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힘들 때 되새긴 김주형의 인터뷰
다시 캐디백 메준 아버지 효과 톡톡
박현경. /박현경 제공
박현경. /박현경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골프는 멘탈 스포츠다. 라운드 전과 중, 후의 멘탈에 따라 성적이 크게 좌우되는 종목이다. 멘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론 내부 요인과 외부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가족을 비롯한 측근들은 강력한 외부 요인으로 꼽힌다.

◆힘들 때 되새긴 김주형의 인터뷰

박현경(23)이 최근 막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경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로는 주위 인연들의 보이지 않는 도움이 있다. 2021년 5월 크리스 에프앤씨 KLPGA 챔피언십 제패로 통산 3승을 거둔 후 무려 9차례나 준우승에 그쳤던 박현경은 910일 만에 다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눈물을 보였다.

수 차례 준우승을 하는 동안 그가 마음에 새겼던 건 절친한 프로골퍼 동생 김주형(21)의 인터뷰였다. 박현경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뛰는 김주형 선수가 인터뷰에서 ‘기회는 다음 홀에도 있고, 다음 라운드에도 있고, 다음 대회에도 있다’고 얘기했었다. 그 인터뷰를 보고 김주형 선수와 같은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배웠다”고 털어놨다.

김주형. /PGA 투어 페이스북
김주형. /PGA 투어 페이스북

박현경과 김주형은 이시우(42) 코치 겸 빅피쉬골프아카데미 원장에게 동문수학했던 사이다. 2020년 아이에스동서 부산오픈에서 우승할 때도 박현경은 김주형과 통화로 남다른 응원을 받았다. 김주형은 그 전날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군산CC오픈에서 최연소 우승을 거두며 골프계에 이름을 각인시켰다.

박현경에게는 같은 소속사(갤럭시아SM) 출신이자 동갑내기 절친인 임희정(22)의 부활도 큰 자극이 됐다. 임희정은 SK네트웍스·서경 레이디스 클래식 직전 대회였던 상상인·한국경제TV 오픈에서 준우승을 거뒀다. 지난해 DB그룹 제36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 우승 이후 기대 이하 성적을 보여왔던 임희정은 상상인·한국경제TV 오픈에서 우승 문턱까지 가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2021시즌 투어 최정상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던 박현경과 임희정은 SK네트웍스·서경 레이디스 클래식에서도 각각 우승과 공동 9위라는 좋은 성적을 내며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다시 캐디백 메준 아버지 효과 톡톡

물론 KPGA 프로 출신으로 캐디를 맡은 아버지 박세수(54) 씨만큼 박현경의 우승에 큰 영향을 준 인물은 없다. KLPGA 투어 우승을 늘 함께 해왔던 아버지와 잠시 호흡을 맞추지 않고 한동안 새 캐디를 고용했던 박현경은 다시 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박현경은 “스스로 독립해 보겠다고 아버지에게 먼저 말했었는데 여름 2주 휴식기 때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아직 아버지에게 배울 게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그때 아버지에게 다시 캐디 부탁을 드렸다. 자존심이 약간 상하기도 했지만 성적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부탁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캐디는 선수가 코스 매니지먼트를 할 때 조언을 해주곤 한다. 아울러 라운드 틈틈이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박현경은 시즌 중 본지와 인터뷰에서 “그동안 까다로운 상황에서 판단이 어려울 때 경험이 많으신 아버지가 조언을 잘 해주셔서 타수를 줄일 수 있었다. 제가 가끔 투정도 부리면서 편하게 플레이해왔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조언을 듣고 편안한 마음으로 필드에 나선 박현경은 다시 발군의 기량을 뽐냈다. 이 대회에서 리커버리율 66.6667%(6위),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237.1914야드(14위), 그린 적중률 75%(21위), 페어웨이 안착률 83.9286%(36위)를 기록했다.

캐디인 아버지 박세수 씨와 박현경(오른쪽). /KLPGA 제공
캐디인 아버지 박세수 씨와 박현경(오른쪽). /KLPGA 제공

OK세리키즈 골프 장학생 출신으로 박세리(46), 박인비(35) 등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 박현경은 벌써 프로와 아마추어 시절 통틀어 골프 구력 15년에 가까워지고 있다. 신인 시절부터 박현경과 인터뷰를 하면서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지 묻곤 했다. 그럴 때마다 그는 한결같이 “실력만 좋은 선수가 아니라 사람 됨됨이가 된 선수, 공만 잘 친다고 인정받는 게 아니라 사람으로서 품격이나 여러 부분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이자 선수가 되고 은퇴하는 게 장기적인 소망이다”라고 강조했다.

9차례나 준우승했던 시간에 대해 “얼마나 힘들었는지 저만 알 수 있을 것 같다.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던 박현경은 인내 끝에 달성한 우승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하게 됐다. ‘후배는 선배의 등을 보고 배운다’는 말이 있다. KLPGA 투어에서 꾸준히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박현경의 등을 보고 꿈을 키워가는 후배들도 하나둘 생길 것이다.

박현경. /KLPGA 제공
박현경. /KLPGA 제공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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