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송남석] 금리는 돈길이자 돈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강력한 물리력이다. 돈길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불안정한 곳에서 안정된 곳으로 흐른다. 물길과 이질적이면서도 동질적인 부분이다. 그런 돈길에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 국내 은행들은 이미 금리를 올리고 있고, 가계부채 급증도 금리 인상을 끌고 있다. 국내 금리와 환율, 나아가 경제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미국은 이번 달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제 저금리에 기댄 돈 잔치는 끝난 것일까. 한국은행의 12월 기준금리는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인상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당연히 금리가 오르면 돈길도 바뀌기 마련이다. 1300조원을 넘는 가계부채는 개인 파산자 양산과 부동산 가격하락 등 부작용을 낳는다. 빚 많은 한계기업의 도태도 이 때 시작된다. 전반적인 경기침체 우려는 커지고 기업 도산, 채무불이행 증가, 소비 위축이란 악순환의 서막이 열릴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경기 침체기에 타들어가는 돈줄의 물꼬를 터준다며 금리를 급격하게 내렸다. 문제는 정부가 그때 내린 금리를 지금까지 틀어쥐고 앉아 있었다는 대목이다. 그동안 길 잃은 돈은 경제 전반에 활기차게 흐르지 못했다. 지하자금이나 부동산 등 사방천지 웅덩이마다 고여, 곳곳에 썩은 냄새를 풍겼다.

하지만 그것도 올해가 정점이 될 듯하다. 몇 차례 금리인상 시기를 놓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최근 강력한 금리인상 신호를 내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내년엔 2~3차례 추가 금리 인상 기조도 흘리고 있다. 무시 못 할 국내 기준금리 인상 시그널이 켜진 것이다.

현재 한·미 기준금리는 각각 0.25~0.50%와 1.25%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외국인 자본 이탈과 원·달러 환율 급등(원화 약세)을 부추겨 달러의 돈길을 바꾸는 강한 동력이다. 이미 국내 증시와 채권시장에서는 외국인 자본 중 일부가 빠져나갔다. 전문가들은 돈길이 해외로 터져 나가지 못하게 잡아 가두기 위해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금융권은 벌써부터 금리 인상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에 당장 1300조원을 넘는 가계부채를 보고 위기 사이렌을 작동시킨 것이다. 은행의 대표적 고정금리 상품인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의 신규 금리는 벌써 연 5%대다. 중장년층 대출보유자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8000만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런 돈길 변화는 우리 경제 전반을 스트레스로 내몬다. 물론, 가계 소득이 늘어나고 시중에 돈이 잘 돈다면 무슨 걱정일까. 가계 실질소득은 5분기 째 0%를 기록, 사실상 1년째 줄어들고 있다. 소득과 부채 사이의 건전성이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소득은 늘지 않는데 빚 상환 부담이 불어나면 가계는 지갑을 꽁꽁 닫고 있다. 이미 올 3분기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은 71.5%로 떨어졌다. 가계가 100만원을 벌면 71만5000만원만 소비한다는 뜻이다. 시중 금리가 오르면 소비는 더 줄어들게 된다. 기업의 설비투자 규모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사실상 줄었고 건설경기마저 위태롭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대부분을 대출에 의존하는 하우스푸어들의 경우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채무불이행이 늘어나면서 연쇄 파산의 뇌관이 될 수 있다. 이들이 급매물로 집을 내놓으면 다시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가능성도 커진다. 그 피해는 결국 주택담보대출 은행들에게까지…. 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정부는 지난 주,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재가동, 금리 상승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기업의 자금조달에 숨통을 틔워주기 위한 조치로 2008년 펀드조성 이후 8년만이다. 가계에는 대딤돌대출 등 정책금융 상품을 재정비하는 등 서민·취약계층의 이자 부담 가중 대책도 함께 발표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은행이 곧바로 금리 인상 카드를 빼드는 것도 쉽지 않다. 현재 국내 경제여건만 본다면 기준금리는 내리는 게 맞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대외 여건이나 폭발적으로 늘어난 가계부채를 놓고 보면 정반대다. 한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은은 1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12월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정부가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을 어느 쪽에 놓을지 관심이다.

송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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