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미세플라스틱부터 나노플라스틱까지 검출..."다양한 경로 침투"
전문가 "미세한 양이라도 지속 섭취 시 치명적"
식품 관련 플라스틱 규제 강화 필요성 강조
먹거리에서 플라스틱이 검출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먹거리에서 플라스틱이 검출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식탁에 올라오는 먹거리에서 플라스틱이 검출된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왔다. 식품이 가공을 시작으로, 포장, 매장 진열대를 거쳐 사람들이 먹기 전까지 각 단계들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다양한 플라스틱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미세한 양이라도 지속 섭취할 경우 건강에 위협적이라고 경고했다. 

◆ "제품 99%서 프탈레이트 발견"...지속 섭취 시 치명적

미국의 비영리 소비자단체 컨슈머 리포트(CR)은 최근 '음식에 숨어 있는 플라스틱 화학물질(The Plastic Chemicals Hiding in Your Food)'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인들이 실제 소비하는 화학물질의 양을 알아보기 위해 100가지 식품에 대해 플라스틱 검출 유무를 알아봤다. 

그 결과 플라스틱이 다양한 식품에 광범위하게 존재했다. 그중 패스트푸드 브랜드인 웬디스(Wendy’s)의 크리스피 치킨 너겟이 가장 많은 프탈레이트가 포함됐다. 그밖에도 △델몬트의 슬라이스 복숭아 △버거킹의 치즈 와퍼 △코카콜라 오리지널 △페어라이프 코어 파워의 고단백 초콜릿 밀크 셰이크 등에서도 높은 함량의 프탈레이트가 검출됐다.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화학성분이다. 

전문가들은 프탈레이트의 검출이 특히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특정 유형을 가리지 않고 높은 함량을 띠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프탈레이트는 85개 식품 중 84개에서 검출됐고, 비스페놀 역시 검사 식품 중 79%가량에서 발견됐다. 

검출된 성분은 내분비 교란 물질로, 에스트로겐 및 기타 호르몬의 생산과 조절을 방해할 수 있다. 호르몬 교란은 사소하더라도 당뇨병이나 비만, 심혈관 질환, 특정 암, 조산, 신경발달장애 및 불임 등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이런 현상은 미세한 양이라도 지속적으로 섭취하게 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 보스턴대학의 글로벌 공증 보건 및 공익 프로그램 책임자이자 소아과 의사인 필립 랜드리건(Philip Landrigan) 은 "모두가 한꺼번에 죽는 비행기 추락 사고와 달리 (현상에 따라) 사망하는 사람들은 수년에 걸쳐 죽는다"고 말했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연구진 역시 초미세플라스틱이 건강에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김경원 한림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초미세 -플라스틱이 파킨슨병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논문을 최근 발표했다. 

연구는 초미세플라스틱의 생체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예쁜꼬마선충과 사람 세포의 파킨슨병 모델을 사용했다. 그 결과 초미세플라스틱이 생체로 침투하고 파킨슨병 증상을 악화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 생수 1리터에 플라스틱 입자 24만개 검출..."뇌·간까지 침투 가능"

페트병에 담겨 판매되는 생수 1리터에서 '미세플라스틱'보다 입자가 더 작은 '나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CNN이 보도한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연구팀의 발표 논문에 따르면 생수 1리터에서 7종류의 플라스틱 입자 24만개가 발견됐다. 이 가운데 나노플라스틱은 9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노플라스틱의 크기는 1㎛보다 작으며, 미세플라스틱(5㎜~1㎛)보다 10분의 1 수준이다. 

컬럼비아대 연구팀은 3종의 병입 생수에서 7종의 플라스틱 입자를 검출했다. 이들 가운데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페트)와 폴리아미드 입자도 포함됐다. 병입 또는 필터 정수 과정에서 플라스틱이 물 속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미세플라스틱 검출에만 연구들이 집중됐다. 지난 2018년 연구에서는 생수 1병에서 325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결과도 나왔다. 

나노플라스틱의 경우 앞선 연구에서 검출 유무만 나왔지만, 수량이 정확히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셰리 메이슨(Sherri Mason) 펜실베이니아주립대(베런드 칼리지) 교수는 "획기적인 성과"라고 강조하면서, 나노플라스틱의 양이 드러남으로 건강에 미치는 영향 평가의 시작점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웨이 민 컬럼비아대 화학과 교수는 나노플라스틱이 미세플라스틱보다 건강에 더 위협적이라고 지적했다. 미세플라스틱보다 작은 나노플라스틱은 혈액과 간, 뇌까지 침투할 수 있을 정도로 작다. 다만 건강에 얼마나 치명적인지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과거 추가 연구가 시급한 상태지만, 미세플라스틱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전했다. 

◆  "플라스틱 노출, 어디서나 일어나"...기준치 강화 등 대책 필요

전문가들은 플라스틱의 노출은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지만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프탈레이트는 식품 가공에 사용되는 튜브나 컨베이어 벨트 및 장갑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 포장 과정에서도 다양한 비닐이나 캔 등과 접촉하면서 플라스틱이 쌓이게 된다. 심지어 플라스틱으로 오염된 물과 토양에서 자란 동식물을 통해 플라스틱이 사람의 입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체는 프탈레이트나 비스페놀을 제거하는 시스템이 잘 구축됐지만, 이런 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면 혈액과 조직에 유입되는 속도가 제거되는 속도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에 보고서는 규제 당국의 플라스틱 성분 기준치가 다소 느슨하다며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보고서를 통해 △식품의 유입과정 △노출 감축 방안 △업계 및 규제기관의 변화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검사를 진행한 컨슈머리포트의 툰데 아킨레예(Tunde Akinleye)는 "화학 물질의 노출은 식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스에서 발생한다"며 "단일 식품에 대한 '안전한' 한계를 정량화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매우 낮은 수준에서도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경고했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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