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팔달문 / 이수현 기자

[수원=한스경제 이수현 기자] 종영 후 한참이 지났지만 여전히 깊은 여운을 안겨주는 작품이 있다. 풋풋했던 젊은 날의 사랑을 다룬 SBS '그 해 우리는'과 파란만장한 이혼 속 진정한 사랑과 가족애를 찾는 '한 번 다녀왔습니다'가 그렇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한 차례 이별을 겪은 후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다는 점이다. 두 작품의 주요 인물들은 그들의 사랑에 위기를 거치면서 사랑을 찾는다. 그리고 두 작품의 촬영지인 수원 화성 성곽길은 그 감성을 한층 더 풍부하게 한다.

화성 성곽길 여행의 첫 시작은 팔달문에서 시작된다. 수원 화성의 남문인 이 문은 현재 수원 화성의 상징이자 조선 후기 건축 문화의 걸작 중 하나다. 그만큼 많은 버스가 오가고 서울과 수원을 오갈 때 가장 좋은 종착점이자 출발점이 된다.

1794년 세워진 팔달문은 여러 방향으로 길이 열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 이름 덕분인지 지금도 팔달문을 중앙에 두고 로터리가 건설돼 여러 방향으로 차량을 안내한다. 상권 중심지 중 한 곳 답게 거대한 시장이 주변에 자리잡았고 번잡한 도시 속 웅장한 성문은 자연스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팔달문을 감상한 후 서쪽 골목길로 들어가면 본격적인 성곽길이 나온다. 팔달산으로 가는 이 길은 한동안 높은 언덕이 이어진다. 더 높게 오를수록 수원의 전경이 잘 보이니 그 고통은 감내할 만 하다. 

'한 번 다녀왔습니다' 촬영지인 화성 돌계단 / 이수현 기자
'한 번 다녀왔습니다' 촬영지인 화성 돌계단 / 이수현 기자

오르막길을 한참 오르면 익숙한 장소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 등장한 계단이다. 드라마 내에서는 야경이 주로 보이기 때문에 낯설 수 있지만 계단을 오르다보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드라마에 등장한 야경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팔달문 등 주변 풍경이 한눈에 보이는 주간 풍경도 그에 밀리지 않는다.

돌계단 바로 위로는 작은 문이 나있고 넓은 산책길이 펼쳐진다. 이 길 또한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 자주 등장해 팬들에게 익숙하다. 극 중 송다희(이초희 분)와 윤재석(이상이 분)이 데이트를 하며 자주 등장했고 송나희(이민정 분)와 윤규진(이상엽 분)이 애절한 사랑을 고백하던 길이기도 하다. 누구나 걷기 좋은 완만한 길이기 때문에 반려견과 산책하기도 좋고 연인과 데이트 하기에도 손색 없다. 또한 인근 주민이라면 야경을 바라보며 길을 걷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화성 성곽길 / 이수현 기자
화성 성곽길 / 이수현 기자

이제 화성 성곽길을 본격적으로 떠나 본다. 돌계단을 모두 오른 후에는 완만한 길이 이어지기 때문에 조선시대 성곽과 현대적인 도심이 조화를 이루는 풍경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 

서장대에서 바라본 수원. 아래로 화성 행궁이 보인다 / 이수현 기자
서장대에서 바라본 수원. 아래로 화성 행궁이 보인다 / 이수현 기자

팔달산 정상에 닿으면 과거 군사 지휘소 역할을 한 서장대에 닿는다. 전쟁이 일어나거나 군사훈련을 할 때는 가장 높은 장소에서 군사를 지휘하고 주변 상황을 살펴야 한다. 이에 설치된 장대(將臺)는 현대에 이르러서는 훌륭한 전망대 역할을 한다. 어떠한 방해꾼 없이 수원 풍경이 내려다보이고 성곽길의 전체적인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서장대에 도착했다면 두갈래길을 선택할 수 있다. 그대로 하산해 도심으로 빠져나갈 수 있고 성곽길을 계속해서 탐방할 수 있다. 여행의 주 목적 중 하나인 '그 해 우리는' 촬영지인 화서문과 장안문을 가기 위해서는 성곽길을 따라 길을 걸어야 한다.

