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근속연수 상위권 대부분이 제조업·코스피 상장
하위 20개 사 평균은 3년 미만...“불황에 근속연수 계속 짧아질 것”
/ESG행복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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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좋은 일자리의 척도 중 하나인 직원 평균 근속연수가 시총 200대 기업들 사이에서도 편차가 크게 나타났다. 근속연수가 평균 20년이 넘는 기업들이 있는 반면, 3년 미만인 기업들도 상당수로 확인됐다. 더구나 최근 우리 경제가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금융권을 중심으로 대규모 조기퇴직이 이뤄지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근속연수는 계속해서 짧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SG행복경제연구소가 국내 시총 200대 기업(2021년 기준)을 대상으로 직원의 근속연수를 조사한 결과 평균 9.5년으로 나타났다. 이중 상위 10개 기업은 20.2년으로 평균 근속연수의 두 배를 넘어섰다.

특히 이들 10위권 기업은 모두 제조업 부문 기업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비제조업 분야로는 한화생명이 평균 근속연수 17.9년으로 11위를 차지했다.

기아 오토랜드 광명 전경 /기아
기아 오토랜드 광명 전경 /기아

◆ 장기근속 대표 업종인 자동차산업

2021년 말 기준 직원 평균 근속연수가 가장 긴 것으로 조사된 곳은 자동차기업인 기아다. 같은 시기 시총 9위 기업이기도 한 기아는 평균 22.4년의 근속을 보였다.

자동차 업종은 대체로 평균 근속연수가 긴 것으로 조사됐는데, 기아와 같은 그룹 계열사인 현대차가 18.9년으로 6위였으며, 부품사인 HL만도는 18.8년으로 7위였다. 에어컨 등 자동차 열 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한온시스템도 18.0년으로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 밖에도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같은 기업 역시 직원 평균 근속연수가 각각 13.5년, 13.4년으로 시총 200대 기업 평균 9.5년을 상회하고 있었다.

장기근속자가 많은 대표적인 조직으로 손꼽히는 자동차산업은 기업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록 최근 자동화공정이 대폭 도입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대규모 생산인력이 필요한 업종이며, 80~90년대 자동차산업 확장기 시절 대량 채용으로 50세 이상 인력 비중이 40% 수준에 달하는 등 여타 제조업과 비교해도 상이한 인구 피라미드를 보이는 업종이다.

또한 비교적 강하게 결속된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노사관계에서도 교섭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는 점 역시 장기근속자를 늘리는데 유의미했다.

그러나 익히 알려진 것처럼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은 기존 내연기관차 중심에서 전기차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또한 이미 지난 2018년쯤부터 정년 퇴직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한 경영환경의 변화다.

즉, 자동차산업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제조업 업종이자,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등 ESG경영의 주요한 모든 측면에서 향후 핵심 바로미터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된다. 급속하게 확장한 한국의 경제와 산업 발전의 역사와 궤적을 함께하고 있는 대표적인 업종이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 /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 /대우조선해양

◆ 패러다임 전환 시기 지속가능성 모색에 분주

2021년 말 기준 직원 평균 근속연수가 21.7년으로 시총 200대 기업 중 2위를 차지하고 있는 KT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KT의 2022년 ESG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전체 임직원 수는 2만1759명이며, 이 중 40세 이상 임직원은 1만7609명으로 81%에 달한다. 2021년 ESG보고서에는 연령별 임직원 현황이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는데, 2020년 말 기준 2만2720명 중 50세 이상 임직원 수는 1만2116명으로 53.3%를 차지하고 있다.

KT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이와 같은 인력구조로 매년 1000명 이상 정년퇴직자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KT는 인위적 구조조정이 아니라, 자연감소분을 감안해 오히려 2026년까지 2만 8000여명을 고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3위는 항공·우주 제조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19.2년을 기록했다. 지난 2021년부터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기 시작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1년말 기준 1953명의 임직원이 재직하고 있으며, 이중 50세 이상은 686명이다. 특히 직급별로 살펴볼 때 중간관리직 이상 직급이 974명으로, 비관리직 인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대규모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조선기업들도 근속연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19.0년으로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와 함께 4위를 기록했고, 삼성중공업도 18.5년으로 8위였다. 현대미포조선 역시 17.9년으로 11위다. 또한 대표적인 장치산업인 정유사 중 S-Oil이 18.4년으로 화학기업 중 가장 먼저 9위에 이름을 올렸다.

비제조 업종 중 2021년말 기준 직원 평균 근속연수가 가장 긴 곳은 한화생명으로 현대미포조선과 마찬가지로 17.9년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평균 근속연수 상위 기업들에서 공통으로 발견할 수 있는 지점은 우리나라의 경제와 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시기에 맞춰 기업의 규모와 역량을 크게 늘려온 곳이라는 것이다.

물론 직원 평균 근속연수가 길다는 것이 근로자의 입장에서 좋은 일자리라고 판단할 수 있는 기업, 혹은 내외에서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업이라고 평가받는 데 있어서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ESG경영이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자리 잡고 있는 현재, 이들 기업은 환골탈태에 가까운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대규모 고용으로 우리 사회에 파급력이 매우 크고, 초고령화와 인구절벽에 들어서고 있는 한국 사회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문제해결에 접근 할 지에 대해 일종의 롤 모델로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20년 8월 기준 한국의 임금근로자 평균 근속기간은 72개월, 6년이다. 정규직의 경우 97개월이지만, 비정규직은 29개월에 불과하다. ESG행복경제연구소가 조사한 시총 200대 기업 중 근속연수 상위 10위권 기업들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매우 두드러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세계 경제와 함께 우리 경제도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미 은행금융권을 중심으로 조기 희망퇴직에 나서는 등 오히려 더 평균 근속연수가 짧아지고 있다”며 “개별 기업 차원에선 장기근속자들이 축적해 온 숙련의 시간을 어떻게 조직의 DNA로 흡수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200대 기업 가운데 20개 사는 평균 근속연수가 3년 미만으로 확인됐다. 계열사 이동이 잦은 금융지주나 은행·증권·카드사들이 눈에 띄고, 사명을 바꾸고 새 출발 하는 기업들도 상대적으로 많았다. 

/ESG행복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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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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