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아시안컵 결산 자리 불참 가능성
책임 피할 수 없는 대한축구협회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KFA 제공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KF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60)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술적으로 무능함을 보여준 데다, 대표팀 감독으로서 무책임한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게 경질론의 핵심 근거다.

클린스만호는 11일(이하 한국 시각) 카타르의 2연패로 막 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4강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대회 총 6경기에서 대부분 고전했다. 1차전에서 바레인에 3-1로 이겼지만, 요르단과 2차전에서 2-2로 비겼고 말레이시아와 3차전에서도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까지 치러 간신히 승리했고 호주와 8강전은 연장전 끝에 가까스로 2-1 승리를 올렸다. 준결승전에서 요르단을 다시 만난 한국은 끝내 0-2 완패를 당했다.

김대길(58) KBS N 스포츠 축구 해설위원은 본지에 “클린스만 감독의 축구가 아시안컵을 통해 (진짜) 모습을 드러냈다고 봐야 한다. 게임 체인저들이 있었기에 4강까지 올라왔지만, 6경기 치르는 동안 10실점을 하며 조직적인 문제를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아시안컵 결산 자리 불참 가능성

클린스만 감독은 대회 내내 손흥민(32), 이강인(23), 김민재(28) 등 유럽파 핵심 선수들의 기량에 의존하는 ‘무색무취’ 전술로 비판받았다. 일부 선수들의 빼어난 기량으로 4강까지 올랐지만, 부상(김승규)과 경고(김민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무전술과 배려 없는 기용에 따른 체력적 부담이 우승으로 향하는 상위 토너먼트에서 치명타로 작용했다는 게 축구계 안팎의 분석이다.

단순히 경기력과 결과만 나빴던 건 아니다. 축구계를 넘어 연예계(이경규·박명수·박준금 등)와 정치권(홍준표·권성동 등)까지 경질론에 힘을 싣고 있는 이유는 클린스만 감독의 불성실한 태도 때문이다. 잦은 외유·재택 논란에 아시안컵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신신당부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정작 대회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고 그럼에도 다시 일찍 자택으로 돌아갔다.

대한축구협회(KFA)에 따르면 클린스만 감독은 8일 귀국한 뒤 이틀 만인 10일 거주지인 미국으로 출국했다. 당초 다음 주쯤 자택으로 가기로 했지만, 예상보다 일찍 한국을 떴다. 축구협회는 설 연휴 이후 전력강화위원회를 개최해 아시안컵을 돌아보고 대표팀 운영 전반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이 자리에 클린스만 감독이 참석할 지는 미지수다.

이번 전력강화위원회는 아시안컵을 결산하는 자리로 대표팀을 이끈 클린스만 감독이 빠진다면 형식적인 자리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지원과 행정을 담당하는 축구협회와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단 사이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는 클린스만 감독의 참석은 반드시 이뤄져야 할 부분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KFA 제공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KFA 제공

◆책임 피할 수 없는 대한축구협회

물론 참석을 한다고 해도 우려는 크다. 클린스만 감독의 분석력이나 감수성은 한국 축구의 기대치와 크게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귀국 인터뷰에서 "4강에 진출했고 이것이 실패라고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이번 대회는 매우 어려운 대회였다. 중동에서 대회가 개최돼 한국뿐 아니라 일본 등 다른 팀들도 상당히 고전했다"고 합리화했다. 이어 "좋지 못한 결과를 내면 비판받는 걸 잘 안다. 하지만 그걸 감수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중요한 건 긍정적인 부분들이고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옳은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경질론의 화살은 클린스만 감독 본인은 물론 사실 축구협회를 향하기도 한다. 한 축구 관계자는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는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할 당시 대표팀 내 스타 선수들을 장악할 수 있는 강한 리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이름값만 높았다”며 “클린스만 감독이 지금의 대표팀 선수들을 장악하고 있다고 볼 수도 없고 축구협회 또한 클린스만 감독에 끌려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실제로 축구협회는 아시안컵 이전과 이후에 모두 클린스만 감독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부진한 성적에도 클린스만 감독이 공언과 다르게 일찍 귀가하도록 내버려뒀다. 선수단을 올바로 이끌지 못하고 있는 클린스만 감독이나, 그런 클린스만 감독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축구협회나 잘못하고 있긴 마찬가지다. 클린스만 감독과 축구협회는 무능함과 무책임함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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