장안공원에서 바라본 화성 / 이수현 기자
장안공원에서 바라본 화성 / 이수현 기자

서쪽 성문인 화서문에 반달 모양으로 나있는 옹성을 지나 장안공원으로 나온다.  '그 해 우리는' 2화에서 두 사람의 데이트를 하며 등장한 장안공원은 푸른 잎사귀는 없지만 그만큼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초여름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촬영지를 한겨울에 방문하니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

수원의 중요 관광지 답게 공원 한편에는 길을 따라 작은 열차가 오간다. 도심 한가운데 공원이 있어 산책을 나온 어르신들과 외출에 한껏 신난 반려견들 등 여러 시민들이 어우러져 마치 뉴욕의 센트럴 파크 같은 안식처 역할을 한다. 

북쪽 성문인 장안문은 서울에서 화성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남문이 정문 역할을 하는 다른 성곽과 달리 화성은 그 반대인 북쪽을 정문으로 하고 있다. 아버지 사도세자를 위해 화성을 세운 정조가 한양에서 화성을 방문했기 때문에 그 입구인 장안문이 화성의 정문이 된 것이다. 이에 장안문은 다른 성문보다 더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방화수류정 / 이수현 기자
방화수류정 / 이수현 기자

장안문을 지나 동쪽으로 더 걸어가면 수원의 절경인 북수문과 방화수류정이 눈에 들어온다. 수원천이 흐르는 북수문은 일곱 칸의 수문이 나있어 물을 화성으로 끌어들인다. 보통 북수문이라는 이름보다는 '화홍문'으로 유명한 이곳은 '화홍관창'(華虹觀漲 화홍문의 비단결 폭포수)으로 수원 8경 중 하나다. 

문 위로는 거대한 누각이 설치돼 색다른 풍경을 자랑한다. 이 누각 또한 서장대와 같이 수로를 지키는 군사시설로 지어졌지만 오늘날에는 관광지로 또다른 역할을 하고 있다. 문 뒤로 수원천이 흐르는 길을 따라 서울 청계천 같은 산책로가 마련돼 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다.

수원의 절경을 이야기할 때 북수문과 함께 방화수류정을 빼놓을 수 없다. 높게 솟은 정자 아래 작은 연못인 '용연'이 자리한 방화수류정은 오늘날 빼어난 풍경으로 피크닉 명소로 이름이 알려졌다. 연못의 중앙에는 작은 섬이 자리했고 그 주위에 의자가 설치돼 시간을 보내기 좋다. 또한 방화수류정으로 가는 출입구를 지나쳐 성곽길을 오르다가 보이는 풍경은 젊은 세대에게 가장 인기있는 촬영 명소 중 한 곳이다.

'그 해 우리는'에 등장한 빨간 정류장 / 이수현 기자
'그 해 우리는'에 등장한 빨간 정류장 / 이수현 기자

방화수류정을 지나 성곽길을 걸으면 동쪽 성문인 창룡문에 갈 수 있다. 동쪽을 상징하는 푸른색에서 이름을 딴 창룡문은 '그 해 우리는'을 본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버스정류장이 있다. 뒤로는 푸른 잔디밭과 성문이 펼쳐지고 그에 대비되는 빨간 버스 정류장은 그 자체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창룡문 언덕길 / 이수현 기자
창룡문 언덕길 / 이수현 기자

버스정류장 건너편에는 창룡문 입구가 웅장하게 서있다. 창룡문을 따라 조성된 잔디밭을 따라 걸으면 이제는 산이 아닌 작은 언덕길을 지나는 듯 하다. 이 길 또한 '그 해 우리는'에 여러 차례 등장해 팬들에게 익숙하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지 않았더라도 성곽과 현대 건축물 사이를 지나는 길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행궁동 수원전통문화원 뒷길 / 이수현 기자
행궁동 수원전통문화원 뒷길 / 이수현 기자

창룡문을 마지막으로 성곽길 여행을 마쳤다면 수원에서 가장 인기있는 여행지 중 한 곳인 행궁동을 함께 방문하는 것도 추천할 만 하다. 얼마 전까지 낙후된 지역이던 행궁동은 예술가들이 정착하면서 성수동과 연남동처럼 '행리단길'로 불리면서 젊은 세대들의 인기 여행 코스가 됐다.

길가 곳곳에는 특색있는 카페와 음식점, 사진관 등이 있어 평일에도 북적인다. 그리고 수원천과 장안사거리 사이에는 행궁동 벽화마을이 있어 아름다운 그림이 가득한 골목길을 거닐 수 있다. 행궁동의 아름다운 풍경은 성곽길을 걸으면서 지친 몸을 회복하기에 제격이다.

행궁동 벽화마을 / 이수현 기자
행궁동 벽화마을 / 이수현 기자

 

이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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