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언 법무법인 인강 대표 변호사(더불어민주당 종로구지역위원회 위원장)
                          곽상언 법무법인 인강 대표 변호사(더불어민주당 종로구지역위원회 위원장)

[한스경제/ 곽상언 변호사] 현대 국가는 전기 정책을 중심으로 모든 에너지 정책을 설계할 수밖에 없는데, 국가의 에너지 정책은 '삶의 기본조건이 균등한 세상'에 가까워지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이때 에너지 정책은 모든 국민이 에너지에 접근할 수 있도록 모든 국민이 자신의 생존에 필요한 만큼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그리고 특정 국민에게 에너지 비용이 전가되지 않도록 설계되어야 하고, 이 모든 에너지 정책의 설계는 국민의 충분한 이해 또는 국민 동의에 터 잡아야 한다.

대한민국 전기사업의 실질은 어떠하고 전기사업의 근거이자 배경인 전기 정책은 어떠한가. 그 현실은 다음과 같다.

전기사업은 발전사업, 송전사업, 배전사업, 판매사업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라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를 설립하여 전기사업의 모든 영역을 수행하도록 했고, ‘전기사업법’에 따라 한전이 전기사업의 모든 영역을 독점적으로 수행하도록 했다(발전사업 일부만 다른 민간사업자가 참여하도록 했다). 즉 전력 사업은 외형상으로는 민간사업자가 수행하는 것이 아닌 '국가사업'이고, 민간사업자의 참여가 배제된 '독점사업'으로 설계되고 운영된다. 이 때문에 우리 국민은 한전을 국가기관으로 보거나 대한민국이 소유권을 가지고 운영하는 온전한 의미의 공사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한전은 이미 1989년에 한국증권거래소에 상장(上場, listing)된 회사로 이미 소유의 측면에서는 민영화가 완료된 회사다.

한편, 한전은 전기를 모든 국민에게 판매하지만,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동일한 물건'을 소비자를 차별하여 소비자에 따라 다른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지만 대한민국에서 '전기'는 다르게 취급된다. 한전은 전기소비자를 산업용, 일반용, 주택용 등 '용도별'로 분류하고 있고, 이렇게 용도별로 분류된 소비자에 따라 전기의 판매가격을 달리한다. 이를 소위 '용도별 요금체계'라고 하는데 '산업용 전기'보다 '일반용 전기'가 더 비싸고, '일반용 전기'보다 '주택용 전기'가 더 비싸다. 즉 대한민국에서 '전기'라는 물건은 전기소비자의 종류 내지 전기 소비의 용도에 따라 판매가격이 다른 것이 특징이다.

또한 전기요금이 '용도별'로 다른 것에 더하여 일반 가정에서 소비하는 '주택용 전기'는 보다 특별한 취급을 받는다. '주택용 전기'에는 다른 전기의 판매에서 존재하지 않는 '누진 요금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주택용 전기요금은 '누진 요금제'로 인해 전기 사용량에 따라 단계적·비약적으로 증가한다(2017년까지는 6단계의 누진제, 2017년 이후에는 3단계의 누진제). 주택용 전기는 '생활 소비'가 특징이므로 가족 구성원의 수 및 계절별 온도의 차이에 따라 그 소비량이 연동되는데 주택용 전기에 채택된 '누진 요금제' 때문에 여름 및 겨울에는 냉방 및 난방 수요가 늘어나서 전기요금이 폭등하고 있다.

그런데 전기사업과 관련하여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 정부가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국민이 내는 전기요금이 어떤 과정을 통해 결정되는지, 전기사업을 독점하는 한전은 어떤 회사인지, 국민의 의사를 전기요금의 결정에 반영할 수는 있는 것인지 등을 거의 알지 못한다. 한전이 '적자'를 이유로 전기요금을 인상한다고 하면 우리 국민은 그대로 믿어야 하고, 불평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다. 우리 국민은 전기사업의 방향에 대해, 전기요금의 결정에 대해, 그 어떠한 의견을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기사업과 관련하여 국민의 의사는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이상과 같이 전기사업 정책의 문제는 에너지 정책의 핵심이다. 그런데 전기사업 정책의 문제는 크게 '한전의 전기 독점사업'과 관련한 문제, 전기소비자를 용도별로 구별하여 전기요금을 정하는 '용도별 요금제'와 관련한 문제, 주택용 전기소비자에 대해 채택된 '누진 요금제'와 관련한 문제, 국민이 전기사업 및 전기 정책으로부터 배제되어 있다는 '동의 부재(同意 不在)'의 문제로 대별할 수 있다. 앞으로  본 칼럼을 통해 하나씩 살펴볼 예정이다.  

 

 

곽상언 변호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