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상태 좋은 편 아닌 손흥민… 클린스만 감독은 출전 예고
부상 발생으로 인한 주요 대회 불참 우려
[한스경제=강상헌 기자] 지난 1년 동안 살인 일정을 소화한 손흥민(31·토트넘 홋스퍼)이 10월에도 숨 돌릴 틈 없이 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이하 한국 시각)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가 전 세계 축구선수 1800명(남자 1500명·여자 300명)의 사례를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손흥민은 2022년 9월 17일부터 2023년 9월 12일까지 1년간 58경기를 소화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 소속으로 47경기, 국가대표로 11경기를 뛰었다. 출전 시간은 총 4900분이다. 경기당 평균 출전 시간으로 환산하면 84.5분이다. 매 경기 풀타임에 가깝게 뛴 셈이다. 아울러 소속팀 경기와 A매치를 위해 지구를 1.92바퀴 돈 것에 해당하는 7만7000km를 이동했다.
손흥민의 혹사 우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21년 FIFPro가 발표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당시 손흥민은 2018년 8월부터 2021년 9월까지 3년 동안 토트넘 소속으로 152경기에 출전했고, 국가대표로 20경기를 소화했다. 출전 시간만 해도 토트넘에서 1만1720분, 대표팀에서 1856분으로 총 1만3576분이었다. 또한 2018년 8월부터 2021년 9월까지 3년 동안 22만3000km를 이동했다. 지구를 5바퀴 반이나 돌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기 일정이 축소되거나 취소되는 와중에도 무려 300시간(12.5일) 동안 비행기 안에 있었다.
손흥민은 지난 몇 년간 고된 일정을 끊임없이 소화하는 가운데도 절정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올 시즌 EPL에서는 9월 4경기에서만 6골을 몰아치는 엄청난 활약으로 토트넘의 개막 8경기 무패(6승 2무)를 이끌었다. 사실 몸 상태는 썩 좋지 못하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탈장 수술을 받은 그는 매 경기 허벅지에 테이핑하고 있다. 또한 최근 리그 3경기 연속 70분 내외만 소화했다.
앤지 포스테코글루(58·호주)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의 몸 상태를 신경 써 매 경기 출전 시간을 조율하는 것은 물론 훈련 때도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 그는 10월 A매치 일정을 앞둔 손흥민을 두고 “우리 팀에 중요한 선수인 만큼 국가대표팀에서도 소중한 존재다. 한국대표팀 감독에게 무언가를 얘기하는 것은 나의 영역이 아니다”라면서도 “손흥민이 소속팀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잘 아는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잘 관리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다만 클린스만 감독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다. 그는 지난 9일 진행된 대표팀 소집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은 이번 시즌 유럽클럽대항전에 출전하지 않아 (피로가) 예년에 비해 조금은 덜할 것이다. 해외파 선수들은 한국에 와서 경기를 치르는 것만으로도 90분을 모두 뛰고 싶어 할 것이다”라며 “대표팀의 자리는 늘 영광스럽다. 태극기를 달고 국민들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고 싶어 할 것이다. 그들은 오랜 기간 외국 생활을 하면서 유럽과 한국을 오가는 게 습관처럼 익숙해졌을 거라고 생각된다”고 손흥민을 출전시키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번 A매치는 내년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과 오는 11월 진행되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대비용이다.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맞붙는 튀니지는 FIFA 랭킹 29위다. 26위 한국보다 3계단 아래다. 2차전은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베트남과 맞붙는다. 베트남은 몇 수 아래의 상대다. 현재 95위다.
튀니지, 베트남 모두 한국이 상대하기 벅찬 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10월 A매치에서 손흥민의 출전 시간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는 이유다. 손흥민이 자칫 무리한 출전으로 부상을 당하게 되면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은 물론 아시안컵 우승 도전 행보까지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럼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 카드를 쉽게 내려놓기 어려워 보인다. 클린스만호는 출범 이후 1승 3무 2패를 기록 중이다. 지난달 13일 첫 승을 거뒀지만, 상대는 사우디아라비아였다. 지난 6경기의 내용과 결과 모두 아쉬움이 많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여기에 외유 논란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최근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손흥민을 중심으로 10월 A매치에서 분위기 반전을 노리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강상헌 기자 ksh@sporbiz.co.kr
관련기사
- 클린스만 "해외파 일부러 빼지 않을 것... 대표팀 감독은 국제 활동 필요"
- 이강인∙김진수 복귀… 클린스만호 10월 A매치 출전 24명 발표
- 토트넘 손흥민, 리버풀 상대로 시즌 6호골... 마침내 유럽 통산 200호골 금자탑
- '조규성 결승골' 클린스만호, 사우디 꺾고 6경기 만에 첫 승
- 첫 승 절실한 클린스만호, '손흥민 원톱' 카드 쓸까
- 유럽파 골 감각 최고조… 클린스만호, 화끈한 공격 축구 보여줄까
- 손흥민 벤치 대기·주장 완장은 김민재… 튀니지전 선발 명단 발표
- 손흥민, EPL '이달의 선수' 수상… 통산 4번째
- 이강인, A매치 데뷔골에 멀티골까지… 클린스만호 튀니지 4-0 대파
- 이강인을 바라본 클린스만 감독의 걱정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 필요"
- 벤치에서 이강인 안아준 손흥민 "이제 저 없어도 되지 않겠나 싶다"
- 손흥민 팬들도 ‘월드클래스’… 손흥민 200골 기념 미혼모 복지 기부
- 손흥민, 풀럼 상대로 리그 7호골에 첫 도움까지 생산
- 토트넘 새 역사 중심에 선 손흥민, 개인 기록 순위 상승도 인상적
- 클린스만호, FIFA 랭킹 24위로 2계단 상승… 일본은 18위
- 손흥민, 리그 8호골 폭발… 토트넘 개막 10경기 무패 질주
- 손흥민, 역대급 시즌 예고… 토트넘도 63년 만의 리그 우승 기대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