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클린스만 감독 경질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가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선택에 관심
거세지는 클린스만 경질 여론에도 정 회장은 여전히 침묵
수습해야 할 문제는 많지만 대표팀에 주어진 시간은 촉박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KFA 제공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KFA 제공

[한스경제=강상헌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의 자질 문제와 태도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가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숙원이었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이번 대표팀은 유럽 정상권 리그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이 포진하며 ‘황금세대’로 불렸다. 그러나 기대했던 내용과 결과는 없었다. 6경기를 치르면서 정규시간 내 승리는 단 한 경기에 불과했고 내용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결국 대표팀은 4강전에서 요르단에 0-2로 무릎 꿇으며 짐을 쌌다.

역대 최고 전력을 갖추고도 4강에서 탈락하자 축구 팬들은 클린스만 감독의 역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8일 클린스만호가 입국한 인천국제공항에는 ‘엿 세례’와 함께 “집에 가” “고 홈(Go home)”이라는 고함이 쏟아졌다. 따가운 시선 속에 클린스만 감독은 옹색한 자기변명에 바빴다. 그는 귀국 현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4강에 진출했으니 실패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사퇴 요구가 나오는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자진 사임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심지어 부임 이후 내내 팬들을 분노케 했던 근무 방식 역시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리고 클린스만 감독은 10일 자택이 있는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여론은 악화일로가 됐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전 한국과 요르단의 경기를 하루 앞둔 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전 한국과 요르단의 경기를 하루 앞둔 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연스럽게 정몽규 회장을 향한 비판의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부족한 능력과 무책임한 태도를 가진 클린스만 감독을 선택한 배경으로 정 회장이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축구계에 따르면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정상적인 절차들이 대거 생략됐다. 협회에는 전력강화위원회가 존재한다. 대표팀 감독의 선임과 해임, 재계약 관련 업무에 대해 조언과 자문을 하는 기구다. 하지만 위원들조차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공식 발표 30분을 남기고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고 그 과정의 중심에 정 회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클린스만 감독의 첫 취임 기자회견에서는 정 회장이 직접적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당시 클린스만 감독은 “정 회장과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 2017년 아들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출전하게 되면서 이때부터 상당히 오래 알고 지내온 사이다”라고 전했다. 정 회장이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 과정에 깊숙하게 개입했다는 것을 내포했다.

거세지는 클린스만 경질 여론에도 정 회장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협회 임원들은 13일 오전 10시부터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6층에서 김정배 상근 부회장 주재로 회의를 열었지만 정 회장은 여기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임원 회의에서는 아시안컵에서 나타난 클린스만호의 경기력을 평가하고 클린스만 감독에게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지휘봉을 맡길지 여부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임원회의 결과를 토대로 15일 또는 16일 열릴 전력강화위원회에서 클린스만 감독 거취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전력강화위원회가 클린스만호를 평가한 뒤 경질에 대한 의견을 정리하면 이를 보고받은 집행부가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앞에서 축구팬들이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우승에 실패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대한축구협회 '경기인 출신' 임원들은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 모여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우승에 실패한 위르겐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의 거취를 놓고 자유토론을 벌였다. /연합뉴스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앞에서 축구팬들이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우승에 실패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대한축구협회 '경기인 출신' 임원들은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 모여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우승에 실패한 위르겐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의 거취를 놓고 자유토론을 벌였다. /연합뉴스

감독 선임 과정에서부터 패싱 논란이 있었던 만큼 전력강화위원회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될지는 알 수 없다. 결국 최종 결정권자인 정 회장이 합리적인 결단을 하길 바라야 하는 상황인데, 그 결단이 감독 경질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경질로 이어지는 과정에는 금전적인 문제도 있다. 클린스만 감독과 축구협회 간 계약에는 경질 시 잔여 연봉을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스만 감독의 계약기간은 북중미 월드컵까지다. 대회까지는 2년 5개월 정도 남아있다. 해외 매체를 통해 알려진 클린스만 감독의 연봉 29억 원으로 계산했을 때 그를 당장 경질할 경우 약 70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 이는 협회의 올해 예산 1876억 원의 3.7%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클린스만 사단의 코치진에게 지급해야 하는 돈까지 더하면 협회가 부담해야 하는 액수는 더 커진다.

수습해야 할 문제는 많지만 대표팀에 주어진 시간은 얼마 없다. 한국은 당장 다음 달 21일(홈)과 26일(원정)에 태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3, 4차전을 연속으로 치른다. 태국은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도 16강에 진출했다. 대표팀이 2차 예선에서 상대하는 팀 중 가장 까다로운 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만약 협회가 사령탑을 교체하기로 할 경우 늦어도 태국과 2연전을 치르는 3월 A매치 기간(18~26일) 전까지는 새 감독 선임 작업을 완료해야 한다. 신임 감독이 선수 선발 등 대표팀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선 그보다 이른 3월 초에는 자리가 잡혀야 한다. 시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새 감독 후보를 물색하는 작업부터 최종 감독 선임에 이르는 과정을 진행하기엔 너무나 촉박하다. 정 회장의 빠르고 올바른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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