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시총 200대 기업 중 81곳 장애인 고용률 미공개
셀트리온그룹·농심 등 제약·바이오 및 식음료 업계 미공개 많아
"일자리 수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질적인 향상 필요"
자동차업계가 국내 시총 200대 기업 중 장애인 고용률이 가장 높았다. /현대자동자 제공
자동차업계가 국내 시총 200대 기업 중 장애인 고용률이 가장 높았다. /현대자동자 제공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국내 시총 200대 기업(2021년 기준) 가운데 장애인 고용률을 공개한 기업은 119개 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 기업 평균 장애인 고용률 역시 1.85%에 불과해 ‘장애인의무고용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SG행복경제연구소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3.90%)가 장애인 고용률이 가장 높은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한국가스공사(3.73%), SK(3.70%), SK이노베이션(3.70%), 기업은행·SKC(이상 5.55%)가 톱5에 진입했다. 하지만 200대 기업 중 정부 기준치(민간 3.1%. 공공기업 3.4%)를 이행한 기업은 단 18개 사에 그쳤다. 더구나 81개 사는 장애인 고용률을 공시조차 안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통계자료는 시총 200대 기업(2021년말 기준)을 15개 업종으로 분류해 장애인 고용률을 분석한 결과다.

◆ 자동차부품 200대 기업 중 가장 높아...전기전자 업계는 20곳 중 11곳 미공개

자동자부품은 200대 기업 업종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자랑했다. 기아 3.51%, 현대차 3.1%, 에스엘 3.1%,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2.2%, 한온시스템 2.0%, HL만도 0.9%, 현대위아 0.8%로 집계됐다. 단, 현대모비스만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기아와 현대차는 대기업 가운데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을 넘긴 몇 안 되는 기업이다. 자동차 조립공정의 경우 상당 수준 자동화가 이뤄져 있어 장애인들도 충분히 근무할 수 있다. 2010년 6월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 육성을 목표로 한 이지무브를 설립한 바 있다. 이지무브는 장애인 보조 및 재활기구 등을 생산하며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지속 채용 중이다.

반면 전기·전자 업계 역시 업계 특성상 장애인 고용률 정보를 미공개하거나 준수하지 않은 곳이 많았다. 기준치를 지킨 기업은 없는 가운데, LG이노텍이 2.8%로 가장 높았다.

공단에 따르면, 건설업종에서 장애인을 고용한 업체 비중은 3.4%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계 18개 분야 중 12위에 그쳤다. 안전과 직결된 분야다 보니 채용에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채용하는 장애인 직원의 대부분이 현장이 아닌 사무실 청소나 사무 업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서구 LG이노텍 본사 전경. /LG이노텍 제공
서울 강서구 LG이노텍 본사 전경. /LG이노텍 제공

◆ 바이오제약, 장애인 고용률 미공개 절반 이상… "생산 과정 까다롭고, 사람 살리는 일"

식음료 업계는 7곳 중 오리온, 동서, 하이트진로, 농심, 오뚜기 등을 제외하고 단 2곳만 자료를 공개했다. KT&G(2.4%)와 CJ제일제당(1.1%)은 장애인 고용률 정보를 제공했으나 평균보다 낮았다.

특히 바이오제약은 22곳 중 13곳에서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알테오젠, 에스티팜, 오스템임플란트, 메지온, 휴젤, 대웅제약, 신풍제약, HK이노엔, 제넥신, 한국비엔씨 등이 대상이다.

제약사는 생명을 살리는 신약을 개발하고 환자에게 공급하는 일 외에도 각종 사회공헌활동을 한다. 이에 장애인 고용률이 저조한 것을 두고 사회적으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원성을 사고 있다. 업계는 제약 산업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산 공정이 까다롭고 복잡한 데다 생명을 다루는 약을 만들기 때문에 장애인 고용에 민감하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장애인 고용자 수를 단순 수치로 공개하기보단 기업이 고용한 장애인이 기업 내의 어떤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지, 복지는 어떤지 등 실질적인 부분을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셀트리온그룹·농심. /각사 제공
셀트리온그룹·농심. /각사 제공

◆ “차별 없이 동일 집단으로 봐야...전문직 육성도 과제”

우리나라 국민 20명 중 1명은 장애인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1년도 국내 등록장애인 현황’에 따르면, 264만5000명으로 전체 국민의 5.1%에 달한다. 여기에 10명 중 9명은 후천적인 원인으로 장애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비장애인이더라도 누구나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을 얻어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정부는 지난 1991년 고용에 있어 취약 계층인 장애인의 고용 기회를 넓히기 의무적으로 장애인을 고용하는 ‘장애인의무고용제도’를 폈다. 이 제도는 올해로 32년째 시행되고 있으나 기업들의 참여율은 여전히 저조하다.

세부 내용을 보면, 2020년 기준으로 상시근로자 50명 이상인 민간기업은 장애인을 각각 전체 근로자의 3.1%(공공기업 3.4%) 비중으로 고용해야 한다. 장애인 고용률을 미달하는 기업에 과태료 형식의 고용부담금을 부과하고, 비율을 초과해 고용한 기업을 대상으로는 고용장려금(30만~8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문제는 고용률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의하면, 2021년 기준 장애인의 경제 활동 참가율은 37.3%, 고용률은 34.6%, 실업률은 7.1%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각각 0.3%p(포인트), 1.2%p 상승했으나, 고용률은 0.3p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전체 인구의 고용률이 1.0p 오른 점과 사뭇 다르다.

사고로 장애인 판정을 받은 A씨는  "정규직과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장애인 직원들에게 임금과 승진의 차별을 두면 안 된다. 동일한 채용 절차를 거쳤다면 동일한 집단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운전, 식당, 보조 등 단순 업무를 탈피해 전문직 육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먼저 기업의 장애인 근로자 수를 늘리는 게 우선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장애인 B씨는 “정부 규정이 있음에도 장애인 고용률은 정부 기준치에도 못 미친다”며 “유명무실한 ‘장애인의무고용제도’를 제대로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호진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