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송남석] #1 학창시절, 좀 논다는 친구들도 시험 전 성적 목표 만큼은 대부분 90점을 넘어선다. 하지만 시험이 임박하면서 한 차례, 끝나면 또 한 차례 목표 점수를 낮춘다. 그리고 막상 성적표를 받아들면 현실 점수는 초라하다.

#2 대학을 마치고 직장인이 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상당한 수준의 연 단위 목표와 회기 별 목표가 제시된다. 모두 최선을 다해 뛰지만 회기 말에 가까워지면 수치를 점검하고 현실 목표를 재조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매년 정부가 내놓는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딱’ 그렇다. 분명, 목표가 아닌 전망인데도 그렇다. 정부는 항상 차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장밋빛’으로 공표한 뒤 에스컬레이터식으로 하향 조정하는 과정을 습관적으로 반복한다. 전망과 현실사이에 괴리가 커지면 손쉽게 추경 카드를 빼들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성 싶다.

정부는 어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발표했다. 물론 뜬금없는 3%대 경제성장률 전망은 접었다지만 이 역시 달성 여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1%대 성장론까지 나오고 있다. KDI(2.4%)나 국내 민간 연구기관들(2% 초반), 일본 노무라증권(1.5%) 등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내놓은 전망이 그렇다. 게다가 국내 경제상황이나 심리는 하루가 다르게 ‘꽁꽁’ 얼어붙고 있다.

분명 전망과 목표는 다른 단어다. 그런데도 정부만 혼용하고 있다. 이제는 어느 누구도 정부가 초기에 제시하는 경제전망 수치를 그대로 믿지 않는다. 오죽하면 “이럴 바에야 뭐 하러 경제전망치를 내놓느냐”는 비아냥도 나온다. 물론, 전망치는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한국은행이나 민간 연구소 수준으로 오차 범위를 줄이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의 경제전망은 상당한 공신력이 담보돼야한다. 그래야만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설정은 물론 기업의 투자나 가계의 소비 계획에 절대 잣대로 쓸 수 있다. 정부의 경제전망이 지금처럼 형편없는 편차를 내면 시장은 물론 경제 객체들로부터 불신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경제는 심리라고 하지만 되지도 않을 애드벌룬만 하늘에 띄워서야 될 일인가. 전망은 실제에 최대한 근접할 때 신뢰를 얻을 수 있고 기초 데이터로서의 의미가 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정부 전망치와 실제 경제성장률간 평균 오차는 0.92% 포인트에 이른다. 2014년 말 정부는 2015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8%로 발표했지만 2.6%에 그쳤다. 평균 오차만 1.2% 포인트에 달했다. 작년 12월에는 3.1%로 올해 성장률을 전망했지만 6월에 2.8%로 하향했고 연간 기준으로는 2.5%를 넘기는 힘들어 보인다. 또 0.5% 포인트의 편차 발생이 예고됐다.

정부는 내년 나라살림 예산으로 400조5000억원을 확정했다. 이 예산 규모 자체도 지난 주 발표한 경제성장 전망 하향 조정 이전에 발표됐다. 출발부터 추경을 예고했다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차년도 경제 성장률 전망을 높게 잡을수록 추경의 폭은 커지기 마련이다.

2000년대 이후 정부는 무려 9차례나 이 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박근혜 정부도 이미 3차례 추경을 편성했다. 그만큼 정부 스스로 경기전망 부재를 자인한 셈이다. 이젠 ‘성장률 낙관 전망→낙관 예산→성장률 하향→추경 편성’이 정부가 내놓는 경제성장률 전망의 기본 메카니즘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송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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