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현대家 건설·제조·중공업, 평균 25.21% 한참 미달
산업특성 감안해야...여타 서비스업종 대비 여직원비율 낮은 금융업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직장인 4명 중 1명은 여직원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산업 특성상 철강, 화학, 자동차, 조선 등 '중후장대' 기업과 건설기업의 여직원 비율이 매우 낮았으나, 물류·서비스업종의 여직원 비중은 높았다. 단 금융업은 여타 서비스업에 비해 여직원 비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여성 인구 증가와 남녀 성별 구분이 사라지는 추세가 이어지고 ESG 경영이 일반화되면서 여직원 비율은 꾸준히 상승할 전망이다. 하지만 기업내에서 성장한 여성이 임원자리까지 오르기 위해서는 ‘유리천장’을 깨기 위한 조직문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SG행복경제연구소가 국내 시총 200대 기업(2021년 기준)을 대상으로 여직원 비율을 조사한 결과 평균 25.21%로 나타났다.

하위권은 현대家 중후장대 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이 1.7%로 200위며, 현대로템 2.0%, 현대위아 2.1%, 현대제철 2.3% 수준이다. 현대건설도 3.3%로 194위이며 현대중공업은 3.7%로 190위다.

현대 계열사가 아니더라도 이와 같은 업종은 대표적인 남초 현상을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 가령 매출 상위 10개 철강기업의 전체 직원 수는 2020년 기준 4만 1207명인데, 이 중 여직원은 1952명이다. 4.7%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업무 강도나 사회적 인식 등을 감안하면 이와 같은 업종의 기업들이 단기간 내 여성 채용 비중을 급격하게 높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단일 기업으로 여직원 수가 2만 8408명으로 가장 많은 기업인 삼성전자도 25.8% 수준이다. SK하이닉스도 1만 305명의 여직원을 고용하고 있는데, 비율은 35.2%로 삼성전자에 비해 다소 높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현대중공업

◆ 업권별 차이 뚜렷...중후장대 기업과 서비스 기업 대비돼

상대적으로 여직원 비율이 높은 직종은 물류, 서비스, 엔터테인먼트, 식음료 등 경공업 제조기업이 대표적이다. 여직원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코스피 시총 159위인 영원무역으로 71.1%에 달했다. 아웃도어 의류제품 생산 현장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고용하고 있는 만큼, 여직원 비율이 매우 높았던 것이다.

우리나라 대표 물류기업인 신세계와 롯데쇼핑이 각각 68.8%와 67.4%로 그 뒤를 잇고 있는 것도 이해가 쉽다. 마찬가지로 신세계그룹인 이마트도 61.5%로 9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등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여직원 채용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기업인 하이브와 에스엠도 64.2%, 63.6%로 4위와 5위를 차지하고 있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JYP 엔터와 스튜디오드래곤도 61.3%, 61.2%로 10위와 1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CJ ENM 역시 57.7%로 14위인 점을 볼 때 엔터테인먼트 관련 산업에서 여성 인력들이 활약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여타 서비스업종과 비교되고 있는 것은 금융업이다. 집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이 62.1%로 금융권에서 가장 높은 7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뒤를 잇는 것은 DB손해보험(56.3%), 메리츠화재(56.3%), 기업은행(54.9%)으로 20위권 언저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미래에셋증권(49.4%)과 현대해상(48.0%), NH투자증권(47.3%), 메리츠증권(46.1%) 등의 후속 순위부터는 50% 미만을 기록하고 있다.

◆ '유리천장' 문제제기 이어지는 금융권...자구노력은 있나

이번 조사 결과는 상장종목 중심으로 이뤄졌기에, 금융권의 맏형 격인 은행들의 상황이 반영돼 있지 않다. 한국금융연구원의 금융인력기초통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체 금융업권에서 여성 고용비율은 은행권이 50.7%로 가장 높다.

