지 않아야 한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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