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KFA 제공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KF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여론에 선수들 간의 충돌. 내홍에 휩싸인 한국 축구의 전면 쇄신을 위해서는 정몽규(62) 대한축구협회장이 물러나야 한다.

축구협회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4년도 제1차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를 했다. 이날 회의엔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을 비롯해 전력강화위원 7명이 참석했다. 대회를 마친 뒤 미국에 있는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회의는 지난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 대한 평가와 함께 클린스만 감독 경질 여부도 논의에 올랐다. 일단 앞선 임원회의에선 경질 쪽으로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축구계를 넘어 국내 여론은 정몽규 회장까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클린스만 해임 안 하면 앞으로 국가대표 경기를 안 보겠다”며 “모든 책임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져라”고 밝혔다.

그는 “일개 무능한 감독 하나가 이 나라를 깔보고 나라의 국격을 무너뜨리는 터무니 없는 행태는 더 이상 볼 수가 없다”며 “패인을 감독 무능이 아닌 선수들 내분이라고 선전하는 축구협회 관계자들도 각성하라. 그것도 너희들이 선수 관리를 잘못한 책임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정몽규도 (축구협회장으로) 장기 집권했으니 사퇴하는 게 맞다. 대통령도 단임인데 3선이나 했으면 물러나야 한다”고 정몽규 회장에 사퇴도 촉구했다.

정몽규 회장은 축구협회 회장직과 함께 과거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을 맡았다. 건설사 업무와 관련해선 지난 2021년 6월 광주 학동 재개발 참사와 2022년 1월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잇단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자리에서 사퇴했다. 다만 당시 "대주주의 책임은 다하겠다"며 지주사인 HDC 대표이사 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해 형식적인 퇴진이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정몽규 회장이 책임지지 않는 리더라는 말은 그때부터 나왔다. 말뿐인 책임만 할 뿐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았다. 그가 진정 책임을 지려 했다면 당시 자신이 맡았던 모든 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HDC 대표이사 회장과 축구협회장을 유지했다.

3년의 시간이 지나고 결국 책임지지 않은 자세는 한국 축구를 무너뜨렸다. 한국 축구가 무능하고 무책임한 감독 문제에 선수단 내분까지 일어나는 상황에서 정몽규 회장에 대한 비판은 더욱더 거세다.

그의 무책임 행동은 지난해 3월에도 있었다. 축구협회가 지난해 3월 승부조작을 포함한 각종 비위 행위 가담자 100명을 사면하기로 의결했다가 사회적 비난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곧바로 철회했다. 부회장단과 이사진이 책임을 지고 모두 물러난 반면, 정몽규 회장은 회장직을 유지했다.

정몽규 회장은 "부회장과 이사진이 전원 사퇴하는 상황에서 가장 책임이 큰 저 역시 물러나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많았다"며 "하지만 임기가 1년 8개월 남은 상황에 협회를 안정시키고 임기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 진정한 한국 축구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해 화를 키웠다.

축구는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열광하는 스포츠 종목 중 하나다. 무능한 행정에다, 잘못된 감독 선임을 통해 공분을 일으킨 장본인들 중 총책임자는 정몽규 회장이다.

축구 팬들은 축구협회가 있는 축구회관 앞에서 정몽규 회장과 클린스만 감독의 사퇴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또다시 무책임하고 뒤로 숨는 모습을 보이면 수습은 고사하고 악화 일로를 걷게 된다.

답은 하나다. 책임지고 스스로 물러나며 전면 쇄신을 알리는 '결자해지'다.

박종민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