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고임금 업종으로 손꼽히는 금융권, 상위권 대거 포진
'돈 잔치'에 구설수 오르기도...오너-직원간 연봉 차이도 눈길
사진 왼쪽부터 CJ, 메리츠증권, KB금융지주 본사 전경 /각사 제공
사진 왼쪽부터 CJ, 메리츠증권, KB금융지주 본사 전경 /각사 제공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국내 시총 200대 기업 평균연봉을 조사한 결과 상위권 대부분을 금융가에서 휩쓸었다. 단 CJ지주는 미등기임원의 연봉까지 평균으로 집계되면서 압도적인 차이로 1위 자리를 고수했다.

ESG행복경제연구소가 국내 시총 200대 기업(2021년 기준)의 직원 연봉을 조사한 결과 평균 9108만원으로 나타났다. 중위값이 아니라 '평균'이기에 해석의 차이는 있지만, 코스닥 상장 제약기업인 한국비엔씨가 200위로 3500만원인 데 반해, 20위권 이상 이름을 올리고 있는 금융권이 1억원 이상을 기록한 것과 차이가 크다.

1위를 기록한 곳은 CJ로 5억33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주사 특성 상 임원(미등기임원) 연봉 등이 평균값에 계산돼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 뒤를 잇는 것은 메리츠증권으로 2021년 평균연봉 1억903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2022년 영업이익이 사상 최초로 1조원을 돌파했다. 증권사의 영업익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2년 전 미래에셋증권 이후 국내에선 두 번째다. 우리나라 증권시장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이와 같은 실적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최근 수년 동안 부침없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여왔다는 점이 특징일텐데, 내외의 평가에 따르면 조직 고유의 성과주의 문화가 가장 큰 동인이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비정규직 비율이 200대 기업 평균 6.95%에 비해 62.4%로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는데, 평균연봉 역시 톱클래스인 점을 감안하면 조직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메리츠증권이 아니더라도 KB금융 1억7127만원, 우리금융 1억6800만원, 삼성증권 1억6767만원, 신한금융 1억6100만원, BNK금융 1억6004만원 등 10위권 이내 대부분은 금융권에서 차지했다.

앞서 언급한 CJ를 제외하자면 SK텔레콤이 6위로 1억6428만원 수준이다. 또한 장치산업이면서 대표적인 고임금 업종으로 손꼽히고 있는 화학 부문에서도 SK이노베이션이 1억5916만원으로 9위를 차지했고, 에코프로가 1억5876만원으로 10위다.

10위권 이내가 아니더라도 시총 200대 기업으로 들어가는 금융사들은 대부분 평균치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NH투자증권, 하나금융지주, 한국금융지주, 카카오뱅크, 미래에셋증권, 메리츠금융지주, 삼성카드, 삼성화재, JB금융지주, 키움증권, DGB금융지주, 삼성생명,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등의 순이다. 모두 평균연봉 1억원을 넘기고 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상대적으로 평균연봉이 여타 금융사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8607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평균연봉 수준이 상위권인 금융업종은 CEO나 최고 연봉자와 직원간 연봉 차이는 외려 적은 편이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2022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령 은행의 경우 7.8배 수준이며 여신금융업은 8.4배, 증권업은 11.9배, 보험업은 13.1배 정도다. 그에 반해 오너가 그룹 총수가 대표나 임원으로 있는 곳은 격차가 크다.

조사 결과 평균연봉이 가장 높은 CJ 같은 경우가 좋은 예다. CJ는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오너 보수가 높았다. 2020년 CJ 사업보고서를 보면 임직원 53명은 총 261억원을 받았다. 1인당 평균 연봉은 5억원에 가깝다. 미등기임원 1인당 연봉도 10억원이 넘었다. 미등기임원인 이재현회장은 작년 한 해 67억원을 받았다. 이 회장 급여가 전체급여의 25%에 달한다. 반면, 임원을 뺀 일반 직원 평균 연봉은 1억6203만원이다. 임직원 평균연봉과 일반 직원 평균 연봉의 차이가 큰 것이다. 

1월 30일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1월 30일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 대통령도 나서서 '돈 잔치' 질타

한국 사회서 대표적인 고임금 직종으로 인식되고 있는 금융권은 이를 두고 종종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특히 최근 코로나 팬데믹과 이후 지속되고 고금리 정책 여파로 역대급 '이자장사'를 했다며 비판받고 있는 은행권이 대표적이다.

최근 은행권에 대한 압박은 대통령의 직접적 언급부터 시작해 전방위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은행은 공공재 측면이 있다"고 발언하며 화제가 됐다.

민간기업에 대한 이와 같은 언사와 개입이 온당하냐를 따지기 이전에, 이는 세간의 인식을 반영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한 국내 4대 금융지주의 2022년 당기순이익은 총 16조5557억원을 기록하며 일년 전에 비해 8.99%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장사'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 순이자이익이 39조6735억원에 달한다. 이 역시 일년 전보다 20.04% 늘었다.

이와 같은 역대급 실적에 구성원들에 대한 보상도 후하게 돌아갔다. 기본급 300~400% 수준의 성과급이 주어졌다. 국회 정무위 소속 황운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5대 시중은행의 성과급 총액은 1조3823억원에 달한다. 마찬가지로 일년 전에 비해 3629억원 늘어났다. 성과급 총액만 따지자면 35%가 늘어났다.

◆ 제약·제조·서비스 평균연봉은 평균 이하

그에 반해 기업별로 편차가 있겠지만 평균연봉의 차이는 업종별로 구분이 지어졌다. 시총 200대 기업 중 평균연봉 순위가 가장 낮은 곳은 제약·바이오부문의 지씨셀과 한국비엔씨였는데, 각각 3700만원, 3500만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기업과 마찬가지로 코스닥 상장기업인 에이치엘비, 메지온, 오스템임플란트, 알테오젠, 휴젤 등의 바이오기업들의 평균연봉 역시 평균 이하로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코스피 상장기업 중 오뚜기와 이마트의 평균연봉 수준도 낮았다. 각각 4337만원, 4314만원으로 나타났다. 오뚜기와 마찬가지로 식음료 제조기업인 농심도 5115만원으로 평균치를 밑돌았다. 기업의 인지도나 수익구조와 별개로 직원들의 생산성이나 숙련도 격차가 임금에 예민하게 반영되기 어려운 업종임을 짐작케 한다. 

평균연봉 상위 30위 기업 및 하위 30위 기업./표=송혜숙 기자
평균연봉 상위 30위 기업 및 하위 30위 기업./표=송혜숙 기자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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