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선수·감독으로 성공 가도 달렸던 최태웅
지금은 재충전의 시간, 또 다른 변신 기대
박종민 스포츠부 팀장
박종민 스포츠부 팀장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사람들은 한때 그를 ‘컴퓨터 세터’라고 불렀다. 컴퓨터처럼 자로 잰 듯 정교한 토스를 올리고 영리한 플레이를 한다는 의미였다. 2000년대 삼성화재의 간판 세터로 활약하고 2010년대 중반 이후 현대캐피탈 사령탑으로 리그를 호령했던 최태웅(48) 감독 얘기다.

최근 서울 종로구 청진동 모처에서 만난 최 감독의 표정은 부담이나 걱정이 덜해 보였다. 사경을 헤매던 팀을 꾸역꾸역 반등하게 하려 했던 때와 비교해 다소 후련한 부분도 있었을 터다. 지난해 12월 성적 부진을 이유로 지휘봉을 내려놓게 된 최 감독에게 ‘지도자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느냐’라고 묻자 “선수에서 (코치 과정 없이) 바로 감독이 됐을 때다”라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9시즌 동안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을 정규리그 우승 2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2회로 이끌었던 그의 입에서 “우승했던 순간”이라는 답변이 나올 줄 알았지만, 그는 예상치 못하게 첫 지휘봉을 잡았던 2015년을 떠올렸다.

최 감독의 인생 역정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하다. 삼성화재 명세터로서 이름을 날리다 2010년 말부터 림프암으로 투병 생활을 했고 약 5년 만에 완치 판정을 받은 후 바로 감독으로 지도자 인생을 시작해 성공 가도를 달렸다.

최 감독은 “가장 좋아하던 게 배구 영상을 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번아웃(Burnout)’이 왔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그는 V리그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일 때도 하루 5시간 이상 배구 영상을 보거나 분석하던 감독이었다.

하지만 지휘봉을 내려놓고 야인(野人)이 된 요즘은 프로배구 경기를 챙겨보지 않고 스코어 정도만 가끔 확인한다고 했다. 집에서 드라마를 연속으로 보기도 하고, 배우고 싶은 걸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배구와 조금 거리를 두고 있다는 그는 “그러면 다른 각도와 시선에서 배구를 볼 수 있게 될 것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최 감독은 스스로에 대해 “재충전할 때인 것 같다”고 거듭 강조했다.

2015년 4월 현대캐피탈 감독으로 전격 선임된 후 한 달 만인 5월 한국배구연맹(KOVO) 통합워크숍에서 악수하던 최 감독의 강렬했던 눈빛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리고 약 9년의 세월이 흘러 9년 전 자신과 같은 나이가 된 기자에게 다시 악수했다. 많은 걸 이루고 잠시 내려놓은 듯 보이면서 푸근함과 여유가 표정에서 묻어났다. 선수로서, 지도자로서 성공한 그의 인생 제3막이 궁금해진다. 훗날 또 다른 변신을 하고 나타날 그의 모습이 벌써 기다려진다.

박종민 스포츠부 팀장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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