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임성기 창업주 작고 후 모자 갈등…모녀 주도로 OCI와 통합
장남, "OCI와의 대규모 통합서 패싱…통합 저지 가처분 신청"
캐스팅보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에 그룹 미래 판가름 날 듯
(왼쪽부터)OCI그룹, 한미그룹 전경. /각 회사 제공
(왼쪽부터)OCI그룹, 한미그룹 전경. /각 회사 제공

[한스경제=양미정 기자] 국내 상위권 제약·바이오 기업 한미그룹에서 드라마같은 일이 발생해 화제입니다. 한미그룹 일가는 서로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가족 간 소송도 불사하고 있는데요.

대결구도는 한미그룹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남 임종윤·차남 임종훈 씨 VS 모친 송영숙·장녀 임주현 씨입니다.

모녀와 장·차남은 사실상 절연한 상태입니다. 장남과 차남 가족들은 최근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과 특별관계를 해소했습니다. 즉, 본인들이 갖고 있는 한미사이언스(한미그룹 지주회사) 지분이 모친 및 임주현 실장과 이제 관계가 없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미그룹 오너일가는 왜 이렇게 관계가 틀어진 것일까요. 

첫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일찌감치 임성기 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유력했던 인물입니다. 그는 미국 보스턴대학교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후 20대 후반에 한미약품에 입사, 중국 현지법인인 북경한미약품 등에서 혹독한 경영수업 절차를 밟습니다.

결국 아버지의 두터운 신임을 받은 그는 30대 후반에 한미약품 신임 이사로 경영진에 합류해 지주사 한미홀딩스(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에 오르며 임성기 회장을 이을 차세대 경영자로 주목받습니다. 

그러나 지난 2020년 임성기 회장이 작고하면서 어머니 송영숙 회장이 법정 상속비율에 따라 한미사이언스 최대 주주가 되면서 상황이 뒤바뀌었습니다. 결국 불화설이 나온 그들은 지난 2022년 임종윤 사장의 대표이사 사임으로 갈라서게 됩니다.

이후 송영숙 회장은 딸 임주현 사장을 그룹의 차기 후계자로 낙점, 지난해 임주현 사장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에 부임시킵니다. 한미사이언스는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실장의 시너지를 언급하며 임주현 실장이 한미약품그룹의 차기 후계자라는 점을 은연중에 드러냅니다. 

그동안 임종윤 사장은 자신이 2009년 설립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코리그룹의 회장 겸 한미약품 미래전략 총괄 사장으로 본격 활동하며 입지를 다졌습니다. 한미약품과의 꾸준한 협업을 통해 코리그룹을 아시아 1등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목표도 세웠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돌연 어머니 송영숙 회장과 여동생 임주현 실장 주도로 한미그룹이 현물출자·3자배정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해 OCI그룹과 통합 계약 체결을 발표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습니다.

눈길을 끄는 점은 OCI그룹은 헬스케어 산업과 관계가 없다는 것입니다. OCI그룹은 태양광 신재생에너지로 유명한 기업으로 반도체와 태양광 패널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이로써 국내 산업 역사상 첫 이종기업 간 통합이라는 전인미답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입니다.

모녀가 이종기업 간 통합을 추진한 또다른 배경 역시 흥미롭습니다. 한미그룹은 신약개발 및 글로벌 임상을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풍부한 자금력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모녀는 큰 골치였던 상속세를 해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임성기 회장이 작고하면서 약 5400억원의 상속세가 발생했습니다. 이 중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은 2000억원을 상환해야 했습니다.

해당 계약은 OCI그룹의 지주회사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7703억원에 취득하고, 임주현 실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OCI홀딩스는 각 그룹별 1명씩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내이사 2명을 선임해 공동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우현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각자 대표를 맡게 됩니다.

두 기업은 이번 통합이 한 기업이 다른 기업 대주주 지분을 인수하는 인수합병(M&A)이 아닌 동등 결합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크게 보면 통합 지주사인 OCI홀딩스가 한미그룹과 OCI그룹을 지배하는 형태지만,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실장이 통합지주회사의 1대 주주가 되고, 통합지주회사는 2인으로 구성된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임종윤 사장은 한미그룹에서 20년 이상 몸담고 지주사 지분 9.9%를 상속받은 주요 주주인 자신이 대규모 통합에서 완전히 패싱됐다며 분노했습니다. 그는 코리그룹 엑스(X)를 통해 “한미사이언스와 OCI 발표에 관련해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 자료도 전달받은 적이 없다”며 공개 비난했습니다.

어머니 송영숙 회장은 아들이 대의를 이해해줄 것이라 말했지만 임종윤 사장은 비슷한 지분율을 보유한 남동생 임종훈 사장과 함께 수원지방법원에 통합을 저지하기 위한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감행했습니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경우, 두 형제는 주주총회 표 대결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때 결과의 향방을 가를 인물은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11.5%를 보유한 아버지 임성기 회장의 고향 후배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입니다. 

현재 송영숙 회장(11.66%)·임주현 사장(10.20%) 모녀와 임종윤 사장(9.91%)·임종훈 사장(10.56%) 형제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각각 21.86%와 20.47%입니다. 

결국 캐스팅보트인 신동국 회장의 결정에 따라 그룹의 미래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국민연금(지분율)과 소액주주(지분율)를 설득하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양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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