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임종윤 사장, 차입 1730억원, 이자만 연 100억
개인회사 DX&VX. 매출 절반 이상 내부거래 의존
10여년간 한미약품 출근 않더니…셀프 사내이사 추천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왼쪽)과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 /한미그룹 제공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왼쪽)과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 /한미그룹 제공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스스로 사내이사로 복귀하려는 움직임과 관련해 회사 측은 “자격이 없다”는 취지로 힐난했다.

또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개인회사를 활용하라는 제안에 대해서도 한미그룹은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윤·종훈 형제, 셀프 사내이사 추천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는 최근 각각 한미약품, 한미사이언스의 대표이사로 직접 경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지난 8일 한미사이언스 측(한미그룹 지주회사)에 비롯한 4명의 이사 후보자추천 건을 상정해달라고 주주제안권을 행사했다. 

상법상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한미사이언스의 정기 주주총회는 다음 달 열릴 예정이다.

형제 측은 “단순한 이사회 진입이 아니라 선대회장의 뜻에 따라 지주사와 자회사 각자 대표이사로 한미그룹을 경영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주제안권은 대부분 수용되기 때문에 정기주총 표대결이 관건이 될 것”이라며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측과 지분 차이가 근소하고 가현문화재단, 임성기재단 등은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고 전망했다.

현재 송영숙 회장(11.66%)과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 실장(10.20%)의 지분은 21.86%다. 여기에 가현문화재단(4.9%)과 임성기재단(3%), 라데팡스파트너스(6.26%) 등 모녀(母女) 측 우호지분을 모두 합치면 36.02% 수준이다.

반면 임종윤 사장(9.91%)과 임종훈 대표(10.56%), 특수관계인 등 장·차남 측은 28.4%에 불과하다.

한미그룹 “임종윤 사장, 사익(私益) 위해 한미 이용 말아야”

한미그룹은 임종윤·종훈 형제의 이사회 복귀와 관련해 “예상된 수순으로 사익을 위해 회사를 이용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매우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종윤 사장은 창업주 임성기 회장 별세 이후 가족들에게 부과된 5407억원의 상속세 중 가장 적은 금액인 352억원만을 납부했다”며 “상속받은 한미사이언스 주식 대부분을 본인 사업과 개인 자금으로 활용해왔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실제로 임종윤 사장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 693만 5029주 대부분은 주식담보 대출에 사용됐다. 주가 하락으로 담보가 부족해지면서 직계가족들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 154만 3578주까지 추가 담보로 활용하고 있다. 이같은 금융권 차입금만 1730억원에 달해 임종윤 사장은 연간 100억원에 육박하는 이자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임종윤 개인회사, 매출 절반 이상 내부거래 의존

임종윤 사장이 인수한 DX&VX 역시 사실상 내부거래에 의존하고 있는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연결기준 2022년 DX&VX의 매출은 322억원으로, 이 중 52.4%인 169억원은 내부거래로 발생했다. 지난해 3분기 내부거래 비중도 64.3%에 달했다.

또한 지난 2022년 영업이익 26억원을 기록했지만, 2021년과 2020년 각각 37억원, 47억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등 사실상 내부거래 없이는 적자의 늪에서 탈출할 수 없는 구조다.

상속세 마련 위해 DX&VX 활용? 배임 해당할 수도

문제는 임종윤 사장이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한미그룹 측에 DX&VX와 코리그룹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는 점이다.

한미그룹은 “임종윤 사장은 코리컴퍼니, 오브맘컴퍼니, 오브맘코리아 등 20여개의 개인회사를 활용해 DX&VX 심폐소생에 나서고 있다”며 “최근에는 코리컴퍼니와 30억원 상당의 용역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는 등 이른바 ‘땅 짚고 헤엄치기 식’ 경영에 몰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임종윤 사장은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한미사이언스가 DX&VX와 코리그룹을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도 수차례 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러나 내부거래 매출을 제외하면 만성적자를 탈출하기 어려워 보이는 DX&VX의 활용은 불가능했다”고 부연했다. 

한미그룹 측 관계자는 “(DX&VX 활용은) 한미사이언스 주주가치를 심각히 훼손하는 것”이라며 “경영진의 배임에 해당할 수도 있어 성사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임종윤, 사내이사 자격 글쎄…10여년간 출근 않고 이사회 불참

한미그룹은 임종윤 사장이 한미약품 사내이사 자격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0년간 거의 출근하지 않았고, 한미약품 이사회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임종윤 사장은 2023년 상반기 5차례 열린 한미약품 이사회에 단 1회 참석한 반면, 같은 기간 개인회사 DX&VX의 이사회에는 100% 참석했다. 그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라는 게 한미그룹 측 의견이다.

한미그룹은 “경영권 분쟁 상황을 만들어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본인의 다중 채무를 해결하려는 것”이라며 “동시에 그룹을 본인의 개인기업에 활용하려는 ‘사익추구’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미그룹 관계자는 “지난 십수년간 한미약품에 거의 출근하지 않으면서 개인사업에만 몰두해왔던 임종윤 사장이 갑작스럽게 ‘한미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회사를 공격하고 있어 매우 의아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OCI그룹과 통합으로 창업주 임성기 회장에서 시작된 ‘R&D 중심 신약개발 기업’이라는 경영철학과 한미의 DNA를 지키고, 한국 넘어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고자 한다”며 “법률과 절차에 따라 OCI그룹과의 통합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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