하지만 관리직, 임원급으로 올라갈수록 여성 비율은 점점 낮아진다. 특히 은행권의 여성 임원 비율은 전체 임원에 비해 5~6% 수준을 오르내리는 정도다. 여직원 비율이 63.2%인 아모레퍼시픽과 53.0%인 LG생활건강에서 여성 임원 비율이 각각 25%, 17%에 달한다는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이와 같은 은행권 '유리천장'에 대한 문제는 지난 2010년대 이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임원비율 외에도 중간관리자, 책임직으로 단계를 나눠 살펴보면 이중 유리천장이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다.

지속가능성 확대를 위한 여하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체 사업장 안에서 다양성 관련 결실이 초라한 현실은 결국 금융권 전반의 ESG경영 노력에 대한 신뢰축적을 어렵게 만든다.

각 은행의 통계와 별개로 각각 금융지주사들의 여직원 비율이 낮다는 점 역시 앞서 언급한 유리천장 문제와 다르지 않다. 은행권의 여직원 비율이 높았던 것은 창구직 채용 인원이 많기 때문이다.

BNK금융지주는 7.8% 수준으로 164위를 기록하고 있다. 보다 순위가 낮은 기업들이 중후장대 기업임을 감안하면 여직원 비율이 대단히 낮다. 우리금융지주도 10.6%, DGB금융지주가 11.0%, 하나금융지주 15.3%, JB금융지주 16.2%에 불과하다. 

리딩뱅크 경쟁 중인 신한금융지주는 20.6%, KB금융지주는 18.6% 수준이다. 

KB금융그룹의 2021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그룹 전체 구성원의 88%를 차지하는 KB국민은행, KB증권,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등 4대 계열사에서 여성 채용 비율은 41%% 수준이다. 또한 장애인, 보훈 등 채용 다양성 차원에서 비율은 9.8%인데, 이를 향후 15% 이상으로 점진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여성 경영진 비율은 6.6%인데 이를 20% 이상 대폭 강화하고, 부점장과 본부 여성 팀장 비율 역시 20%~30%까지 늘릴 계획이다.

여성인재 및 리더 육성을 위한 'WE STAR' 제도 역시 눈길을 끈다. 제도, 역량, 균형 관계 등 4개 분야에서 각 직급별 역량강화를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의 2021년 기준 경영진은 220명인데 이 중 17명이 여성이다. 7.7% 수준이다. 신한금융 역시 성별 다양성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 중이다.

특히 금융권 최초의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인 '신한 쉬어로즈(SHeroes)'를 기반으로 한 여성 인재 양성 노력이 돋보인다. 1기 멤버인 조경선 신한DS 사장이 그룹 최초의 여성 대표이사로 발탁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신한은행의 'SHeroes Blue', 신한카드의 'S-DIVA', 신한라이프의 'S-Wing', 신한아이타스의 'Sai-Salon' 등 그룹 계열사별로 여성 중간관리자 양성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비록 업의 특성을 감안할지라도 여직원 비율을 포함한 조직 내 다양성 확대에 기업들이 노력해야 하는 까닭은 구성원들의 업무만족도와 몰입도 제고 등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가정 양립 등을 통해 초고령화와 인구절벽 등 당면한 국가·사회적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ESG와 관련한 지표들이 기업의 경영수준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좌표로 쓰임이 커지고 있다는 점 역시 성별 다양성 확대 노력이 필요한 점이다. 이미 지난 2018년 일본공적연금(GPIF)의 미즈노 히로미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대한민국 여성 금융인 국제콘퍼런스' 기조강연에서 "기업의 여성 친화성에 대해 평가하고 반영해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같은 움직임이 강화되며 변화는 조금씩 시작되고 있지만, 본격적인 결실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은 "자본시장법 개정과 최근의 ESG 공시 의무 등 상황과 맞물리면서 여성 이사 선임이 늘고 있지만 조직에서 성장한 여성 인재가 이사회에 합류하기보다는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추세"라며 "이와 같은 움직임은 여성들이 또 다른 천장 앞에서 좌절할 거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여직원 비율 상위 30위 하위 30위 표=송혜숙
여직원 비율 상위 30위 하위 30위 표=송혜숙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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