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한스경제=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영국의 경제평론가 아나톨 칼레츠키는 자본주의의 변천사를 시대적 특징에 따라 분류하며,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 4.0시대가 시작했다는 새로운 화두를 제시했다. 자본주의 4.0 전환은 기업이 주주의 이익 극대화에서 벗어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열어갈 시대적 소명을 안고 있다는 의미이다. 
 
ESG 경영은 자본주의 4.0과 궤를 같이한다. ESG는 기업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위해 사회의 지속가능발전에 이바지하는 경영활동이다. 최근 들어 ESG를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그런데 사회적 가치라는 대의는 기업만이 오롯이 책임지고 해결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더욱이 ESG를 기업에 관련된 개념으로만 한정 짓는다면 지방정부와의 상관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ESG 가치란 오랫동안 인류가 추구해 온 환경, 사회, 경제와 밀접한 사회 공동체의 과제이자 목표이다.

따라서 ESG는 지방정부가 공공이익을 구현하기 위하여 시행하는 다양한 정책들과의 관련성이 매우 높다. ESG의 영역인 환경적, 사회적 책임은 지방정부의 공적 기능과는 떼어놓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지방정부는 지방소멸 위기와 자치분권 2.0시대를 맞이한 가운데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구현이라는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지속가능발전목표는 ESG가 다루는 환경, 사회, 경제 분야 과제를 모두 포함하는 상위개념으로 ESG는 이를 달성하게 하는 수단으로써 활용될 수 있다.  

SDGs 추진의 주체가 정부와 시민사회 등이 중심이라면, ESG 경영의 주체는 기업일 뿐이다. ESG는 기업, 공공기관, 지자체 등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SDGs와 ESG의 이행주체와 적용하는 상황만이 조금씩 다를 뿐 공통으로 추구하는 가치인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의미와 본질은 같다. 서로가 지향하는 목적에 있어 사회적 맥락이 일맥상통한다.

ESG 역사가 그리 짧지는 않다. 1970년대부터 개별적으로 논의돼 온 지구온난화, 생물다양성 등의 환경 이슈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노동, 인권, 보건, 산업재해 등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다중이해관계자를 아우르는 지배구조 이슈까지를 통합한 포괄적 용어다. 오늘날에 와서는 ESG가 사회적 가치를 위해 사회구성 주체에 부여된 보편적인 가치질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지속가능성은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실현해야 할 공통목표이자 시대정신이다. 실제 환경오염 문제의 해결, 사회적 불평등 해소, 투명한 사회구조 실현은 기업에만 국한해 의존할 것이 아니다.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공공기능에도 ESG가 치를 도입해 적용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최근 ESG 경영이 공공영역으로 확산하면서 지방정부를 바라보는 눈높이와 인식도 변하고 있다. 사회적 영역을 이끌며 주민과의 최접점에서 함께 호흡하는 지방정부의 역할과 기능도 예전과는 달라져야 할 때다. 지방정부가 더 높은 수준의 사회적 책임수행과 행정역량을 발휘하도록 요구받는 이유다. 

특히 지방소멸의 위기와 자치분권 2.0시대를 맞아 지역균형발전과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ESG 행정 실천이 중요한 시기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기후위기, 경제안보, 불평등 심화 등의 문제를 기업과 협업하여 해결하고 지역성장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바라고 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기반한 ESG 경영을 유도하는데 지방정부의 지원과 역할이 강조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미 해외의 선진적인 정부들은 SDGs-ESG 가치에 기초한 다양한 정책 모델들을 만들고 있다. 우리 지방정부도 지방소멸 시대에 맞서 ESG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정책적 제도화에 주목해야 한다. 직면한 저출산·고령화, 저성장, 지역불균형 심화, 정주여건 개선 등의 사회적 문제해결은 물론, 지속가능성장을 뒷받침하는 지역특성화에 다양한 정책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게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기업이 ESG 경영을 기반으로 기업시민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더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 지원과 유기적 협업체제 구축이 시급한 과제다. 각 지방정부는 ESG 행정의 장기적 계획과 로드맵을 통해 사회적 가치에 기반한 ‘집합적 임팩트(Collective Impact)’ 창출이 필요하다.  

지난해 7월 격상하여 시행된 ‘지속가능발전 기본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 포용적 사회구현, 생태·환경 및 기후위기를 포함하는 종합적인 미래 발전전략을 추진하도록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바야흐로 지방정부는 ESG가 공공정책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조직화 및 전문인력 확충, 주민의 능동적 참여, 지원조례 제정 등 ESG 내재화에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나가야 할 때다. 이제 ESG 시대 흐름에 맞춰 지방정부의 기능과 역할에도 ESG 원칙의 적용 가능성이 매우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치한 소장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